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민간소비 증가율, 팬데믹 이후 최악…건설투자도 3.2%↓
"정치 불안에 경제 심리 위축…올해 성장률에도 악영향"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민선희 박재현 기자 = 한국 경제는 지난해 4분기 건설경기 부진과 비상계엄 사태 등의 악재 속에 애초 전망을 크게 밑도는 저조한 성장세를 나타냈다.
지난해 연간 성장률이 잠재성장률(2.0%)에 턱걸이로 부합하는 수준에 그치면서 올해와 내년의 저성장 우려도 한층 짙어졌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년대비·속보치)이 2.0%로 집계됐다고 23일 밝혔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기존 전망치인 0.5%보다 낮은 0.1%로 쪼그라들었고, 연간 성장률도 기존 전망치인 2.2%를 0.2%포인트(p) 하회했다.
지난해 성장률을 분기별로 되짚어 보면, 1분기 1.3%로 기대 이상의 양호한 성장률을 기록했으나, 2분기 -0.2%로 역성장했고, 3분기 0.1%에 이어 4분기에도 0.1%로 미미했다.
4분기 실적치는 '성장 쇼크' 수준으로 평가된다.
앞서 한은은 올해 공식 전망치를 지난 2022년 11월 2.3% 이후 2023년 2월 2.4%, 5월 2.3%, 8월 2.2%, 11월 2.1% 등으로 수정해왔다.
지난해 2월에는 2.1%로 예상했다가 1분기 '깜짝 성장'을 고려해 5월 2.5%로 대폭 상향 조정했으나, 이후 8월 2.4%, 11월 2.2% 등으로 다시 낮췄다.
이날 발표한 2.0%는 이 과정에 한 번도 거론된 적 없는 낮은 수치다.
고질적인 내수 부진이 지난해 성장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연간 민간소비 증가율은 전년 대비 1.1%에 그쳤다. 코로나19 팬데믹 때인 2020년의 -4.6%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특히 건설투자 증가율은 2023년 1.5%에서 지난해 -2.7%로 감소 전환했다. 같은 기간 건설업도 3.1%에서 -2.6%로 비슷한 흐름을 나타냈다.
애초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9월부터 1%대로 안정되고, 10월과 11월 기준금리 인하로 고금리 부담이 줄면서 내수가 완만한 회복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은 전망치(0.5%)의 반토막에도 못 미치는 0.2%에 그쳤고, 건설투자는 건물건설과 토목건설이 모두 줄어 3.2% 감소했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소비 침체와 관련, "지난해 3분기 휴대전화와 자동차 신제품 출시 효과 등 일시적 요인이 4분기 들어 없어졌다"며 "따뜻한 날씨로 겨울철 난방 수요도 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신 국장은 이어 "건설투자는 선행 지표인 수주나 착공이 부진한 가운데 12월 신규 분양 실적이 악화했다"고 분석했다.
건설투자 감소의 구체적 배경으로는 정부의 거시건전성 규제 강화, 주택 매매 둔화, 건설업체의 인건비와 공사원가 상승 등을 언급했다.
계엄 사태는 여기에 기름을 부은 모양새다.
신 국장은 "정치 불확실성 확대로 경제 심리가 위축돼 민간소비에 영향을 줬다"며 "신용카드 사용액 증가세도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올해 연간 성장률에도 계속 위험 요인으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은 다음 달 25일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9%에서 1.6~1.7%로 대폭 하향 조정할 수 있다고 예고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한은 경제전망이 오락가락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18일 기자들에게 "올해 4분기 성장률을 애초 0.5%로 예상했는데, 0.4%나 그보다 조금 더 낮아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러다가 약 한 달 만인 지난 16일에는 "소비, 내수, 건설경기 등이 예상보다 많이 떨어지고 있다"며 "작년 4분기 성장률이 0.2%나, 더 밑으로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더 후퇴했다.
한은은 이틀 전인 지난 20일엔 "2024년 연간 성장률이 2.0~2.1%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한다"며 미리 '김을 빼는' 블로그 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신 국장은 "4분기 전망치와 실적치 격차가 전부 정치 불확실성 때문이라고 하기는 좀 그렇다"면서도 "지난해 11월 전망 때 예측하지 못했던, 그리고 어느 정도 부진할 것으로 예상했던 부분이 악화한 것이기 때문에 전망 실패까지 평가하기는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건설 경기 부진과 비상계엄·탄핵 등 정치적 불안 등이 4분기 성장률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이승한 기획재정부 종합정책과장은 "2023년 건설 수주 부진과 공사 실적 이연 등의 영향으로 4분기 건설 투자가 예상치를 밑돌았다"며 "아파트 및 주택의 분양 실적이나 거래도 3분기에 비해 좋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민간소비 역시 당초 3분기와 유사하거나 더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됐지만, 성장세가 오히려 둔화했다"며 "국내 정국 불안에 따른 심리 위축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han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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