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탈 전 총리 "모든 것 장악하려는 집착 인상 주지 말아야"
사임한 환경장관도 "새 총리, 이전 정부들과 단절해야"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10일(현지시간) 새 총리 임명을 앞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 집권당 안팎에서 분권을 요구하는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중 사임한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총리의 후임을 지명한다. 이에 앞서 오후 2시30분 엘리제궁에 범여권과 의회 내 야당 대표들을 불러 총리 임명에 관한 의견을 공유할 예정이다. 정치 이념 스펙트럼의 양극단에 있는 극좌정당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와 극우 국민연합(RN)은 초청 대상에서 제외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마크롱 대통령이 사임한 르코르뉘 총리를 재지명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르코르뉘 총리 본인은 지난 8일 프랑스2 방송에 출연해 "내 임무는 완전히 끝났다. (총리직에) 돌아가지 않겠다"며 선을 그었다.
범여권은 지난해 마크롱 대통령의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 이후 의회 내 주도권을 빼앗겨 정치적 불안정이 이어지고, 그 여파로 총리가 자주 교체되면서 이제 집권당 내에서조차 마크롱 대통령이 통치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분출하고 있다.
집권당 르네상스의 대표이자 지난해 의회 해산 전까지 마크롱 대통령의 신임을 받고 정부를 이끈 가브리엘 아탈 전 총리가 그 선두에 있다.
아탈 전 총리는 이날 아침 프랑스2 방송에 출연해 "대통령께 1년 넘게 말해 온 바, 즉 '누구'보다 '무엇'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점을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1년간 세 차례나 정당들이 핵심 사항과 타협점에 합의하기도 전에 총리가 임명됐고, 그 총리들은 매번 축출되거나 사임 압박을 받았다"며 "먼저 정당 간 대화를 나누고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권력을 공유해야 하며 모든 것을 장악하려는 집착을 보인다는 인상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르네상스 소속 아녜스 파니에 뤼나셰르 환경장관도 라디오 프랑스앵포에 "새 총리는 마크롱 진영에 속하지 않은 인물이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프랑스 국민은 변화를 기대한다. 새 총리는 이전 정부들과 단절해야 한다"며 "우리는 프랑스 국민이 전하는 메시지를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해 조기 총선에서 좌파 연합이 의회 내 1위 자리를 차지했음에도 관례를 깨고 연달아 범여권이나 우파 출신 인물을 총리로 기용하며 자신의 정책을 밀어붙이려 했다.

그러나 마크롱 대통령의 마지막 카드로 여겨진 르코르뉘 총리마저 27일 만에 스스로 물러나면서 더 이상 고집을 부릴 수 없는 상황에 몰렸다.
좌파 진영은 그 어느 때보다 총리 배출 가능성이 커진 터라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마린 통들리에 녹색당 대표는 TF1 방송에서 집권당 내 변화 움직임을 언급하며 "마크롱을 제외한 모두가 움직이고 있다. 그에게는 더 이상 좌파 총리를 임명하지 않을 변명이 없다"며 "이제 좌파에 권력을 넘겨야 한다"고 요구했다.
프랑스 헌법학자 드니 바랑제, 올리비에 보 교수도 이날 일간 르몽드에 게재한 공동 기고문에서 "의회 해산 후 이어진 세 차례의 비실질적인 정부 지명을 통해 드러난 바와 같이, 대통령은 다수당 부재 시 반드시 정치적 균형을 고려해야 한다"며 마크롱 대통령의 실수를 지적했다.
이들은 이어 "그는 더 이상 정권의 실세처럼 행동할 수 없으며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면서 "마크롱 대통령이 이 현실을 이해하지 못했기에 그는 이제 완전히 고립됐고 국가를 전례 없는 제도적 교착 상태에 빠뜨렸다"고 비판했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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