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비우량 물량 비중 19→14%…중소형사는 여전히 리스크에 발목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 증권업계가 최근 몇 년간 증권사 실적 부진의 원흉으로 꼽혔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체질 개선에 성과를 내고 있다.
최근 1년간 증권사들의 부동산 PF 규모가 양적으로 늘었지만, 악성 물량을 크게 덜어내 질적 개선이 나타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애초 악성 물량이 상대적으로 많았고 양질의 신규 수주는 미미한 중소형사는 여전히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다.
29일 한국기업평가[034950]가 신용도를 평가하는 증권사 22곳의 부동산 PF 리스크를 분석한 결과 지난 6월 말 기준 증권사들의 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21조6천억원으로 1년 전의 18조5천억원보다 늘어났다.
증권사들의 자기자본 대비 PF 익스포저의 비중도 지난해 6월 말 28%에서 30%로 2%포인트 높아져, 전체적으로 양적 부담이 늘어난 모습이었다.
그러나 질적 부담은 완화됐다.
부동산 PF를 위험도에 따라 '양호', '보통', '유의', '부실우려'로 나눴을 때 전체 PF 중 유의·부실우려로 구분되는 비우량 물량의 비중은 최근 1년간 19.1%에서 14.2%로 감소했다.

이는 증권업계가 최근 1년간 자금 회수 가능성이 높은 양질의 사업 중심으로 신규 수주를 해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안정적인 지역과 유형의 부동산 사업에 집중하며 고위험군 비중을 낮췄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서울의 부동산 사업 비중이 최근 1년간 19.1%에서 30.2%로 11.1%포인트나 증가했다.
반면 지방 비중은 43.6%에서 37.2%로 6.4%포인트 하락했다.
경기·인천 지역의 비중도 37.3%에서 32.6%로 4.7%포인트 떨어져 전체적으로는 부동산 PF가 서울로 집중되는 모습이었다.
유형별로는 오피스빌딩의 비중이 5.0%에서 14.1%로 10%포인트 가깝게 커졌고, 안정적인 사업으로 분류되는 아파트의 비중도 54.8%에서 55.2%로 소폭 늘었다.
반대로 고위험군에 속하는 오피스텔, 물류센터, 생활형 숙박시설, 호텔·리조트 등은 증권사들이 기존 PF를 정리한 뒤 신규 수주를 자제하면서 비중을 줄였다.
대출 종류별로 따져볼 때도 상대적으로 연체 가능성이 높은 브릿지론이 전체 PF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최근 1년 새 30.6%에서 23.7%로 줄고, 변제 순위 기준으로 중·후순위의 비중도 54.5%에서 44.3%로 낮아졌다.
이처럼 선별된 양질의 사업 위주로 지난 1년간 신규 수주한 사업장의 PF는 10조4천억원으로, 같은 기간 종료된 사업장의 PF(9조2천억원)보다 많아 전체적으로 질적 개선이 나타났다.
하지만 중소형 증권사는 여전히 부동산 PF에 발목이 붙들린 모습이었다.
윤민수 한기평 연구원은 "중소형사들은 부실 사업장을 적극적으로 정리했음에도 질적 개선을 이룰 만큼의 신규 수주 유입이 없다 보니, 잔존 사업장의 PF 리스크가 두드러지면서 전반적으로 유의·부실우려 물량 비중이 커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또한 증권사들의 PF 리스크가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는 게 신용평가 업계의 시각이다.
신규 사업들이 지난 1년간은 양호한 진행 상황을 보였더라도 부동산 시장 침체기가 장기화되고 있는 만큼 추후 공사 지연이나 연체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또 잔존 사업장의 정리 속도가 예상만큼 빠르지 못한 점도 우려 요인으로 꼽힌다.
yk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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