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랄레스로 시작된 좌파정권에 민심 떠나…당선인 "매우 불쾌한 시기는 끝장"
파스, 美와 연대 강화하며 온건개혁 추진 전망…다음달 8일 5년 임기 시작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일찌감치 20년 좌파 집권 종식이 결정된 볼리비아의 대통령(임기 5년) 선거 결선 투표에서 기독민주당 소속 중도 성향 로드리고 파스(58) 후보가 당선됐다.
볼리비아 최고선거재판소는 19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 결선에서 유효 투표 중 파스 후보가 52.2%를, 우파 호르헤 키로가(65) 후보가 47.8%를 각각 득표했다고 밝혔다.
엘데베르와 방송 우니텔 등 현지 언론과 AP·AFP·로이터통신을 비롯한 주요 외신은 볼리비아 선거당국 발표를 인용, 파스 후보를 대통령 당선인으로 보도했다.
지난 8월 대선 1차 투표에서 파스 대통령 당선인은 32.06% 득표율로, 26.70%를 득표한 키로가 후보와 함께 이날 결선 맞대결을 펼친 끝에 대권을 거머쥐었다. 1차 투표에서 좌파 성향 후보는 탈락했다.
파스 대통령 당선인은 하이메 파스 사모라(86) 볼리비아 전 대통령(1989∼1993년 재임)의 아들이자 현 상원 의원이다. 하이메 파스 사모라 전 대통령은 1980년 군사정권 시절 발생한 석연찮은 항공기 사고의 유일한 생존자(5명 사망)로도 국제사회에 알려져 있다.
남부 타리하 시장을 지낸 파스 당선인은 1차 대선 전 각종 여론조사 지표에서는 3∼4위권으로 분류됐다가 소셜미디어에서 청년 유권자들의 눈길을 끈 경찰 출신 에드만 라라(40) 부통령 당선인과 함께 막판 돌풍을 일으켰다.
서방 언론은 파스 당선인을 정치 성향상 중도파 또는 중도우파로 분류하고 있다. 현지 방송 우니텔 해설을 보면 타리하 시장 시절 좌파 정당의 공약을 행정에 도입한 흔적도 있다.
그는 정부 권한 분산, 민간 부문 성장 촉진, 사회 복지 프로그램 유지 등 국가 위기 극복을 위한 신중하고 온건한 접근법을 선호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파스의 당선으로 1천130만명의 볼리비아 주민은 2005년 대선 이후 20년 만에 사회주의 좌파 정권 대신 자유주의 중도 성향 정권을 맞게 됐다.
볼리비아는 국가 주도 경제 체제하에서 진행된 무리한 국책 사업, 외환 정책 혼선에 따른 중앙은행의 달러 부족 사태, 관료의 무능과 부패 문제 등으로 총체적인 위기를 겪고 있다.
이는 라틴아메리카 대표 좌파 정당으로 꼽히던 사회주의운동당(MAS)이 에보 모랄레스(65) 전 대통령(2006∼2019년 재임)과 루이스 아르세(62) 현 대통령 집권으로 이어지는 기간 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오다가 이번 대선에서 정치적 분열과 맞물리며 유권자로부터 철저히 외면받는 결과로 이어졌다.
볼리비아 첫 아이마라 원주민 출신 모랄레스 전 대통령의 경우 성관계를 위해 미성년 여성을 인신매매한 혐의 등으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올라 있기도 하다.
파스 대통령 당선인은 이날 투표를 마친 후 현지 취재진에게 "매우 불쾌한 시기는 이제 끝장나게 됐다"며 "지금은 변화와 혁신의 시기"라고 말했다.

볼리비아 새 정부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파스 대통령 당선인은 유세 기간 미국을 찾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측과 접촉하며 일찌감치 미국과의 연대 강화 모색을 나선 바 있다.
최근 TV토론에서 그는 러시아·중국과 가까웠던 그간의 외교 정책 기조에서 벗어나 "미국과 대화하며 교류를 강화하기 위한 접점을 찾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엘데베르는 전했다.
특히 중국의 경우 아르헨티나·칠레와 함께 이른바 '리튬 삼각지대'라고 불리는 볼리비아에 지속해서 투자를 하며 광물 자원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었던 터라,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볼리비아 새 정부의 '노선 변경' 가능성이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 것으로 관측된다.
중남미 정치 지형상 좌파 정부 연쇄 출범(핑크 타이드) 기조는 주춤해졌다.
역내에서는 멕시코, 브라질, 페루, 콜롬비아, 과테말라, 온두라스, 우루과이 등에 좌파 정부가 들어서 있다. 베네수엘라, 니카라과, 쿠바까지 고려하면 중남미 외교·안보 지형은 왼쪽으로 쏠려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 수년 새 아르헨티나, 에콰도르, 엘살바도르, 파라과이, 파나마에서는 우파 성향 정치인이 집권하면서 우파가 조금씩 세를 불리고 있다. 다음 달 대선을 치르는 칠레에서도 우파 성향 후보들이 지지세를 모으며 정권 교체를 꾀하고 있다.
파스 볼리비아 대통령 당선인은 다음 달 8일 취임할 예정이다. 임기는 2030년 11월까지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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