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공개 표명 않지만 내부적으로 이스라엘 의심…휴전속 불안 확산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최근 2주 이상 이란 전역의 아파트 단지에서부터 정유공장, 도로, 공장 등지에서 이유를 알 수 없는 폭발과 화재가 잇달아 발생해 단순 사고인지 배후가 있는지 여부를 둘러싸고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란 당국은 공개적으로는 이들 화재의 원인을 시설 노후나 우연의 일치로 돌리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이스라엘의 소행을 의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란 혁명수비대 등 관계자 3명을 인용, 이란 당국자들이 비공식적으로는 이들 사건의 상당수가 사보타주(파괴공작) 행위로 보고 있다고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들 관계자는 과거 이란 내에서 벌였던 폭발, 암살 등의 비밀 작전 이력을 언급하며 이스라엘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했다.
이란을 상대하는 유럽의 한 당국자 역시 이번 공격을 사보타주로 평가한다고 NYT에 말했다. 이스라엘이 이란에서 과거 표적 제거뿐만 아니라 심리전을 벌였던 전력을 고려, 이스라엘의 개입 가능성을 의심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최근 몇주간 이란에서는 전략적 기반시설을 포함, 곳곳에서 거의 매일 화재와 폭발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18일엔 남부 아바단의 주요 석유 정유 공장에서 난 불로 1명이 숨지고 여러 명이 다쳤으며, 생산라인이 마비됐다.
14일엔 테헤란 근교 콤 지역에선 한 아파트 건물에서 발생한 폭발로 7명이 다쳤다. 폭발 위력은 상당했다. 아파트 1층 벽이 무너지고 창문은 산산조각났다. 길가에 있던 차량이 으스러졌고, 주변 한 블록 전체가 잔해로 뒤덮였다.
당시 소방당국은 가스 누출을 원인으로 지목했고, 콤 주지사는 테러 가능성은 배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란 관계자들은 이스라엘의 소행을 의심하며 관련 공작요원들이 임대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NYT에 전했다. 이들이 건물을 떠나기 전 가스레인지와 오븐 가스를 켜놨으며, 마치 의도적으로 화재를 일으키려는 듯 정황이 있다는 것이다.
10일 테헤란에선 사법부 직원들에게 제공되는 고층 건물에서 발생한 폭발로 4명이 다쳤다.
사보타주 세력이 이란 판·검사들의 공포감을 조장하기 위한 의도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는 이스라엘이 과거 이란 핵 프로그램에 관여한 과학자들을 공격했던 방식과 유사하다고 NYT는 설명했다.

이렇게 거의 매일 일어나는 폭발로 이란 당국자들과 국민들 사이에선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이란 당국은 공개적으로는 이스라엘 개입에 대한 의구심을 표명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스스로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요구받는 상황에 몰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은 지난달 이스라엘과의 무력 충돌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으며, 이란에 대한 직접적 공습을 단행한 미국의 강압 등으로 이스라엘과 휴전했다.
이후 이스라엘을 향해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는 능력은 유지했지만, 갈등이 재개될 경우 이란의 군사력은 더욱 약해질 위험이 있다.
결국 당국의 부인 속에, 지난달 이스라엘과 미국의 공습으로 불안에 떨었던 이란 국민들은 과연 전쟁이 정말 끝났는가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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