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베르 바댕테르, 미테랑 대통령 때인 1981년 사형제 폐지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1981년 프랑스에서 사형제 폐지를 주도한 로베르 바댕테르 전 법무부 장관이 9일(현지시간) 프랑스 국립묘지 팡테옹에 잠든다.
엘리제궁은 "1981년 10월9일 사형제 폐지 44년 만에 프랑스 공화국의 보편적 가치에 충실하며 사형제 폐지를 이룬 인물이 팡테옹에 안장된다"고 밝혔다.
엘리제궁은 바댕테르 전 장관을 "사법계의 핵심 인물이자 프랑스 역사의 결정적 주역"으로 칭하며 그가 프랑수아 미테랑 당시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사형제 폐지와 프랑스 사법 제도를 혁신적으로 개혁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1789년(대혁명)의 정신을 계승한 인물"이라고 덧붙였다.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1928년 파리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바댕테르 전 장관은 제2차 세계대전 중 리옹에서 아버지가 체포되는 것을 목격했다. 그의 부친은 폴란드로 강제 이송된 후 사망했다.
1965년 사법 시험에 합격한 그는 변호사로 10여년 간 활동하며 사형제 폐지의 가장 강력한 옹호자가 됐다. 미테랑 전 대통령 시절인 1981년 법무장관에 발탁돼 그해 사형제 폐지를 주도하고 1986년까지 각종 프랑스 사법 제도 개혁을 이뤄냈다.
법무장관을 마친 뒤엔 곧바로 헌법재판소장으로 자리를 옮겨 1995년까지 재임했다.
사회당 상원의원도 역임한 그는 지난해 2월 파리에서 사망했다.
그가 이뤄낸 사형제 폐지는 2007년 2월 당시 자크 시라크 대통령의 요청으로 프랑스 헌법에 명시됐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해 2월 그의 사망 후 열린 국가 추모식에서 "그의 이름은 인류의 진보와 프랑스를 위해 많은 일을 한 이들의 곁에 새겨져야 한다"며 그의 팡테옹 안장 소식을 발표했다.
안장식은 이날 오후 6시40분 마크롱 대통령의 주재로 엄수된다.

이날 안장식에 앞서 파리 근교 바뉴 공동묘지에 있는 바댕테르 전 장관의 묘가 훼손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의 묘비에 누군가 파란색 페인트로 "살인자들, 소아성애자들, 강간범들, 공화국이 그를 성인으로 추앙한다"고 낙서했다. 사형제 폐지 반대론자의 소행으로 추정된다.
마크롱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그의 기억을 더럽히려 한 자들에게 부끄러움을"이라며 "공화국은 증오보다 항상 더 강하다"고 적었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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