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환율·금리 3高에 성장부진 우려 커져
(서울=연합뉴스) 김지훈 선임기자 = 자고로 불안할 땐 안전한 게 최고다. 경제와 투자에서도 마찬가지다. 경기가 불안하면 안전한 자산에 투자하는 게 현명한 선택이고 역으로 안전자산 수요가 몰리고 가격이 오르면 그만큼 경기가 불안하다는 뜻이다. 국내건 해외건 불확실성과 불안감이 커진 상황이니 소위 '안전자산'으로 불리는 금, 채권, 달러 등의 가격만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 가격은 무섭게 오르고 있다. 지난 5일 금 현물 1g 가격은 14만7천820원으로 전날보다 4.58%나 올랐다. 8만7천원 수준이었던 1년 전과 비교하면 상승률이 70%에 달한다. 이미 많이 오른 가격인데도 수요가 몰리면서 이날 한국거래소의 금 거래대금은 처음으로 1천억원을 넘어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금 한돈짜리 돌 반지를 사려면 세공비와 부가세 등을 더해 60만원 이상을 줘야 한다. 해외에서도 금 현물가격은 온스당 2천800달러 선을 돌파하며 최고가 기록을 새로 써나가고 있다.
미국 달러 가치도 고공행진이다. 원/달러 환율은 작년 12월 초 달러당 1,400원을 넘어서더니 최근엔 1,450∼1,47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작년 2월 초 달러당 1,320원대였으니 1년 새 달러 값이 약 150원이나 오른 셈이다.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상황이니 안전자산에 돈이 몰릴 만도 하다. 지난달 석유류 가격이 7% 넘게 급등하는 등 유가가 오르고 원/달러 환율도 상승한 데다 금리는 아직 높은 수준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달러 강세로 인한 수입 물가 상승 등의 여파로 1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2.2% 상승, 5개월 만에 다시 2%대의 상승률로 올라섰다. 고물가와 고환율, 고금리 등 3고(高)가 겹친 상황이다.

계엄선포 사태로 촉발된 정국 혼란에다 물가까지 오르자 소비심리는 얼어붙고 내수는 위축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작년 소매 판매는 2023년보다 2.2% 줄어 2003년 이후 2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지난달 수출도 16개월 만에 첫 감소세를 기록했고 부동산 시장마저 얼어붙고 있다니 이쯤 되면 좋은 방향으로 움직인 경제지표를 찾아보기 어려울 지경이다. 해외 투자은행(IB) 8곳이 전망한 올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6%로 떨어졌고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9%에서 1.6∼1.7%로 내렸다. 대한상공회의소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는 올해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면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로 오르고 성장률이 1.3%까지 떨어질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국내외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조기에 진정되기 어려워 보이므로 가용할 수 있는 수단을 총동원하는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국내 정치적 불안은 올해 내내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전망되고 미국 트럼프 정부가 촉발한 무역전쟁은 이제 시작 단계일 뿐이다. 한국은행도 경기부양을 위해 올해 1∼2차례 기준금리를 내리겠지만 미국 연준의 금리인하 속도 조절과 고환율 때문에 여의찮은 형국이다. 반도체 특별법과 에너지 3법 처리는 물론 추경까지 여야정이 머리를 맞대고 민생과 경기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hoon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