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평 소음기준, 부지면적 무관 주택법 기준 적용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
환경법 실외소음 대신 주택법 실내소음 적용시 인허가 단축·가구수 증가 효과
공공택지는 무조건 주택법 적용토록 법 개정…"공공주택 가구수 8∼10% 늘 것"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 서울의 A아파트는 사업부지 면적이 30만㎡ 이상으로, 환경법령상의 외부 소음 기준을 맞추기 위해 도로변에 15m 높이의 방음벽을 설치해야 한다.
그런데 같은 도로를 마주하고 있는 건너편 B단지는 부지 면적이 30만㎡ 미만으로 주택법령 상의 실내 소음 기준을 적용받아 방음벽 높이를 4m 높이로 설치하면 된다.
서로 같은 도로를 마주하고 있는데 사업부지 면적 차이로 적용되는 법이 달라 방음벽 높이도 달라진 것이다.
이 때문에 주민 민원이 발생해 인허가가 상당기간 지연됐다. 방음벽은 높이가 올라갈수록 높은 풍하중을 견디도록 시공해야 해 건설 비용이 3∼4배는 더 든다.
환경법령상의 외부 소음 기준을 맞추려면 일부 가구수 축소도 감수해야 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사업부지 면적과 관계없이 환경법 대신 주택법상 기준을 따를 수 있도록 소음 기준이 완화된다.
정부는 소음 기준 합리화로 주택건설 인허가 절차가 빨라지는 것은 물론 사업비 절감, 가구수 증가 등 '1석3조'의 트리플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 방음벽 설치 등 소음 기준 적용 제각각…"민원 확대, 가구수 손실도"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발표한 9·7 공급대책에는 건설업계의 고질적인 제도 개선 요구 사항 중 하나가 포함됐다.
바로 환경영향평가의 소음 기준이다.
현재 부지 면적이 30만㎡ 이상인 사업지는 기후부의 일반 환경영향평가가 적용되지만, 15만㎡ 이상∼30만㎡ 이하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거나 지자체 조례에 따라 주택법령상의 소음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
그러나 기후부와 지자체의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평가 위원이나 지자체가 일방적으로 주택법 대신 환경법상 실외소음 기준을 따르도록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현재 주택법과 주택건설에 관한 기준 등 주택 관련 법령에서는 공동주택 1∼5층의 저층부는 실외소음도(65dB 미만)를, 6층 이상의 고층부는 실외소음 기준 없이 실내소음도(45dB 미만)만 평가한다.
대부분의 아파트가 6층 이상 고층으로 지어지는데, 고층부로 갈수록 인근 도로 등에서 올라오는 소음이 증폭돼 방음벽 설치만으로는 실외소음 저감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방음벽이 자연재해에 취약하고 '방음벽 조망권'에 대한 입주민의 불만이 크다는 점, 유지관리가 어렵다는 점도 현실적인 문제도 지적된다.
방음벽 설치 비용은 건설 비용 증가와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져 사업성에도 부담이 된다.
반면, 환경정책기본법 등 환경법령에서는 층수와 무관하게 오로지 실외 소음도(주간 65dB, 야간 55dB 미만)만 지키도록 규정한다.
건설업계는 저층부는 방음벽, 방음둑, 방음림 등의 설치로 실외 소음을 줄일 수 있지만 30∼40층 높이의 고층 아파트에선 사실상 기준 충족이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한다.
붕괴위험이나 도시 미관, 유지관리 등의 문제로 방음벽을 30, 40층 높이까지 올릴 수 없기 때문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최신 창호기술 고도화로 기밀·차음 성능이 뛰어난 창호를 설치하면 초고층에서도 실내 소음은 충분히 차단되지만 외부 소음은 방음벽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며 "이는 방음뿐 아니라 도로 교통 등 소음원 자체를 직접 규제해야 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로 환경영향평가에서는 주택법 적용이 가능함에도 환경법 적용을 요구하는 사례가 많다.
이 때문에 인허가가 지연되고, 소음 기준을 맞추기 위해 층고를 낮추거나 동(동)을 없앨 경우 가구수 감소에 따른 막대한 손실도 감수해야 했다.
소음 관련 적용 기준이 사업부지 면적에 따라 다르다 보니 같은 도로를 두고도 방음벽 설치 기준이 달라져 주민 민원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택지지구나 사업부지가 큰 곳은 방음벽 설치 비용에 수백억원의 비용이 요구되는데, 실외 소음 기준을 맞추기 위해 인허가가 지연되고 가구수까지 줄여야 한다면 사업성 전체에도 문제가 생긴다"며 "주택 인허가 과정에서 가장 까다롭고 힘든 절차 중 하나가 바로 환경영향평가"라고 말했다.

◇ 공공주택은 모두 주택법 기준 적용…"공공주택 8∼10% 가구수 증가 기대"
정부는 이에 따라 이번 9·7 공급대책에서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소규모를 포함한 모든 주택 관련 환경영향평가에서 환경법상의 소음 기준 외에 주택법상의 소음기준도 고려할 수 있도록 기후부의 환경영향평가 안내서를 개정해 명시하는 것이다.
또한 기후부 안내서 개정에 맞춰 실내소음 기준을 대지면적 제한 없이 적용할 수 있도록 주택건설기준도 개정할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앞으로 환경영향평가를 받을 때 기후부의 외부 소음기준만 고려하지 말고 단지 상황이나 주변 여건에 따라 주택법령의 기준도 적용할 수 있도록 선택의 폭을 넓혀주자는 취지"라며 "최종 결정은 환경영향평가 위원이나 지자체가 하지만 평가 기준에 주택법 적용을 선택할 수 있도록 명시하는 만큼 이를 따르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공공택지에 건설하는 공공주택에 대해서는 대지면적에 관계없이 무조건 주택법령 상의 소음기준을 적용하도록 특례를 만들기로 했다.
이를 위해 조만간 의원입법 형태로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자체 시뮬레이션 결과 택지지구내 공공주택의 건립 가구수가 종전보다 8∼10%가량 늘어나는 순증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도심지에 건설되는 공공도심복합사업에서는 15∼20%의 가구수 증가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
업계는 경부고속도로변에 건설되는 서울 서초구 서리풀지구의 경우 가구수 손실없이 고밀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공택지는 주로 기후부 환평 대상인 30만㎡ 이상 대규모 부지가 많고, 30만㎡ 미만 지구에서도 공공주택이라는 이유로 거의 예외없이 기후부의 외부 소음 기준을 따라야 했는데 앞으로 법 개정이 이뤄지면 주택법령상의 실내소음 기준 적용이 가능해진다"며 "공공택지내 가구 수를 확대하고 고밀개발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민간 택지 사업은 지자체와 기후부의 의지에 달려 있다. 제도적으로 주택법을 적용할 근거는 마련되지만 법상 의무가 아니라 환경영향평가 주체의 선택에 달린 문제여서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공택지는 법에 아예 명시를 한다지만 정비사업을 비롯한 민간 택지에선 여전히 환경영향평가 위원과 지자체의 선택에 따라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며 "공급 확대를 위해 전향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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