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처엠 등 이차전지소재 3사 유증에 포스코그룹 9천억 출자
"미래 투자 완결하고, 재무구조 개선해 경쟁력 강화"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포스코그룹이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을 극복하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1조6천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다.
그룹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는 이 가운데 1조원 가까운 자금을 출자를 통해 투입하며 책임 경영 강화에 나선다.
포스코홀딩스가 이 같은 투자를 단행하기로 결정한 것은 캐즘을 기회로 삼아 선제적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당장은 적자 경영 등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캐즘 시기를 경쟁력 제고의 기회로 활용해 계획한 투자를 이어가며 시장 회복기에 대비해 재기의 발판을 다져놓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포스코홀딩스는 이날 이사회에서 포스코퓨처엠이 1조1천억원 규모로 진행하는 유상증자에 5천256억원을 출자하는 것을 비롯해 그룹 이차전지소재 3사가 추진하는 총 1조5천690억원 규모의 유증에 9천226억원을 출자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포스코홀딩스의 포스코퓨처엠 유증 참여는 지분율(59.7%)만큼 이뤄지는 것이다.
포스코홀딩스가 호주 광산 개발 회사 필바라미네랄스와 각각 82%, 18% 비율로 합작해 만든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이 4천억원 규모로 진행하는 유증에는 3천280억원(82%)을, GS에너지와 합작한 포스코HY클린메탈의 지주회사인 포스코GS에코머티리얼즈가 진행하는 690억원 규모의 유증에는 전액(100%)을 출자하기로 했다.
글로벌 캐즘 여파로 세계 이차전지소재 업계가 부진을 겪는 가운데 포스코그룹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투자를 진행한 포스코퓨처엠 등 계열사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철강회사 포스코와 함께 그룹의 양대 축으로 떠오른 포스퓨처엠의 경우 지난해 매출이 3조7천억원으로 전년 대비 22% 감소하고, 2천억원대 순손실이 발생해 적자로 전환했다. 영업이익은 98% 감소한 7억원으로 간신히 적자를 면했다.
이에 올해 비상 경영 체제에 들어가며 위기 극복을 위해 비핵심 자산의 과감한 조정을 추진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미래 투자를 위해 설립한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과 포스코GS에코머티리얼즈 역시 캐즘 영향으로 사업 및 미래 투자 방향을 재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시장 안팎에서 제기됐다.
올해 2월에는 포스코그룹 차원에서 이차전지용 니켈 합작 공장 신설을 위해 중국 CNGR(중웨이·中偉)와 합작 투자해 설립한 법인인 포스코씨앤지알니켈솔루션의 해산을 결의하는 등 이차전지소재 사업 리밸런싱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글로벌 업황 전체가 어려운 가운데서도 포스코그룹은 이차전지소재의 미래에 대한 기대는 꺾지 않았다.
단기적으로 캐즘으로 업황 부진이 이어지겠지만, 이 기간을 잘 견디고 준비하면 다가오는 기회의 시간에 극적인 반전을 이루며 '퀀텀 점프'를 이룰 수 있다는 희망 섞인 기대가 감지됐다.
엄기천 포스코퓨처엠 사장은 지난 3월 '인터배터리 2025'에 참석해 "전기차 캐즘에 대해 길게 보는 사람은 5년, 짧게는 1∼2년을 얘기하는데 대부분은 3년 정도 생각하고 있다"며 "계획했던 (사업을) 축소하는 일은 없다"고 밝혔다.

포스코그룹은 작년 장인화 회장 체제 출범 이후 그룹 차원의 전략에 맞지 않거나 수익성이 낮은 사업, 불용 자산 등을 정리하는 대규모 구조 개편을 추진하면서도 이차전지소재 부문에 대한 투자는 대부분 계획대로 이어가고 있다.
그룹에 따르면 장인화 회장은 이번 유증 참여 결정에 앞서 지난달 말 캐나다 퀘벡에 있는 포스코퓨처엠과 GM 합작 양극재 생산법인인 '얼티엄캠' 공사 현장을 찾아 글로벌 이차전지소재사업 현황을 직접 챙기는 등 행보를 보였다.
당시 장 회장은 "이차전지소재 시장이 되살아 나는 시점에 맞춰 북미 시장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공사 현장 직원들을 격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그룹은 이날 유증 참여를 발표하면서 "캐즘 이후 시장의 본격 성장에 대비해 사업회사 투자 사업을 완결하고 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그룹 이차전지소재 사업의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고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퓨처엠은 이번 유증을 통해 확보한 1조1천억원을 캐나다 양극재 합작 공장, 포항·광양 양극재 공장 증설 등 국내외에서 진행 중인 양·음극재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투자 완결을 위해 집중 투자하며 미래를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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