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상품 소비자들, 여행사·PG사 상대 집단소송 진행 중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기업회생 절차(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온라인 쇼핑 플랫폼 티몬 피해자들이 보유 채권 대부분이 휴지 조각이 될 처지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티몬처럼 회생 절차 중인 위메프와 인터파크커머스, 발란, 홈플러스 등의 피해자들도 티몬 사례처럼 채권을 변제받지 못할까 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티몬에서 판매대금을 정산받지 못한 중소상인 등 피해자들은 전날 회생법원의 강제인가 결정에 격앙된 반응을 보인다.
오아시스는 티몬을 116억원을 들여 인수하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실제 채권 변제에는 매각 주간사인 EY한영에 지급할 수수료(2억6천만원) 등을 제외하고 회생채권(88억7천여만원), 조세 등 채권(10억여원), 회생담보권(1억7천여만원) 등 모두 100억7천만원만 투입된다.
티몬의 채권 총액이 1조2천억원에 달해 이런 회생채권(대여금채권·상거래채권·구상채권) 변제율은 0.7562%에 불과하다.
즉 100여억원을 제외한 1조2천억원에 가까운 대다수 채권이 전액 출자전환 후 무상 소각되는 것이다.
회생 전문 변호사는 "이스타항공의 채권 변제율이 4%대이고 자산이 거의 없는 기업이 회생 절차를 밟을 경우 채권 변제율이 1% 미만인 사례가 나온다"며 "법원에서 회생계획이 인가된 이상 피해자들이 돈을 더 찾아올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작년 7월 말 티몬·위메프(티메프) 미정산 사태로 인한 피해자는 소비자 47만명과 판매자 5만6천명에 이른다.
사태 발생 후 11개월 동안 마음을 졸여온 피해자들은 "이런 법이 어디 있느냐"며 막막한 심정을 토로했다.
티메프에 1억원이 묶인 의류판매업자 허모씨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변제율(0.76%)을 적용하면 티몬에서 돌려받을 돈이 고작 50여만원에 불과하다"며 "우리가 거지도 아니고, 차라리 변제를 한다고 하지를 말든지…."라고 했다.
그러면서 "피해자 단톡방에선 경제적 어려움을 감당하지 못해 집을 팔고, 가게를 접은 분도 있고 이커머스 아르바이트를 하는 분도 있다"며 "변제율을 확인하고 다들 격앙된 상태"라고 말했다.
티메프 피해자들로 구성된 검은우산 비상대책위원회 신정권 대표는 "구제받으려면 법대로 하라더니, 결국 피해자들만 남았다"며 "변제금을 제외한 나머지 채권이 '0'원이 됐기 때문에 그 채권을 갖고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 너무 막막한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신 대표는 "다음 달 10일 국회에서 간담회나 토론회, 피해자 집회를 열어 정부에 구제를 위한 적극적인 방안을 계속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처지가 딱한 피해자들의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 정부가 예산을 투입할 명분은 현실적으로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회생계획에는 추가 변제안이 일부 담겼지만, 실현되더라도 금액이 많지 않다.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와 류광진 티몬 대표를 상대로 한 1천133억원 상당 손해배상청구권 조사확정재판, 회생 상황에서 티몬이 농협은행에 지급한 20억원을 찾아오는 소송, 싱가포르 큐텐 청산에 따른 배당금, 전자결제대행사(PG)에서 받을 인터파크커머스 정산금 중에서 티몬 몫 20억원가량이 있다.
티몬은 이런 방법을 통해 재원이 더 확보되면 중소상공인과 소비자에게 채권액 비율대로 나눠주겠다고 했으나 피해자들은 "기대도 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소비자들은 소송전에 나섰다. 티메프에서 여행·숙박 상품을 구매했다가 환불받지 못한 소비자들의 경우 한국소비자원의 도움을 받아 여행사와 PG사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순차로 제기 중이다.
소비자들은 티메프를 통해 여행·숙박 상품을 구매했으나 계약 당사자인 여행사와 PG사가 연대해 환불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소비자원은 5명의 변호사가 피해자들을 여행사별로 5개 그룹으로 나눠 집단소송을 제기하도록 지원했다.
하나투어와 한진관광·NHN여행박사 등에서 환불받지 못한 피해자 800명이 속한 4번그룹이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법에 여행사들을 상대로 14억7천만원 규모의 부당이득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나머지 그룹도 원고인단과 청구금액이 확정되는 대로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티몬처럼 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큐텐그룹 산하 위메프와 인터파크커머스로부터 정산금을 받지 못한 판매자들은 물론 비슷한 상황에 놓인 명품 플랫폼 발란 판매자들도 티몬 사례를 지켜보며 염려하고 있다.
발란은 일반 소비자 피해자는 없으나 판매자 미정산 대금이 176억9천여만원 발생했다.
이들 업체는 법원 허가를 받아 회생 계획 인가 전 M&A를 추진하고 있으나 피해자들은 변제율이 낮게 책정될까 봐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피해 판매자들은 묶인 돈을 돌려받지 못할까 봐 잠을 설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영업 정상화가 이뤄진다는 측면에선 M&A를 반대하지도 못하는 처지"라며 "티몬은 오아시스라는 인수자를 찾아 영업을 재개할 수 있지만, 나머지 업체들은 인수자를 찾지 못하면 파산으로 가게 된다"고 지적했다.
회생계획 인가 전 M&A에 나선 홈플러스의 피해 채권자들도 같은 처지다. 다만, 홈플러스는 자산이 6조8천억원으로 부채 2조9천억원보다 4조원가량 많은 것으로 집계돼 위메프 등 자산이 거의 없는 온라인 쇼핑 플랫폼과는 상황이 다르다.
이들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업체 모두 현재까지 마땅한 인수 후보자를 찾지 못한 상황이어서 정상화 여부도 안갯속이다.
지난 4월 치킨 프랜차이즈 제너시스BBQ가 위메프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으나 진척된 건 없다. 인터파크커머스는 쇼핑 플랫폼 명칭을 바이즐로 변경해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홈플러스 대주주 MBK파트너스도 인수자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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