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퓨얼셀은 '완판'…한진 등도 조만간 발행 '시험대'
"기업 자체신용도 중요해져"…비우량 기업들, 사모채 시장으로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 최근 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기업들이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엇갈린 성적표를 받아 눈길을 끈다.
비우량 회사채는 금리 인하기에 고금리를 앞세워 투자 매력을 발산했지만 최근 여천NCC 사태 이후 시장 경계심이 높아지며 비우량채에 대한 '옥석 가리기'가 진행되고 있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신용등급 BBB를 받는 이랜드월드가 최근 회사채 수요예측을 실시했으나 목표액을 채우지 못하고 일부 미매각이 발생했다.
애초 이랜드월드는 만기 1년물과 1년 6개월물 두 종류로 각각 150억원씩 총 300억원을 모집할 계획이었다. 공모 희망 금리밴드의 상단은 1년물의 경우 연 6.6%, 1년 6개월물은 연 6.8%로 비교적 높게 제시됐다.
그러나 수요예측 참여액은 1년물과 1년 6개월물에서 각각 80억원씩 총 160억원에 그쳤다. 지난 2월의 전량 미매각보다는 나은 결과지만 이번에도 목표금액의 절반 남짓 채우는 데 그쳤다.
이랜드월드는 현재 국내 신용평가사 3곳(나이스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으로부터 BBB 등급을 받고 있다.
다만 한신평은 이랜드월드가 투자 부담으로 순차입금이 계속 늘고, 유통 부문의 실적 부진이 지속하는 점 등을 감안해 '부정적' 등급전망을 부여한 상태다.
반면 동일한 신용등급 BBB를 받는 두산퓨얼셀[336260]은 최근 수요예측에서 애초 목표금액보다 더 많은 자금이 몰리며 '완판'에 성공했다.
애초 만기 3년물과 2년물 각각 250억원, 150억원씩 총 400억원을 모집할 계획이었는데 약 630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현재 두산퓨얼셀에 신용등급 BBB, 등급전망 '안정적'을 부여하고 있는 나이스신용평가는 국내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에서 우수한 경쟁 지위를 보유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 회사채 시장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금리가 계속 내려가는 시기라 높은 금리를 주는 비우량채에 대한 투자수요가 계속되고 있다"면서도 "업황이나 신용도에 따라 투자자들이 차별적으로 접근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이밖에 한진[002320](BBB+)과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가 최대 주주인 케이카캐피탈(BBB)도 다음 달 각각 최대 1천200억원, 6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목표로 수요예측을 실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비우량 회사채는 상대적으로 낮은 신용도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하기에도 높은 금리를 약속하며 최근 몇 년간 인기를 누려왔다.
하지만 올해 들어 홈플러스 법정관리 사태나 롯데손해보험[000400]의 콜옵션 연기 등 투자심리를 위축시킬만한 이벤트가 연이어 발생했고, 마침 주식시장도 활기를 띠면서 비우량채에 대한 수요는 다소 시들해진 상태다.
더욱이 최근 여천NCC 사태 때는 자금 지원을 놓고 대주주 간 갈등이 노출되면서 비우량채에 대한 투자 심리가 재차 흔들렸다. 이에 계열사 지원 가능성을 배제한 기업 자체 신용도가 더욱 중요해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분간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은 사모채 시장의 문을 두드릴 것으로 보인다.
이승재 iM증권 연구원은 "불리한 업황과 수익성 저하, 재무 부담 등으로 공모채 발행이 어려운 기업들 위주로 사모채 발행이 계속될 것"이라며 "기준금리 인하 시기에는 시장금리가 하락해 사모채 시장에서의 자본 조달 비용이 감소한다는 점도 기업으로서는 이점"이라고 말했다.
yk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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