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정책, 화석·무탄소에너지 '두동강'…전문가 "선진국 어디도 없어"
전기도 56%가 가스·석탄 생산 기반…"차라리 한곳에 모아야"

(세종·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김동규 오예진 기자 =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부문을 환경부로 넘겨 기후에너지환경부로 확대 개편하는 정부 조직 개편 방안이 확정된 가운데 정부의 에너지 기능 분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개편안대로라면 환경부가 재생에너지, 원전 위주로 에너지 정책을 가져가고 국내 에너지 소비의 약 90%를 차지하는 석유, 가스, 석탄 등 화석연료 정책은 산업부에 남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선진국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모습이라며 에너지 정책의 통합적 관리 기능이 약화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 조직 개편안이 현실화하면 기후환경에너지부가 출범한 뒤에도 국내 에너지 소비의 약 90%에 관련된 업무는 여전히 '산업통상부'가 맡는다.
산업부 2차관이 관장하는 에너지정책실 조직 중 에너지정책관·전력정책관·재생에너지관·원전산업정책국·수소경제정책관 등 대부분이 환경부로 넘어가지만 여전히 사용 비중이 절대적으로 큰 석유·가스·석탄 업무를 맡는 자원산업정책국이 계속 산업부에 남기때문이다.
겉으로는 정책 총괄 기능을 포함해 산업부 에너지 조직 대부분이 환경부로 이관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에너지 사용량을 기준으로 보면 여전히 산업통상부의 책임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가장 최근 나온 '2023년도 에너지총조사'에 따르면 2022년 우리나라의 에너지원별 소비 중 석유(51.7%), 석탄(12.1%), 천연가스(10.6%) 3대 에너지 비중은 74.4%에 달했다. 액화천연가스(LNG)가 주 연료인 열에너지(2.5%)까지 더하면 76.9%로 오른다.

에너지 소비의 21.3%를 차지한 전기도 원천 에너지를 따져보면 우리 국민의 전체 에너지 소비 중 화석연료 비중은 90% 수준까지 올라간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작년 우리나라의 총발전량은 59만5천568GWh(기가와트시)였다.
이 중 석탄(28.1%), 가스(28.1%), 유류(0.2%) 발전 비중은 56.3%에 달해 절반이 넘는다. 무탄소 에너지로 구분되는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 비율은 각각 31.7%, 10.6%로 합쳐도 국내 전력 생산의 절반이 되지 않는다.
전기의 절반 이상이 화석연료로 만들어지는 상황을 적용하면 2022년 우리나라의 전기 에너지 중 석유·가스·석탄 등 3대 화석연료 비중은 약 90%에 달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정부 조직 개편 이후에는 산업통상자원부 한 곳에서 관장했던 에너지 정책이 두 부처로 나뉘게 된다.
가령 한전과 발전 공기업이 모두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이관되는데 주요 발전 원료인 LNG를 공급하는 한국가스공사는 여전히 산업부가 관장한다.
업계에서는 에너지 정책관리 기능이 이원화되면 정부의 내 조정력이 약해져 가스공사가 재무 건전성 회복에 더욱 초점을 맞추면서 결과적으로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아울러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의 궁극적 목적이 탄소 배출 감축에 있다는 점에서 에너지 정책 분할이 이런 목표 달성을 더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탄소중립 이행의 중간 단계에서 '브릿지 연료'로 주목받는 가스 정책을 에너지 주무 부처가 될 기후에너지환경부와 분리한 것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가스는 우선 사용 중단이 목표인 석탄보다 탄소 배출량이 절반 정도로 탄소중립 전환 과정에서 세계적으로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인정받고 있다.
또한 한국을 포함해 세계적으로 기존의 LNG 화력 발전소를 점진적으로 청정 수소 전소 발전소로 업그레이드하는 노력이 추진되고 있다.
이처럼 수소와 가스 정책은 동전의 양면 성격이 있지만 정부 계획대로라면 산업부의 수소과는 기후환경부로 이관되고, 가스산업과는 산업부에 잔류하게 된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가스와 전기를 찢어놓은 것도 이해하기 어렵고, 세계 어느 나라도 이렇게 관리하지 않는다"며 "한국은 세계적인 LNG 소비 국가인데 부처가 바뀌면 관리가 제대로 안 돼 전력 공급 안정성이 상당히 위협받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산업부 산하 기관으로 남을 석유공사도 탄소 감축의 핵심 수단인 탄소 포집·저장·활용(CCUS)에서 중요할 역할을 해야 할 기관이다. 석유공사는 당장 고갈된 동해가스전을 대형 CCS 저장소로 활용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한국은 2023년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에서 CCS를 통한 온실가스 국가감축목표(NDC)를 2030년까지 연간 480만t으로 상향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규제 부서인 환경부를 메가 부처로 키운 '기후에너지환경부' 계획에도 부정적이지만, 에너지 정책을 쪼개는 것보다는 기후에너지환경부에 화석연료를 포함한 에너지 기능을 몰아주는 게 낫다고 제언한다.
유 교수는 "에너지를 정 (산업부에서) 떼어내겠다고 결정했다면, 에너지 분야를 모두 통째로 들어냈어야 했다"며 "에너지를 나누면 그 결과는 에너지 안보와 공급 안정성 훼손, 에너지 비용 즉 전기요금 상승"이라고 주장했다.
손양훈 인천대 교수도 "에너지 믹스를 한다는 것은 원전, 석유, 석탄, 천연가스, 재생에너지라는 큰 5개의 에너지의 구성과 공급에 관한 것인데 한쪽은 질주하고 한쪽은 못 하게 되면 결국 우리나라가 믹스가 균형이 깨질 것"이라며 "결과는 에너지 가격의 상승과 정전 등으로 이어져 참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표] 2024년 에너지원별 발전량
(단위 : GWh, %)
┌────┬────┬───┬───┬───┬───┬───┬───┬───┐
││ 원자력 │ 석탄 │ 가스 │신재생│ 유류 │ 양수 │ 기타 │ 계 │
├────┼────┼───┼───┼───┼───┼───┼───┼───┤
│발전량 │ 188,754│167,15│167,20│63,155│ 1,204│ 4,677│ 3,413│595,56│
│││ 9│ 5│ │ │ │ │ 8│
├────┼────┼───┼───┼───┼───┼───┼───┼───┤
│비중│31.7│ 28.1│ 28.1│ 10.6│ 0.2│ 0.8│ 0.6│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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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 : 한국전력 전력통계월보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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