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 열위에도 10대 모델 확보…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성과
최신모델 성능은 글로벌 선두 대비 1∼2년 격차…"산학연 리딩 필요"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중국 인공지능(AI) 모델 딥시크의 성공이 충격을 안겼지만 우리나라도 대규모 언어 모델(LLM) 분야에서만큼은 두각을 드러내온 만큼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이제부터는 성과 지표에만 만족할 게 아니라 정부는 물론 산·학·연이 협업해 AI 생태계를 적극적으로 조성하고 풍부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6일 정보통신기획평가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LLM 기술 발표가 본격화한 것은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부터다.
네이버는 2021년 자체 개발한 LLM 하이퍼클로바를 출시했고, 2년 뒤 이를 고도화한 생성형 AI 모델 하이퍼클로바 엑스(X)를 공개했다.
카카오[035720]도 지난해 자체 AI 서비스인 카나나를 처음 공개한 뒤 올해 본격적인 출시를 앞두고 있으며, 최근에는 오픈AI의 선진 기술을 적용하겠다고 깜짝 발표해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A4 용지 100페이지 분량의 장문도 한 번에 처리하는 LG AI 연구원 '엑사원', 멀티 LLM 전략 기반의 SK텔레콤[017670] 'A.X'와 KT[030200]의 '믿음', 게임사 중에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NC소프트 '바르코 LLM'도 미국 스탠퍼드대 기초모델연구센터(CRFM)의 '에코시스템 그래프'에 등재된 국내 10대 모델에 포함됐다.
스타트업계에서 방대한 학습량을 내세운 코난테크놀로지[402030] '코난LLM', 비디오 언어 모델(VLM)을 내세운 트웰브랩스 '마렝고 2.6'과 '페가수스 1', 오픈 LLM 리더보드에서 1위를 차지한 모레의 '모모'도 있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은 엔쓰리엔 'n3n-10B', 업스테이지 '솔라 프로 프리뷰'도 LLM 기술 발표 주요 사례에 포함했다.
딥시크 초기 모델 V2.5가 지난해 9월 10일에 발표됐던 것을 고려하면 우리 모델들과 큰 시차는 없는 편인데, 고도화 및 상업화 과정에서 다소 지연된 것으로 해석된다.

여전히 기대해볼 만한 부분은 우리가 LLM 기술 개발에 있어 뒤처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모레(지난해 1월), 업스테이지(9월), 엔쓰리엔(11월), LG AI 연구원(12월) 등은 세계 최대의 AI 플랫폼인 허깅페이스의 LLM 평가(오픈 LLM 리더보드)에서 1위를 차지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은 초거대 모델에만 집중하지 않고 기기 자체에서 구동되는 온디바이스 AI 및 산업 최적화 분야에서도 높은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데, 최근 모델 경량화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이 역시 강점이다.
평가원은 "우리 연구자, 기업들은 글로벌 빅테크 대비 자본력과 컴퓨터 인프라 등에서 절대적 열위에도 치열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며 "자체 AI 기반 모델 10개, 최근 10년간 생성형 AI 특허 4천여 건으로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라고 강조했다.
다만 최신 AI 모델 성능을 비교할 때 국내 대표 기업 모델 성능은 글로벌 선두 그룹 대비 약 1~2년 격차가 있는 상황이다.
이에 이번 딥시크 쇼크를 계기로 정부 투자 확대와 견고한 AI 생태계를 위한 인재 양성, 데이터 확보가 더욱 절실해졌다.
이날 국가AI위원회에서 열린 '국내 AI 산업 경쟁력 진단 및 점검회의'에서도 전방위적인 지원의 필요성이 강조됐다.
신용식 SK텔레콤 부사장은 "일본의 소프트뱅크를 보면 전반적으로 생태계를 리딩한다. 우리는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국내 LLM 모델이 많다고 하고, 평가 지표도 중요하겠지만 실제 시장에서 쓰이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도 자체 모델이 있지만 때로는 힘에 부친다. 결국 인프라가 필요한데 데이터와 컴퓨팅 비용이 쉽지 않기 때문에 그걸 누가 해줘야 한다"며 "인더스트리를 보호하는 그림을 산학연이 같이 그릴 시점"이라고 촉구했다.
정부는 최근 세계에서 2번째로 'AI 기본법'을 제정한 바 있다. 국회에서도 추가경정예산안에 AI 관련 예산을 늘리는 방안이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평가원은 "각국 AI 모델은 자국 이익에 특화돼 발전하는 상황으로, 우리의 독자적 AI 모델은 꼭 필요한 전략 자산"이라고 밝혔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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