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산업 EB 분쟁에 관심↑…거버넌스포럼 "주주권익 침해하는 판단 바뀌어야"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를 경영진이 재량껏 처분할 수 있는 '자산'으로 보는 현행 판례가 주주 권익 침해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22일 서울 여의도 IFC에서 세미나를 열고 "최근 태광산업의 자사주 교환사채(EB) 발행을 둘러싼 분쟁 때문에 이 문제가 다시 조명 받고 있다"며 이처럼 밝혔다.
사측이 보유한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는 '껍데기 지분'이지만, 이를 제삼자에 넘기면 의결 권한이 되살아나 종전 주주의 지분율에 영향을 준다.
이에 따라 사측의 자사주 처분이 소수주주에게 불이익을 주는지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지만, 우리 대법원은 2010년 판례로 자사주를 경영 판단에 따라 매도할 수 있는 자산으로 인정한다.
자사주가 회사 부동산이나 영업권 등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올해 6월 태광산업[003240]이 애경산업[018250] 인수 자금을 마련하고자 보유 자사주 전량인 약 24.4%에 대해 교환사채(EB) 발행을 결정하면서 다시 주목받았다.
태광산업 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이 'EB 발행이 주주와 회사에 피해를 준다'며 이를 금지해달라는 가처분신청을 냈지만, 이번 달 초 법원은 이를 기각하고 회사 손을 들어줬다.
천준범 변호사(와이즈포레스트 대표)는 이날 거버넌스포럼 세미나에서 한 발표에서 "사측이 자사주를 취득할 때는 주주 평등 원칙에 따라 모든 주주에 통지·공고하고 공개매수 절차를 밟는다. 반대로 자사주 처분 때는 이 평등 원칙을 무시하고 이사회 재량만으로 모든 결정을 할 수 있어 법적 모순이 크다"고 주장했다.
천 변호사는 "사측의 자사주 취득 때 주식을 팔지 않은 주주는 '나는 현금 대신 지분율을 갖겠다'고 명백히 의사 표시를 했다"며 "사측의 일방적 자사주 처분은 이런 주주의 법적 이익에 대해 보호가 이뤄지지 않는 결과를 빚는다"고 지적했다.

천 변호사는 이 때문에 자사주 처분에 대해서도 기존 주주 우선권을 보장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 상법은 새로 발행되는 신주에 대해서는 주주의 우선 인수권을 인정하지만, 자사주에 관해선 규정이 없다.
천 변호사는 "자사주는 회계상으로 회사 자산으로 인정되지 않는데, 우리 법원은 법적 논리만 들어 이를 자산으로 본다"며 "결국 경영진이 자사주 처분으로 회사의 주주 구성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게 용인하는 것인 만큼, 이에 반대하는 판례가 나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울대 법학전문대학원의 송옥렬 교수도 세미나에서 태광산업 EB 사건을 분석하며 최대주주의 독주 우려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송 교수는 "태광산업의 EB를 인수하는 증권사는 현실적으로 향후 EB를 최대주주의 의사에 반해 독자적으로 처리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이 사건은 특정 주주 이익을 위해 자기주를 처분하고 공평 대우 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평했다.
송 교수는 "다만 가처분신청 사건은 애초 고도의 소명을 요구한다"며 "이번 법원 결정은 이 법리를 기각한 것이 아니라 소명 문제 때문에 기각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를 의무적으로 소각하게 하는 상법 개정안을 이번 정기 국회에서 논의할 계획이다.
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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