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 日피폭단체 "우크라전 핵위협 속 세계 핵위험성 인식"(종합2보)
"노벨위원회가 세계에 경고…분쟁 해소에 필요한 건 대화, 더는 피폭 없어야"이시바 총리 '핵공유' 주장에는 "생각할 수 없는 것…일본엔 비핵 3원칙 있어"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일본 원폭 생존자 단체인 '니혼히단쿄'(일본 원수폭피해자단체협의회) 회원들은 11일 한목소리로 다시는 피폭자가 나오지 않도록 계속해서 세계를 향해 핵무기 폐기를 호소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현지 공영방송 NHK와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에 따르면 미마키 도시유키 니혼히단쿄 대표위원은 이날 히로시마시청에서 학생들과 함께 노벨평화상 발표 모습을 지켜본 뒤 응한 언론 인터뷰에서 "꿈의 꿈, 거짓말 같다"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그는 수상 사실이 실감 나지 않는 듯 취재진 앞에서 볼을 꼬집어 보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계속해서 핵무기 폐기, 항구적 평화 실현을 세계에 호소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미마키 대표위원은 이시바 시게루 신임 총리가 최근 미국 싱크탱크에 기고한 글에서 일본과 미국의 핵 공유와 일본 내 핵 반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데 대해 "피폭자로서는 생각할 수 없는 것"이라며 "일본은 비핵 3원칙이 있다"고 지적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제조하지도, 보유하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니혼히단쿄에 앞서 1974년 일본에서 첫 번째 노벨평화상을 받은 고(故) 사토 에이사쿠 전 총리가 주장했다.
그는 단체에서 함께 활동하다 2021년 별세한 쓰보이 스나오 전 이사장을 언급하면서 "쓰보이 씨처럼 지금까지 활동해 온 피폭자도 기뻐할 것"이라며 "(히로시마현) 평화공원 원폭 위령비에 수상 사실을 보고하러 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대표위원인 다나카 데루미 씨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기쁘다"며 "세계의 핵무기 상황에 위기감을 가진 사람이 늘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다나카 대표위원은 "피폭자가 고령이 되고 제2차 세계대전 종전 80년을 맞는 내년이 마지막 운동의 해라고 생각해 다시는 피폭자를 만들지 말자고 호소했다"며 "노벨위원회가 세계에 경고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계기로 세계에서 논의가 이뤄져 핵무기를 없애는 운동이 확산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기도 스에이치 니혼히단쿄 사무국장은 "핵무기금지조약(TPNW) 채택과 발효를 피폭자들이 실현한 것에 대한 수상이라고 생각한다"며 "히로시마·나가사키의 반인간적 행위에서 시작돼 미국으로부터 탄압받고 일본 정부로부터 오랫동안 버림받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호소하고 싶은 것은 분쟁을 없애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력이 아니라 대화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사쿠마 구미히코 니혼히단쿄 히로시마현 지역 이사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핵의 위협이 다가오는 가운데 드디어 세계에 핵의 위험성이 인식됐다고 생각한다"며 "지금까지 이상으로 히로시마에서 평화의 소중함을 세계에 발신해 가면 좋겠다"고 밝혔다.
노벨위원회가 이날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한 니혼히단쿄는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있는 원폭 피해자들의 풀뿌리 운동 단체로 1956년 결성됐다.
이 단체는 유엔 군축회의에 대표단을 파견해 끔찍한 체험담을 전하거나 세계 각지에서 원폭 사진전을 여는 등 피폭자 입장에서 핵무기 근절을 호소하는 활동을 벌여왔다.
미국은 히로시마에 1945년 8월 6일, 나가사키에는 사흘 뒤인 같은 해 8월 9일에 각각 원자폭탄을 투하했다.
노벨위원회는 "니혼히단쿄는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과 증언을 통해 핵무기가 다시는 사용돼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준 공로가 있다"며 "니혼히단쿄와 다른 피폭자 대표자들의 노력은 핵 금기 확립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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