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악영향 제거 불가능"…19일 막바지 협상 앞두고 압박한 듯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중국 전기차업체들이 유럽연합(EU)이 부과할 고율의 관세를 내지 않는 조건으로 유럽 내 판매가격 하한을 정하겠다고 제안했으나 EU는 이를 공개적으로 거부했다.
올로프 질 EU 집행위원회 무역담당 대변인은 12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의에 "진행 중인 반보조금 조사의 하나로 몇몇 중국 전기차 수출업체가 판매가격 확약 제안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수출업체들이 해로운(injurious) 보조금의 영향을 상쇄하기 위해 최저 가격을 정해 이를 준수하겠다는 확약서"라고 설명했다.
그는 "집행위는 (가격 시정으로) 보조금의 악영향이 제거되고 약속된 가격을 효과적으로 감시·이행할 수 있는지 검토한 결과 요건을 충족하는 제안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9일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이 브뤼셀을 방문해 발디스 돔브로우스키스 EU 통상담당 수석 부집행위원장과 만나 전기차 관세 문제를 협의한다고 덧붙였다.
집행위가 중국 업체들의 제안이 있었고 이를 거부한다는 사실을 공개한 건 이례적이다.
집행위는 지난해 10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반(反)보조금 조사에 착수한 이후 취재진의 집중 질의를 받을 때마다 '조사 중이어서 구체적 답변이 제한된다'는 답변으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내주 왕 상무부장과 돔브로우스키스 수석 부집행위원장의 회동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확정 관세 시행 결정전 사실상 마지막 고위급 협상이라는 점에서 압박 수위를 높이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중국이 최근 EU 회원국과 잇단 양자 접촉을 통해 확정 관세 시행을 저지하기 위한 총력전을 기울이는 상황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일 중국 베이징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한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의에 "EU 모든 회원국뿐만 아니라 집행위도 다시 자세히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집행위에 관세 부과 계획을 재고하라고 촉구한 셈이다.
스페인은 지난 7월 집행위가 회원국들을 상대로 한 권고 투표(advisory vote) 절차 당시 찬성표를 던지는 등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 부과에 가장 적극적인 회원국 중 하나였다.
집행위로선 이르면 이달 중으로 예상되는 최종투표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스페인의 입장 번복이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질 대변인은 산체스 총리의 태도 변화에 대한 질문에 "중국 당국과 협상을 통한 해결책을 찾는 데 열려 있으며 그 해결책은 반드시 불법 보조금의 유해한 영향을 충분히 해소할 수 있어야 한다"고 원론적으로 답했다.
집행위는 지난달 20일 발표한 확정관세 초안에서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기존 일반 관세율 10%에 17.0∼36.3%포인트를 추가했다.
확정관세가 5년간 시행되려면 27개 회원국 투표를 거쳐야 하며 EU 전체 인구 65% 이상을 대표하는 15개 이상 회원국이 반대하면 관세 부과 방침이 무산된다. 시행되기 위해서도 같은 기준의 찬성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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