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관세부담·경쟁심화로 실적 악화에도 신사업 R&D투자 지속 가능
글로벌사우스 입지강화…인도법인 올해 매출 4조·순익 4천억 기대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 LG전자가 인도법인의 현지 증시 상장을 통해 미래성장 재원을 확보하는 동시에 잠재력이 큰 신흥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신사업 연구개발(R&D)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인도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사우스'(Global South) 지역에서 입지를 강화하면서 어려운 경영 환경을 돌파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 경쟁력 핵심 '위닝 R&D' 위한 1.8조원 '실탄' 확보
LG전자는 30일 이사회를 열고 100% 자회사인 인도 현지법인 지분의 15%를 매각하기로 의결, 현지 상장의 마지막 단계에 돌입했다.
조만간 인도증권거래위원회(SEBI)의 최종 승인이 나면 내달 중 기업공개(IPO)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상장을 위해 매각하는 LG전자의 지분 평가액은 1조8천억원 수준으로 평가된다.
올해 2분기 말 LG전자 별도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1조1천억원임을 고려하면 이번 상장은 LG전자의 재무건전성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상장 방식도 신주발행 없이 기존 지분만 매각하는 구주매출이어서, 속도가 빠르고 이자비용 등 금융 리스크도 없다.
증권가도 이번 인도법인 상장이 LG전자 현금 흐름 개선과 재무지표 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미국 관세 부담과 시장 경쟁 심화 등 악화한 경영 환경 속에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7% 급감하는 등 실적이 크게 악화했다.
특히 TV 사업을 담당하는 MS사업본부가 판매 감소와 마케팅비 증가 영향으로 1천917억원 규모로 적자 전환하며 전체 실적의 발목을 잡았다.
이에 LG전자는 MS사업본부 대상으로 만 50세 이상 또는 저성과자 대상 희망퇴직을 시작했고, 최근에는 이를 전체 사업부로 확대했다.
LG전자가 전 사업부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것은 2023년 이후 2년 만이다.
이런 가운데 인도에서 대규모 자금이 유입될 경우 어려운 여건에서도 미래 사업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구광모 LG 회장은 최근 사장단 회의를 소집해 "중국 경쟁사들은 우리보다 자본, 인력에서 3배, 4배 이상의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며 구조적 경쟁력 강화를 위한 차별적 경쟁력의 핵심으로서 '위닝 R&D'를 강조했다.
LG전자는 지난해 역대 최대인 4조7천여억원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는 등 AI와 전장, 낸난방공조(HVAC) 등 미래 신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 조주완 "상장, 인도 잠재력 보고하는 것…국민 브랜드 될 것"
이번 인도 증시 상장은 수요 침체 장기화에 직면한 가전업계가 불황을 타개할 돌파구로써 글로벌 사우스 공략 강화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올해부터는 기존 성장전략에 '지역'이라는 전략의 축을 더해 성장 잠재력이 높은 유망 지역에서의 성장 가속화를 추진할 것"이라며 인도 등 글로벌 사우스에서의 사업 기회 발굴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인도에 대해선 "특히 경제 안정성과 성장성 관점에서 독보적"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인도는 현재 에어컨과 세탁기 보급률이 각각 10%, 20%를 밑돌 정도로 가전 보급률이 아주 낮은 상황이다.
하지만 내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천달러대에 진입하는 등 구매력이 있는 중산층이 크게 늘 것으로 전망되면서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LG전자는 주요 가전 제품군에서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라 있고, 최근에는 2년 연속 가장 일하고 싶은 회사로 꼽힐 정도로 브랜드 위상이 높다.
LG전자 인도법인은 올해 상반기 매출 2조2천829억원을 기록, 2년 연속 상반기 매출 2조원을 돌파했다.
순이익도 2천97억원으로 반기 기준 첫 2천억원을 넘어서는 등 매출과 순이익 모두 반기 기준 최대 기록을 세웠다.
올해는 처음으로 연간 매출액 4조원, 순이익 4천억원을 달성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LG전자는 지난 28년간 구축해 온 현지 사업 인프라를 기반으로 인도 특화 라인업, 생산·서비스·R&D 인프라 강화 등을 추진하며 사업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기존 노이다, 푸네 등에 이어 지난 6월 인도 남부 안드라프라데시주 스리시티에 인도 3공장을 착공했다.
이 공장은 인도 전역은 물론 중동과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등 인근 국가에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을 공급하는 글로벌 사우스 생산 거점 역할을 하게 된다.
조 CEO는 지난 1월 인도법인의 상장에 대해 "인도 시장의 잠재력을 보고 하는 것이고 자금 유입은 부가적인 것"이라며 "지금도 인도에서 모든 제품이 1등을 하고 있지만 여기서 끝을 내고 싶진 않다. 인도에서 정말 사랑받는 국민 브랜드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jo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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