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아야 한다'…이커머스 생존전쟁 속 '옥석가리기'
합종연횡·배송 속도전·해외 진출 등 생존 전략 다변화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국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계에서 '승자 독식' 구조가 굳어지면서 '합종연횡'과 배송 속도전, 오프라인 매장, 해외 진출 등 생존 전략이 다변화하고 있다.
지난해 티몬·위메프 대규모 미정산 사태(티메프 사태) 후 중소 이커머스의 입지는 더 좁아졌고 종합몰 부문에서는 대기업그룹 계열들조차 힘을 쓰지 못한 채 창업 기업인 쿠팡과 네이버 양강 구도가 굳어지는 양상이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커머스 업계는 1990년대 후반 태동 이후 끊임없이 변화와 도전에 직면했다.
인터파크·옥션·G마켓(지마켓)·11번가가 가장 먼저 등장했고, 2010년에 티몬과 쿠팡, 위메프 등 소셜커머스 업체가 우후죽순 늘었다.
온라인쇼핑은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기간 급성장해 지난해 온라인 유통 매출 비중이 처음으로 50%를 넘어 오프라인 부문을 꺾었다.
이커머스에 고객을 빼앗긴 백화점·대형마트·기업형 슈퍼마켓은 실적이 부진한 점포를 정리하고 직원 수를 줄이며 산업구조 변화에 적응 중이다. 편의점도 올해 들어 업황 둔화로 역성장했다.
온라인쇼핑에서도 쿠팡과 네이버를 제외한 나머지 업체가 고민이 크다. 여기에 2023년 하반기부터 알리익스프레스·테무가 한국 시장에 빠른 속도로 침투했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종합몰 월간활성이용자(MAU)는 쿠팡이 3천422만명으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지마켓(G마켓·옥션) 934만명, 알리익스프레스 920만명, 테무 812만명, 네이버 431만명 등 순이다.
쿠팡은 지난해 매출 41조원, 영업이익 6천23억원을 달성해 창업 후 14년간 연평균 60%의 매출 성장을 거뒀다.
반면 지마켓(-674억원), 쓱닷컴(-727억원), 롯데온(-685억원), 11번가(-754억원) 등은 모두 수백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티메프 사태로 소비자들이 중소업체 이용을 꺼리면서 1300k(천삼백케이), 바보사랑, 알렛츠 등이 폐업했고 명품 플랫폼 발란도 기업회생(법정관리) 절차를 밟고 있다. 11번가는 수년째 매각을 추진하고 있으나 인수 희망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올해 이커머스 업계는 생존을 위한 자구책을 찾아 협업이나 인수 등의 '합종연횡'에 나섰다.
네이버는 지난 3월 쇼핑앱 '네이버플러스스토어'를 내놓고 오픈마켓 사업자로서의 시작을 알렸다. 이달부터 새벽배송 강자로 꼽히는 컬리와 손잡고 '컬리N마트'를 개시해 신선식품 분야를 강화했다.
지마켓은 알리익스프레스와 동맹을 맺었다. 지마켓은 입점 판매자 60만명의 상품 2천만종을 알리바바 인터내셔널 플랫폼을 통해 수출하고,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의 한국 상품 전용관 '케이베뉴'에도 입점시키기로 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중국 제품 직구 사업뿐 아니라 한국 내 오픈마켓 사업 품목을 대폭 늘린다. 이에 중국산 제품이 지마켓 플랫폼을 통해 대량 유입될 가능성도 있다.
또 다른 C커머스(중국계 이커머스) 직구 플랫폼 테무도 지난 2월부터 한국에서 오픈마켓 사업을 시작했으며 국내 상주 직원 채용에 이어 지사 개설을 검토하면서 확장에 골몰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C커머스의 사업이 확장될수록 유해 상품 유입·개인정보 침해 가능성을 우려한다. 특히 중국 업체의 막강한 자본력에 따른 가격 경쟁 심화로 국내 중소 이커머스 업체가 고사할 수 있다는 염려도 있다.
업계 1위 쿠팡은 C커머스의 한국 진출을 경계하며 전국에 '쿠세권'(로켓배송 가능 지역)을 구축 중이다.
쿠팡은 작년부터 3년간 3조원 이상을 투입해 전국 9개 지역에 물류 시설을 추가로 지을 계획이다. 로켓배송은 전국에 그물망처럼 설치한 물류센터에 상품을 직매입하는 방식이다.
다른 이커머스 업체들도 CJ대한통운이 올해 1월부터 주7일 배송을 시작하면서 주7일·빠른 배송 서비스를 속속 강화했다.
패션과 식품·뷰티 등 특정 부문을 전문화한 버티컬 커머스도 생존을 위해 안간힘을 쓴다.
와이즈앱·리테일의 지난달 버티컬 커머스 MAU를 보면 CJ올리브영이 950만명으로 1위다. 다음으로 에이블리 917만명, 무신사 689만명, 지그재그 407만명, 오늘의집 362만명, 컬리 349만명 순이다.
올리브영은 고객이 모바일 앱과 온라인몰에서 주문한 제품을 주소지 근처 오프라인 매장에서 바로 배달 업체에 맡겨 물류센터에서 발송할 때보다 훨씬 빠르게 배송하고, 매장 재고 관리 효과까지 동시에 얻는다.
무신사는 국내 오프라인 매장 확장에 이어 중국과 일본 등 해외 오프라인 매장 개설에 나섰다.
에이블리는 성수동에 글로벌 전용 풀필먼트(통합물류) 센터를 신설하고 오프라인 공간도 처음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컬리는 최근 네이버와 손잡은 컬리N마트 사업과 미국에 오픈한 컬리USA몰 사업, 다음 달 예정된 뷰티페스타와 연말 푸드페스타 등 오프라인 행사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쇼핑 고객이 과거에는 같은 제품이면 한 푼이라도 저렴한 플랫폼에서 구매했으나 지금은 플랫폼의 자본력에 바탕을 둔 신뢰도와 개인 맞춤형 상품 추천, 빠른 배송까지 다양한 요소를 고려한다"며 "그야말로 옥석을 가리기 위한 소리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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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종연횡·배송 속도전·해외 진출 등 생존 전략 다변화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국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계에서 '승자 독식' 구조가 굳어지면서 '합종연횡'과 배송 속도전, 오프라인 매장, 해외 진출 등 생존 전략이 다변화하고 있다.
지난해 티몬·위메프 대규모 미정산 사태(티메프 사태) 후 중소 이커머스의 입지는 더 좁아졌고 종합몰 부문에서는 대기업그룹 계열들조차 힘을 쓰지 못한 채 창업 기업인 쿠팡과 네이버 양강 구도가 굳어지는 양상이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커머스 업계는 1990년대 후반 태동 이후 끊임없이 변화와 도전에 직면했다.
인터파크·옥션·G마켓(지마켓)·11번가가 가장 먼저 등장했고, 2010년에 티몬과 쿠팡, 위메프 등 소셜커머스 업체가 우후죽순 늘었다.
온라인쇼핑은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기간 급성장해 지난해 온라인 유통 매출 비중이 처음으로 50%를 넘어 오프라인 부문을 꺾었다.
이커머스에 고객을 빼앗긴 백화점·대형마트·기업형 슈퍼마켓은 실적이 부진한 점포를 정리하고 직원 수를 줄이며 산업구조 변화에 적응 중이다. 편의점도 올해 들어 업황 둔화로 역성장했다.
온라인쇼핑에서도 쿠팡과 네이버를 제외한 나머지 업체가 고민이 크다. 여기에 2023년 하반기부터 알리익스프레스·테무가 한국 시장에 빠른 속도로 침투했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종합몰 월간활성이용자(MAU)는 쿠팡이 3천422만명으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지마켓(G마켓·옥션) 934만명, 알리익스프레스 920만명, 테무 812만명, 네이버 431만명 등 순이다.
쿠팡은 지난해 매출 41조원, 영업이익 6천23억원을 달성해 창업 후 14년간 연평균 60%의 매출 성장을 거뒀다.
반면 지마켓(-674억원), 쓱닷컴(-727억원), 롯데온(-685억원), 11번가(-754억원) 등은 모두 수백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티메프 사태로 소비자들이 중소업체 이용을 꺼리면서 1300k(천삼백케이), 바보사랑, 알렛츠 등이 폐업했고 명품 플랫폼 발란도 기업회생(법정관리) 절차를 밟고 있다. 11번가는 수년째 매각을 추진하고 있으나 인수 희망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올해 이커머스 업계는 생존을 위한 자구책을 찾아 협업이나 인수 등의 '합종연횡'에 나섰다.
네이버는 지난 3월 쇼핑앱 '네이버플러스스토어'를 내놓고 오픈마켓 사업자로서의 시작을 알렸다. 이달부터 새벽배송 강자로 꼽히는 컬리와 손잡고 '컬리N마트'를 개시해 신선식품 분야를 강화했다.
지마켓은 알리익스프레스와 동맹을 맺었다. 지마켓은 입점 판매자 60만명의 상품 2천만종을 알리바바 인터내셔널 플랫폼을 통해 수출하고,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의 한국 상품 전용관 '케이베뉴'에도 입점시키기로 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중국 제품 직구 사업뿐 아니라 한국 내 오픈마켓 사업 품목을 대폭 늘린다. 이에 중국산 제품이 지마켓 플랫폼을 통해 대량 유입될 가능성도 있다.
또 다른 C커머스(중국계 이커머스) 직구 플랫폼 테무도 지난 2월부터 한국에서 오픈마켓 사업을 시작했으며 국내 상주 직원 채용에 이어 지사 개설을 검토하면서 확장에 골몰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C커머스의 사업이 확장될수록 유해 상품 유입·개인정보 침해 가능성을 우려한다. 특히 중국 업체의 막강한 자본력에 따른 가격 경쟁 심화로 국내 중소 이커머스 업체가 고사할 수 있다는 염려도 있다.
업계 1위 쿠팡은 C커머스의 한국 진출을 경계하며 전국에 '쿠세권'(로켓배송 가능 지역)을 구축 중이다.
쿠팡은 작년부터 3년간 3조원 이상을 투입해 전국 9개 지역에 물류 시설을 추가로 지을 계획이다. 로켓배송은 전국에 그물망처럼 설치한 물류센터에 상품을 직매입하는 방식이다.
다른 이커머스 업체들도 CJ대한통운이 올해 1월부터 주7일 배송을 시작하면서 주7일·빠른 배송 서비스를 속속 강화했다.
패션과 식품·뷰티 등 특정 부문을 전문화한 버티컬 커머스도 생존을 위해 안간힘을 쓴다.
와이즈앱·리테일의 지난달 버티컬 커머스 MAU를 보면 CJ올리브영이 950만명으로 1위다. 다음으로 에이블리 917만명, 무신사 689만명, 지그재그 407만명, 오늘의집 362만명, 컬리 349만명 순이다.
올리브영은 고객이 모바일 앱과 온라인몰에서 주문한 제품을 주소지 근처 오프라인 매장에서 바로 배달 업체에 맡겨 물류센터에서 발송할 때보다 훨씬 빠르게 배송하고, 매장 재고 관리 효과까지 동시에 얻는다.
무신사는 국내 오프라인 매장 확장에 이어 중국과 일본 등 해외 오프라인 매장 개설에 나섰다.
에이블리는 성수동에 글로벌 전용 풀필먼트(통합물류) 센터를 신설하고 오프라인 공간도 처음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컬리는 최근 네이버와 손잡은 컬리N마트 사업과 미국에 오픈한 컬리USA몰 사업, 다음 달 예정된 뷰티페스타와 연말 푸드페스타 등 오프라인 행사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쇼핑 고객이 과거에는 같은 제품이면 한 푼이라도 저렴한 플랫폼에서 구매했으나 지금은 플랫폼의 자본력에 바탕을 둔 신뢰도와 개인 맞춤형 상품 추천, 빠른 배송까지 다양한 요소를 고려한다"며 "그야말로 옥석을 가리기 위한 소리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noano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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