조지아 대통령, 러시아식 언론·NGO 통제법에 거부권 행사

입력 2024-05-19 08:26  

조지아 대통령, 러시아식 언론·NGO 통제법에 거부권 행사
야권 등 "민주세력 탄압용" 반발…대규모 반대시위 이어져
여당이 다수인 의회서 대통령 거부권 무효화할 듯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흑해 연안 국가 조지아 대통령이 최근 의회가 가결한 '러시아식 언론·시민단체(NGO) 통제법'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18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과 AP·AFP통신에 따르면 살로메 주라비슈빌리 조지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늘 러시아법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 법은 그 본질과 정신이 러시아적이며 폐기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주라비슈빌리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은 '외국 대리인'(foreign agent) 법으로 지난 14일 조지아 의회에서 다수당인 '조지아의 꿈'이 밀어붙여 가결됐다.
이 법은 전체 예산 가운데 20% 이상을 외국에서 지원받는 언론과 NGO를 '외국 권력의 이익을 추구하는 기관'으로 간주해 '외국 대리인'으로 의무 등록하게 하고 이를 어기면 벌금을 내게 하는 것이 골자다.
조지아의 꿈은 "해외 자금 조달의 투명성 증진이 목적"이라고 주장했지만, 야당은 친러시아 정권이 2012년 러시아가 비슷한 법안을 제정해 반체제 인사를 탄압했던 것을 본떠 국내 민주인권세력을 탄압하려는 것이라며 반대했다.
실제 이 법안은 러시아가 2012년 제정한 법률을 모델로 하고 있다. 러시아는 당시 정치 활동에 참여하면서 해외에서 자금 지원을 받는 단체를 외국대행 기관으로 등록하고 엄격한 규정과 제한을 준수하도록 하는 법을 채택한 바 있다.
이후 해당 법률은 지난 10여년 동안 러시아 시민사회와 자유 언론을 억압하는 수단으로 악용됐다는 지적을 받는다.
조지아에서는 법안 처리가 진행되는 최근 몇 주 동안 대규모 반대 시위가 일어났다.
지난해 12월 조지아에 후보국 지위를 부여했던 유럽연합(EU)도 이 법안이 조지아의 EU 가입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소속인 주라비슈빌리 대통령은 이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공언해왔고 실제로 이날 수정안을 제안하는 형태로 거부권을 행사했다.
주라비슈빌리 대통령은 "이 법은 우리의 헌법과 유럽의 기준에 위배되고, 따라서 유럽으로 가는 우리의 길에 걸림돌이 된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도 재적 의원 150명의 의회가 76표만 확보하면 수정안을 거부하고 원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150석 중 90석을 확보한 조지아의 꿈은 수일 내에 법안을 표결에 부칠 것으로 전망된다.
법안이 다시 통과되면 의회는 이를 사흘 내에 대통령에게 보내 서명 및 공포를 요청한다. 대통령이 5일 이내에 서명하지 않으면 법안은 국회의장에게 넘어가 서명을 받는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조지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 "조지아에 추가로 심사숙고할 기회를 만들어줬다"며 "조지아의 모든 정치인과 지도자들이 이를 국민들이 원하는 유럽의 방향으로 나아갈 기회로 삼기를 촉구한다"라고 말했다.
dy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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