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상 철거 앞둔 베를린에 英작가 새 기념물 추진

입력 2024-09-18 06:48  

소녀상 철거 앞둔 베를린에 英작가 새 기념물 추진
철거 공식화 직후 단체 설립해 설치 신청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독일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철거시한이 이달 28일(현지시간)로 정해진 가운데 전시 성폭력을 반대한다는 단체가 베를린에 또 다른 기념물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베를린 미테구청이 소녀상 철거 방침을 공식화하는 시점에 단체가 설립됐고 구청장이 속한 녹색당 인사가 공동대표로 참여한 점을 근거로 당국의 소녀상 철거를 정당화하기 위해 조직된 단체 아니냐고 의심한다.
독일 매체 노이에스도이칠란트(ND)는 '분쟁중 성폭력 방지협회'(SASVIC)라는 이름의 단체가 베를린 미테구청에 조형물 설치 신청서를 냈다고 16일 보도했다.
이 단체는 이라크 소수민족 야지디족과 르완다·우크라이나 등지의 전시 성폭력 피해자를 추모하는 내용을 담은 영국 작가 레베카 호킨스의 작품을 내세웠다.
단체 인터넷 홈페이지는 '곧 연다'는 공지와 함께 공동대표 2명과 회계담당자 이름 등 일부 정보만 공개하고 있다.
공동대표 1명은 현재 컨설팅업체 소속으로 방산업체 '에어버스 디펜스 앤드 스페이스'의 자회사 근무 경력이 있으며, 또 다른 공동대표는 미테구 녹색당에 속한 인물이라고 ND는 전했다.
이 단체는 지난 6월21일 설립을 신고했다. 구청의 철거 방침을 두고 구의회가 존치 결의안을 논의한 다음 날이다. 소녀상 철거 문제는 카이 베그너 베를린시장이 5월 중순 일본 도쿄를 방문해 소녀상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히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미테구 좌파당의 잉그리트 베르테만 의원은 ND에 슈테파니 렘링거 구청장과 녹색당 소속 공동대표가 오랫동안 같은 계파에 몸담았고 서로 잘 아는 사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소녀상 철거 반대 운동 중인 코리아협의회의 한정화 대표는 렘링거 구청장이 지난 7월 면담에서 "한 국제적 예술가가 현재 평화의 소녀상 위치에 작품을 설치하겠다고 신청했으나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해 다른 장소에서 공개되도록 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작가 호킨스는 구청이 승인하면 베를린 반전박물관 근처에 기념물을 세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박물관은 현재 평화의 소녀상 위치에서 직선거리로 약 1.5㎞ 떨어져 있다.
그는 "특정한 생존자 집단 아닌 전 세계 모든 그룹(전시 성폭력 피해자)을 추모하기 위한 것"이라며 평화의 소녀상 철거와는 무관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테구 의회는 오는 19일 좌파당과 사회민주당(SPD) 소속 구의원들이 낸 소녀상 존치 요구 결의안과 같은 내용의 미테구 주민 청원을 심사할 계획이다.
미테구 의회는 2020년 9월 소녀상 설치 이후 비슷한 내용의 존치 결의안을 여러 차례 채택했다. 그러나 구청은 조형물 설치 규정을 들어 철거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dad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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