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튀르키예 현 대통령 꺾어…"'두 국가 해법'에 표심 등돌려"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19일(현지시간) 북키프로스 튀르크 공화국(북키프로스)에서 실시된 대통령 선거에서 친(親)유럽 성향의 야당 후보가 압승했다.
A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북키프로스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개표 결과 중도좌파 성향의 공화튀르키예당(CTP) 후보 투판 에르휘르만이 62.8%를 득표했다고 밝혔다.
재선에 도전한 에르신 타타르 대통령은 35.8%를 얻는 데 그쳤다.
북키프로스는 1974년 친그리스계 장교들이 남부를 근거로 쿠데타를 일으키자 친튀르키예계 키프로스인들이 튀르키예의 군사 개입을 계기로 북부에 수립한 자치 정부다.
국제법상으로는 남부의 키프로스 공화국(키프로스)만 정식 국가로 인정받고 있으며, 유럽연합(EU)에도 가입돼 있다. 북키프로스를 국가로 승인한 나라는 튀르키예뿐이다.
이번 대선은 친튀르키예 성향이자 통일 반대론자인 타타르 대통령과 유럽과의 유대 강화를 내세운 통일론자 에르휘르만의 대결로 치러졌다.
타타르 대통령은 그동안 북키프로스의 독립국 인정을 전제로 한 '두 국가 해법'을 견지해왔다.
반면 에르휘르만은 키프로스와 북키프로스의 연방제 통일을 지지한다.
특히 그는 타타르 대통령이 통일 논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임으로써 북키프로스가 EU에서 소외되고 국제사회의 주변부로 밀려났다며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해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에르휘르만의 압승이 "교착상태에 빠진 키프로스 평화 프로세스에 새 활력을 불어넣을 가능성이 커졌다"고 관측했다.
AP도 "북키프로스인들은 키프로스의 '두 국가 해법'에 대한 타타르 대통령의 비전에 등을 돌렸다"며 이번 대선 결과는 "키프로스의 민족적 분단을 치유하기 위한 협상 재개에 대한 희망에 다시 불을 지폈다"고 평가했다.
다만 양측의 통일 논의에 '장애물'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북키프로스에 상당한 영향력을 갖는 튀르키예가 통일에 부정적이란 점이 난제로 꼽힌다.
이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에르휘르만에게 당선 축하 메시지를 전하며 북키프로스인의 '주권적 권리와 이익'을 계속 수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달 유엔총회 연설에서 키프로스의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AP는 "북키프로스가 경제적·정치적으로 튀르키예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에르휘르만이 이러한 (튀르키예의) 노선을 탈피할 영향력을 가질지 불확실하다"고 짚었다.
hrs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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