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열린 글로벌 프라이버시 총회(GPA)서 인터뷰

(서울=연합뉴스) 차민지 기자 = 그레이엄 버넷 미국 프린스턴대 과학·기술사 교수는 17일 "기업이 인간의 주의력을 착취하는 구조에서 사람을 보호할 '피난처'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프라이버시 총회(GPA)' 기조연설을 위해 방한한 버넷 교수는 이날 연합뉴스 등과의 인터뷰에서 "인공지능(AI)가 모든 걸 매우 빠르게 바꾸고 있으며 주의력(attention)에 미치는 함의가 크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한국의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인공지능(AI) 시대 개인정보 이슈'를 주제로 16∼19일 서울에서 연 GPA에는 한국과 미국, 유럽연합(EU),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95개국·148개 개인정보 감독기구에서 약 1천명이 참석했다.
그는 "세계에서 힘 있고 자본이 많은 기업들이 강력한 AI 도구를 활용해 인간의 주의력 착취를 극대화하고 있다"며 "사람들을 하루 종일 모니터 앞에 붙들어 둔다"고 진단했다.
이어 "충분한 규제와 보호, 민주적 거버넌스 없이 이런 일들이 진행돼서는 안 된다"며 "새로운 기술이 나타나면 새로운 형태의 착취 가능성도 생긴다"고 지적했다.
버넷 교수는 AI 시대의 대표적인 문제로 사람들이 긴 호흡의 글을 읽는 문해력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인간은 단순한 데이터나 정량화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고 그 이상"이라며 "인간성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방식은 주의력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AI를 관심 경제(attention economy) 시대의 '킬러 앱'이라고 정의하며 "사람들을 좁은 주의 폭에 중독시키는 매커니즘이 한층 강화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그것을 떠받치는 경제모델"이라며 AI 기술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AI를 잘 활용하면 대학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연구의 상당 부분을 기계가 대신하고 사람들은 '존재'(being)에 더 초점을 둔 학습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서도 "그런 결과를 얻으려면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해법은 개인의 습관을 바꾸는 데 있지 않다"며 "함께 힘을 모으고 같이 움직임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cha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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