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인질시신 송환 지연에 구호 연기·무력 사용 지속
하마스, 종전 향한 핵심 절차인 무장해제에 애매한 태도
美 "하마스, 팔 주민 공격 계획 있다" 휴전 위반 가능성 경고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재로 가자 휴전 협정에 합의했지만 오랜 기간 쌓인 상대측에 대한 불신으로 협정 이행이 곳곳에서 삐끗대며 아슬아슬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먼저 이스라엘은 휴전 협정 1단계 주요 내용 중 하나인 인질 송환 문제에 있어서 하마스가 사망 인질 시신을 즉각 넘기지 않는다고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18일(현지시간) 늦게 사망 인질 시신 2구가 추가로 송환됐다고 밝혔다. 하마스는 이날 번호만 적힌 시신을 돌려보낸 탓에 이스라엘은 곧바로 해당 시신에 대한 신원 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하마스는 휴전 협정 발효 후 생존 이스라엘 인질 20명을 전원 석방했으나 사망 인질 유해는 총 28구 가운데 처음에 4구만 돌려보내면서 큰 논란을 일으켰다. 이날 송환된 시신을 포함하면 이스라엘로 돌아온 사망 인질의 시신은 현재 총 12구에 불과하다.
하마스는 가자지구 파괴 상황이 심각하고 이스라엘이 아직도 가자 지구 여러 곳을 점령하고 있어 시신 인도가 늦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분명한 협정 위반이라며 인질 송환 마무리 문제와 라파 국경 검문소 개방 여부를 연계할 것이라고 밝혔다.
라파 검문소는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이 아닌 외국으로 향할 수 있는 '유일한 문'으로 이스라엘이 가자전쟁 발발 후 1년 5개월 넘게 장악 중이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라파 국경 검문소가 추후 공지 때까지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지시했다"며 "검문소 개방은 하마스가 사망한 인질의 송환 등 합의를 이행하는 것에 따라 검토될 것"이라고 이날 강조했다.
이에 더해 이스라엘은 국제사회 비난에도 불구하고 라파 검문소를 통한 가자지구 내 인도적 지원 물자 지원 속도를 조절하며 하마스가 인질 시신을 조속히 전원 송환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무력 사용도 지속해 하마스 측의 반발을 사고 있다.
가자지구 공보국은 이날 성명에서 "이스라엘 점령군은 전쟁 종식 선언 이후 반복적으로 심각한 위반 행위를 저질렀다"며 "현재까지 기록된 것만 47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스라엘군은 지난 17일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 통제 구역을 표시하는 황색 선을 넘고 경고 사격을 무시한 의심스러운 차량에 사격을 가했는데,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받은 차량에는 집으로 돌아가던 민간인이 타고 있었다며 이로 인해 두 가족과 어린이 여러 명이 사망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하마스도 무장해제 문제에 대해 확답을 피하며 휴전 협정 2단계 진행에 난항을 예고했다.
하마스 정치국 위원인 무함마드 나잘은 전날 공개된 로이터 통신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무장 해제를 '예' 또는 '아니오'로 단정할 수 없다"며 무장 해제 문제는 하마스만이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 현지 방송 채널 14에 출연해 "그런 일이 일어나도 어렵겠지만, 그것(하마스 무장해제)이 성공적으로 완료돼야 전쟁이 끝날 것"이라며 하마스의 무장해제 없이는 휴전도 없다는 점을 분명히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휴전 협정 이행 신경전에 대해 "이러한 사건들이 휴전 협정을 완전히 붕괴시킬 것으로 예상되지 않는다"면서도 "양측 간 깊은 신뢰 부족으로 1단계 협정보다 복잡한 2단계 협정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더 많은 어려움에 부딪힐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날 미국 국무부는 하마스가 팔레스타인 민간인에 대한 공격을 계획하고 있다면서 공격을 단행할 경우 이스라엘과 합의한 가자 전쟁 휴전 위반으로 간주하고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국무부는 가자 주민들을 상대로 한 하마스의 휴전 위반이 임박했음을 시사하는 신뢰할만한 보고가 있다면서 이 내용을 가자 평화 합의를 보장하는 국가들과 공유했다고 밝혔다.
ki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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