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관세 충격 이어 철강·알루미늄 관세 추가 확대 조짐
트럼프 "이익 많은 반도체 더 낼 수 있어"…불확실성도 지속
미국내 車 관세 日보다 높은 비상 상황…하반기 실적 우려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김보경 오예진 한지은 김민지 기자 = 미국이 철강·알루미늄 관세와 자동차부품 관세 확대를 위한 절차에 착수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반도체에 대한 고율 관세를 또다시 거론하면서 국내 산업계의 긴장이 크게 고조되고 있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큰 틀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세부 사항에 대한 이견으로 최종 적용이 미뤄지면서 미국 내 한국 차가 일본 차보다 높은 관세를 적용받는 사태가 빚어지는 등 트럼프발 관세전쟁의 여파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 "철상 생태계 연쇄적 어려움 우려"…정부 역할 호소
17일 재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미 정부가 철강·알루미늄 관세 대상을 확대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하면서 업계의 추가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전날 미 상무부는 철강이나 알루미늄을 사용해 만든 파생 제품 중 관세 부과 대상으로 추가할 품목에 대한 의견을 접수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국가 안보상의 이유로 수입을 제한할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하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철강과 알루미늄, 그리고 이들 원재료로 만든 파생 제품에 대한 50%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어 냉장고, 건조기, 세탁기, 식기세척기 등 가전제품에 사용된 철강에도 50% 관세를 부과하는 등 적용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7월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액이 2억8천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약 26% 감소하는 등 본격적인 관세 충격에 직면했다.
7월 들어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량은 19만4천t으로 눈에 띄게 감소하며 1년 6개월 만에 처음 20만t 아래로 떨어졌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또다시 철강을 관세 타깃으로 삼으면서 업계는 연쇄 충격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한 철강기업 관계자는 "50%의 관세를 적용받는 철강파생상품의 범위가 확대된다면 전방산업에 부담이 가중되는 것은 물론 철강산업 생태계 전반에 연쇄적 어려움이 예상된다"면서 "국내외 전략을 수시로 점검하고 고객사들과 긴밀하게 협의해 수출에 받는 영향을 최소화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철강회사 관계자는 "사실상 정부의 역할이 중요할 것 같다"면서 "관세 확대의 영향을 면밀히 파악하고 업계의 어려움과 대응책을 업계와 함께 논의해 해결책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트럼프 고강도 흔들기에 반도체 긴장도 고조
반도체 업계도 100%로 예고된 품목 관세 발표가 미뤄지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이 더해지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협상과 관련해 "반도체는 더 낼 수 있고, 의약품도 더 낼 수 있다. 이들은 이익률이 (자동차보다) 더 높다"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의 자동차 관세가 15%로 정해진 데 대한 자국 자동차 업계의 불만이 제기되자 반도체에 대한 추가 압박 카드를 꺼낸 것이다.
상무부는 이미 철강과 같은 절차에 따라 반도체와 반도체 제조장비, 파생제품 수입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8월 중 예고됐던 발표는 계속해서 늦춰지고 있고,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에 대해 관세율 100%를 거론하며 고강도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상무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을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프로그램에서 제외하며 중국 내 반도체 장비에 대한 포괄적 허가를 취소한다고 발표했고, 이로 인해 공장 운영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밖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 관세 면제를 위한 자국 내 생산시설 건설을 요구하고, 인텔에 대한 보조금을 출자 전환해 지분을 확보하면서 미국 내 사업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외에 아직 명확한 게 없어서 답답하다"며 "현재로선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조속히 불확실성이 해소되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3분기 현대차 영업익 1조원 감소할 수도"
국내 자동차 산업도 최대 라이벌 국가인 일본이 한발 앞서 미국 내 자동차 관세를 15%로 인하하는 데 성공하면서 큰 후폭풍이 몰아칠 조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일 관세 협상 타결 이후 일본 자동차 관세를 먼저 내렸으나, 우리나라는 기존 25%에서 15%로의 관 인하에 합의하고도 후속 조치에 대한 이견으로 여전히 25% 관세율이 유지되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한국 차에 일본 차보다 높은 관세가 부과된 것은 지난 2012년 3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한국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차량에 대한 관세가 0%가 된 후 처음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국가에 25%의 자동차 관세가 부과될 때보다 현대차그룹 등 한국 자동차 업계가 겪는 타격은 더 클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현대차와 기아는 자동차 품목 관세로 지난 2분기 각각 8천282억원, 7천860억원을 비용으로 부담한 바 있다.
SK증권은 대미 관세 영향으로 현대차와 기아가 올해 3분기 각각 1조원, 7634억원의 영업이익 감소를 경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여기에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부과 대상을 자동차 부품으로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상무부는 전날 관보에 철강·알루미늄 외에도 자동차 부품을 관세 부과 대상에 추가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절차도 안내했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 정부가 국익을 훼손하면서까지 협상을 진전시키지는 않겠다는 기조가 보이는 만큼 산업계는 당분간 피해를 보더라도 마음 졸이면서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각에서는 협상 테이블을 뒤집어엎는 게 낫지 않겠냐는 목소리도 나오는데, 이 경우 미국에서 징벌적으로 관세를 조정할 수 있어 조심스럽게 판단해야 한다"며 "관세 협상이 '뉴노멀'이라고 보면, 앞으로의 협상은 미국이 필요한 부분을 빨리 파악해서 제시하고 조율하는 방식의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jo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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