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당, 문화대혁명 연구 금지는 안타까워…다음 세대는 모를 것"
"좋은 시장경제 위해서라면 인민 재산권, 사업·계약의 자유 엄격히 보호해야"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중국 진보 지식인이자 저명 법학자인 허웨이팡(賀衛方) 전 베이징대 법대 교수가 "중국 공산당이 문화대혁명에 관한 연구를 금지한 건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1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허 전 교수는 인터뷰를 통해 "공산당이 문화대혁명을 완전히 부정하는 게 중요한데도 이처럼 금지 구역으로 만들면서 다음 세대는 문화대혁명이 무엇인지도 알 수 없게 됐다"면서 이같이 언급했다.

오랜 기간 문화대혁명을 모티브로 중국 정치와 사법 개혁을 주장해온 그는 당국에 요주의 인물로 찍혀 국제 전화 통제와 소셜미디어 위챗 계정 삭제 등으로 늘 감시받아왔다. 포린폴리시는 이런 그를 2011년 세계 100대 사상가의 한 명으로 선정한 바 있다.
문화대혁명은 유토피아적 공산주의를 꿈꿨던 마오쩌둥이 중국을 좌경 모험주의로 내몰면서 1966년부터 10년간 중국 전체가 혼돈으로 내몰렸고 인민에게 깊은 상처를 남긴 사건이다.
그러나 문화대혁명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과(過)를 범한 마오쩌둥은 건국의 아버지라는 이유로 사후에도 중국인에게 가장 존경받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당국은 문화대혁명을 입에 올리는 걸 꺼린다.
일정 시기 중국 공산당과 학계에서 마오쩌둥과 문화대혁명에 대해 평가해왔으나, 그와 관련된 내용조차 중국 언론 매체에 거의 보도되지 않아 왔고 지금은 아예 연구마저 금지됐다.
허 전 교수는 "(문화대혁명 이후) 정치 개혁 측면에서 볼 때 덩샤오핑 집권기인 1980년대 중후반이 마지막 시기였으나 전환이 이뤄지지 못했고, 그 이후로 더 어려워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덩샤오핑 세대 공산주의자들은 경제 발전이 필연적으로 정치 체제의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믿었지만, 그 이후 역사 흐름은 경제 발전으로 기존 (중국) 정치 체제의 우월성이 입증되는 역설적인 상황으로 이어졌다"며 "정치 개혁 부재로 부패가 만연해졌고 이익 집단이 특권을 유지하려는 동기가 강해져 더 심각한 딜레마에 빠졌다"고 짚었다.
허 전 교수는 "문화대혁명의 쓰디쓴 교훈이 중국에 민주주의와 법치, 인권을 중시하는 역사의 흐름과 거꾸로 갈 때마다 인민들이 고통받고 국가가 혼란에 빠지게 된다는 걸 일깨워준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2019년에도 고(故) 장핑 전 정법대 총장, 장첸판 베이징대 법학과 교수 등 70명의 진보 지식인과 함께 중국 지도부에 '개혁 공동 인식 제안서'를 내고 헌법에 따른 통치, 선거 민주, 언론자유, 사법 독립 등을 촉구한 바 있다.
이는 2008년 류샤오보 등이 발표한 '08헌장'에 포함됐던 일당 통치 폐지, 연방제, 3권분립 등을 거론하지 않고 공산당 통치 아래에서의 개혁을 요구한 것이어서 중국 당국과 큰 갈등을 겪지는 않았다.
허 전 교수는 정치 개혁 이외에 "좋은 시장 경제를 유지하려면 중국 정부가 인민 재산권과 사업·계약의 자유를 엄격히 보호해야 한다"며 "사유 재산과 거래 안전이 확고하게 보장되지 않은 곳에선 법치도 인간의 존엄도 제대로 보장받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중국의 사법 제도가 기대하는 방향으로 개혁되지 않고 있지만 현재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진 않으며 새벽을 기다린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아직 희망은 남아 있으며 퇴행적인 현상은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황허(黃河)와 창장(長江·양쯔강)이 거꾸로 흐르지 않을 걸로 믿지 말라. 때때로 그렇다. 그러나 일반적으론 여전히 (태평양으로 가는) 동쪽으로 흐른다"고 덧붙였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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