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정부, 반도체 기업 경영권 장악 배경

(서울=연합뉴스) 황정우 기자 = 최근 네덜란드 정부가 중국 기업의 자회사인 자국 반도체 업체 넥스페리아의 경영권을 장악하는 비상조치를 발동한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경고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지난 6월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네덜란드 외무부와 회의에서 "(미 상무부) '수출규제명단'(Entity list) 예외 자격을 얻으려면 (넥스페리아) 최고경영자(CEO)가 교체돼야 하는 게 거의 확실하다"고 지적했다.
BIS 측은 "해당 기업의 CEO가 여전히 동일한 중국인 소유주라는 사실 자체가 문제"라고 했다.
이런 발언은 네덜란드 법원 판결로 이날 공개된 양측간 회의록에 담겼다.
중국 테크업체 ZTE 연구원 출신 장쉬에젱이 설립한 윙테크는 지난해 미 상무부 '수출규제 명단'에 올랐다. 지난달 미국 정부는 규제 대상을 명단에 오른 기업의 자회사까지로 확대했다.

앞서 네덜란드 정부는 장쉬에젱 윙테크 회장이 가진 넥스페리아의 집행역 이사 지위와 넥스페리아의 지주회사인 '넥스페리아 홀딩'의 비집행역 이사 지위를 정지시켰다.
윙테크는 상하이 증권거래소 공시를 통해 네덜란드 정부가 넥스페리아나 그 자회사들의 자산, 지식재산권, 사업, 인력에 대해 윙테크가 앞으로 1년간 변동을 가하지 못하도록 9월 30일에 명령을 내렸다고 전했다.
네덜란드 정부는 사상 처음으로 '상품 가용성 법'을 발동해 이런 조치를 내렸다.
네덜란드 정부는 "넥스페리아 내 심각한 거버넌스상 결점들과 행위들"을 그 이유로 들었을 뿐 자세한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옛 '필립스반도체'의 후신인 'NXP 반도체'에서 분리돼 설립된 넥스페리아는 최첨단 칩은 아니지만 유럽 자동차 업계와 가전업계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칩 등을 생산한다.
미국 정부의 최후통첩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으로 격화되는 미중 간 갈등 속에서 유럽 기업이 어떻게 휘말리고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블룸버그는 평가했다.
세계 1위 반도체 장비 업체인 네덜란드 ASML 역시 미국의 압력으로 인해 중국에 대한 일부 장비 수출을 중단해야 했다.
jungwo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