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유신, 오늘부터 정책 협의…양당 의석수 합치면 정권 확보 가능
유신, 20일까지 협력여부 결론…새연정 수립시 보수화 흐름 가속화 전망
野단일화 동력은 약화…입헌민주-국민민주, 개헌 등서 견해차 여전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이합집산 추진 속 표류하는 듯했던 일본 정국이 집권 자민당과 제2야당 일본유신회의 정책 협의 개시 합의로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의 총리 선출 가능성이 다시 매우 커지는 분위기다.
자민당은 유신회와 연립 정권을 꾸려 안정적 정권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심산이고, 유신회는 자민당과 협력해 '오사카 부(副)수도' 등 원하는 정책을 실현한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정계 개편을 통해 자민당과 유신회가 새 연정을 수립한다면 일본의 보수화 흐름이 한층 가속될 것으로 분석된다. 자민당의 이전 연정 상대인 공명당은 중도 보수 성향이지만, 유신회는 보수 성향이 더 강한 편이다.

◇ 고이즈미 바랐던 유신회, 방침 급선회…"총리 선거서 다카이치 찍을 수도"
16일 요미우리신문,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자민당 다카이치 사나에 총재는 전날 유신회 요시무라 히로후미 대표 등과 국회에서 회담했다.
양측은 연정 구성을 염두에 둔 정책 협의를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첫 회의는 이날 오후 열릴 것으로 보인다.
다카이치 총재는 오는 21일께 치러질 것으로 전망되는 총리 지명선거에서 협력해 달라고 요청했고, 두 정당의 기본 정책이 거의 일치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요시무라 대표는 정책 협의가 성과를 낸다면 총리 지명선거에서 유신회가 다카이치 총재를 지지할 것이라는 뜻을 나타냈다.
총리 지명선거는 사실상 중의원(하원) 투표 결과에 따라 결정된다. 두 정당의 중의원 의석수를 합치면 231석으로 과반인 233석에 근접해 다카이치 총재가 당선될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
자민당과 유신회는 헌법 개정에 적극적이고, 외국인 규제 강화 등에서도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공명당은 연정에서 이탈하기 전 다카이치 총재에게 과도한 외국인 배척을 지적했지만, 유신회는 '외국인 유입 총량 제한'을 바라고 있다.
양측이 실시할 정책 협의에서는 오사카 부수도 지정, 사회보장제도 개혁이 핵심이 될 것이라고 현지 언론은 관측했다.
간사이 지방 핵심 도시인 오사카에 거점을 둔 유신회는 과거 오사카부를 도쿄와 위상이 같은 '도'(都)로 만드는 정책을 추진했으나 실패했다.
이에 오사카를 수도권 재해 발생 시 기능을 대체하는 '부수도'로 만들려 하고 있다. 요시무라 대표는 오사카부 지사이기도 하다.
유신회는 기업·단체 헌금(후원금) 금지를 주장해 왔는데, 이 문제도 양당 협의에서 다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신회는 정책 협의 결과를 바탕으로 20일까지 연정 참여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유신회가 이날 오전 개최한 의원 총회에서는 자민당과 정책 협의를 찬성하는 목소리가 우세했고, 연정 참여에 신중해야 한다는 견해는 소수였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 제3야당과 협력 모색했던 자민당…예상 깨고 유신회와 논의 급진전
자민당은 본래 공명당과 연정을 이어간다는 전제로 제3야당인 국민민주당과 협력을 모색했다. 다카이치 총재는 당선 이튿날인 지난 5일 비밀리에 국민민주당 측과 회동했다.
이러한 흐름은 공명당이 26년간 이어온 자민당과 협력 관계를 끝내겠다고 지난 10일 선언하면서 바뀌었다. 이후 국민민주당이 자민당과 협력에 미온적 태도를 고수하는 가운데 유신회도 자민당의 협력 대상으로 부상한 것이다.
공명당과 유신회는 주요 선거 시 간사이 지역에서 경쟁했는데, 공명당이 자민당과 결별하면서 자민당이 유신회와 결합하기 쉬워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런데도 유신회는 다카이치 총재 체제의 자민당과 협력하는 데 소극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유신회 요시무라 대표가 지난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다카이치 총재의 강력한 경쟁자였던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과 친분이 있고,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을 지지한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도 유신회와 교류를 이어왔다는 점이 그 이유였다.
실제로 유신회 측은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 추진하는 야권 총리 후보 단일화 논의에 참여했고, 자민당과 협력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하지만 유신회가 지난 7월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던 정책인 오사카 부수도 지정과 사회보장제도 개혁을 자민당이 수용하겠다는 태도를 보이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이와 관련해 자민당 관계자는 아사히에 "우리가 고개를 숙여야 하는 입장"이라며 유신회 요구를 대부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다카이치 총재가 몇 개월 전부터 유신회 엔도 다카시 국회대책위원장과 오사카에서 식사하며 은밀히 인맥을 구축했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전했다.
한편, 국민민주당 다마키 유이치로 대표는 자민당과 유신회가 정책 협의를 시작한다는 소식에 "유신회가 합류한다면 우리가 연립에 들어갈 필요가 없어진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 야권 단일화 논의는 답보…다마키 원하는 '정책 일치' 난망
입헌민주당은 자민당과 공명당 연립 붕괴가 10여년 만에 한 번 찾아오는 정권 교체 기회라고 판단해 야권 결집을 호소해 왔다.
입헌민주당은 총리 지명선거에서 다마키 대표를 지지할 수 있다면서 유신회, 국민민주당과 야권 단일화 논의를 진행했다.
입헌민주당 노다 요시히코 대표는 전날 개최된 3당 대표 협의에서 다마키 대표가 헌법, 안보, 에너지 정책 변경을 요구한 것 관련해 안보, 에너지 분야에서는 양보할 수 있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하지만 헌법 개정 분야에서는 견해차가 좁히지 않았다고 요미우리가 전했다.
다마키 대표는 협의 이후 "(입헌민주당과는) 여전히 격차가 있다"고 인정했다.
세 정당은 간사장, 국회대책위원장 회의를 지속하기로 했으나, 협의를 관망해 왔던 유신회가 자민당과 정책 협의를 개시하기로 하면서 야권 단일화 동력은 크게 약화할 수밖에 없게 됐다.
요시무라 대표는 전날 다카이치 총재와 회동에는 참석했으나, 야당 간 협의에는 불참하고 후지타 후미타케 공동대표만 보냈다. '양다리'를 걸쳐 온 유신회가 어느 쪽을 중시하는지 알려주는 대목으로 분석된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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