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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패권전쟁] ④ "AI는 원전처럼"…프랑스 국가 리더십

입력 2025-10-27 08:00  

[AI패권전쟁] ④ "AI는 원전처럼"…프랑스 국가 리더십
프랑스 인공지능정책실 책임자 "소버린 AI는 자율적 AI"
"미스트랄 AI 성공은 국가 전략 덕분"

(파리=연합뉴스) 조성미 기자 = 한국의 네이버·카카오톡 같은 독자적인 플랫폼 없이 구글·메타 같은 미국 빅테크 플랫폼에 종속됐던 유럽 정보기술(IT) 생태계에서 프랑스가 배출한 인공지능(AI) '미스트랄 AI'는 유럽의 자존심과도 같다.
최근 네덜란드의 반도체 노광장비 제조사 ASML로부터 17억유로(약 2조7천800억원)의 자금을 유치하며 20조원에 육박하는 기업 가치를 평가받은 미스트랄이 독일, 영국, 스페인 등 다른 유럽 강국이 아닌 프랑스에서 배출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해석이 있다.
전통적으로 유럽에서도 강력한 중앙집권 체제인 프랑스는 1970년대부터 국가 주도로 원전 강국이 된 경험을 갖고 있다. 원자력 개발처럼 천문학적인 자본 투여가 필요한 AI에서도 프랑스가 국가 주도 리더십을 발휘한 것이 미스트랄AI 탄생의 자양분이 됐다는 것이다.
프랑스 경제재정부 인공지능정책실 책임자(Head of Artificial Intelligence Policy Office)는 미스트랄이 개발되기 5년 전부터 프랑스 정부가 4조원이 넘는 투자액을 AI 발전에 쏟아부었다고 밝혔다.
그는 AI에 대해 프랑스 정부는 기업의 실질적 이익과 국민 생활에 도움이 되는지를 따지는 매우 실용적인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며, 한 국가가 발달한 AI를 갖기 위해서는 기술력과 인재 등 풍부한 자양분을 가진 AI 생태계를 튼튼하게 꾸리는 것이 선결 과제라고 제언했다.

다음은 지난 8월 프랑스 파리 경제재정부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진행한 알렉시스 바코 인공지능정책실 책임자 인터뷰 내용이다.


-- 우선 프랑스인들에게 AI란 무엇인가.
▲ 최근 통계에서 프랑스 국민 3분의 2 이상이 적어도 한번은 AI를 써봤고 젊은 층은 매일 엄청난 사용량을 보인다고 나타났다. AI가 국민 삶 어디에든 있는 셈인데, 정부에게는 AI가 아직 인간 지능과 비교할만한 일반 지능은 아니지만 이미 성숙 단계에 이르렀고 어떤 작업에서 우수한지 국민들에게 잘 설명해야 할 숙제가 있다. 이는 국민들이 AI의 위험성을 인식하는 동시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는 과제다.

-- 프랑스 정부가 생각하는 소버린 AI는 무엇인가.
▲ 프랑스어로도 '소버린 AI'라는 표현을 그대로 쓰지만, 이 개념에 대해 정확한 공식 정의는 없다. 하지만 아래와 같이 정의할 수는 있다. 우리가 자율적으로 쓸 수 있고 접근할 수 있는 AI, 또 우리가 사용하려는 목적에 따라 개선할 수 있는 AI다.
그런 의미에서 미스트랄 AI는 소버린 AI에 해당한다. 만일 내일이라도 오픈AI가 챗GPT를 프랑스에서 쓸 수 없다고 한다면 우리는 소버린 AI가 있으니 인공지능 기술을 계속 쓸 수 있다.
물론 절대적인 주권은 존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미스트랄 AI가 엔비디아 칩 기반으로 작동하거나 모델을 실행하는 서버가 윈도 기반일 수 있기 때문이다.

-- 미스트랄 AI가 나오기까지 프랑스 정부의 역할을 소개해달라.
▲ 한 가지 분명히 할 것은 미스트랄이 탄생한 것보다 훨씬 앞서서 프랑스 정부가 AI에 대규모 투자를 해왔다는 점이다. 미스트랄 AI는 2023년 구글 딥마인드 등에서 일하던 개발자들이 설립했다. 프랑스 정부는 2018년부터 25억 유로(한화 약 4조1천200억 원)를 투자하며 프랑스에 AI 생태계를 키워 왔다. 정부 예산으로 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로 구성된 슈퍼 컴퓨팅 파워를 구매한 뒤 국가 연구소나 기업들에 연구 목적으로 제공했다. 엔비디아 H100 기준 1만∼1만5천장 이상의 규모다. 2020년부터 최첨단 GPU로 구성된 슈퍼컴퓨터를 가동해 제공한다. 민간 기업이 이 인프라에 접근하려면 경쟁 프로젝트에 공모해야 한다.
공공 자금이 투입된 GPU의 핵심 목적은 매우 광범위한 AI 생태계가 인프라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 민간이든 공공이든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었다. 연구소와 기업 등에 인프라를 지원함으로써 프랑스에서의 AI 연구를 장려하려는 것이다. 연구 결과는 프랑스 내 AI 생태계에서 활용되며 개발 인력이 산업계 등으로 진출하는 효과를 낸다.
경쟁력 있는 AI 기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관련 역량을 갖춘 인재, 그리고 자금 조달에 설득력 있는 경력을 보유한 인재가 필요하다. 공공 부문에서 최첨단 AI 프로젝트를 수행한 경험이 있는 인재는 자금 조달에 유리해진다. 이를 통해 기업을 창업할 역량을 쌓을 수 있다. 이러한 생태계를 조성하고 생태계 발전에 필요한 요소에 투자하는 것이 프랑스 AI 전략의 핵심이다.
미스트랄 AI 역시 창업 시점에 프랑스에 AI 생태계가 존재했다는 사실이 바로 그들이 다른 곳이 아닌 프랑스에 회사를 차리는 데 도움이 됐다고 본다.

-- 정부가 지원해야 하는 GPU 양은 어느 정도라고 보나.
▲ 최첨단 모델 개발에 사용되는 컴퓨팅양이 매년 4∼5배 증가하는 상황에서 예측하기 매우 힘들다. 이 문제는 엔비디아와 그 경쟁사들이 GPU 효율을 얼마나 빠르게 개선할 수 있느냐에도 달렸다. AI 개발 주체가 모델 훈련을 위한 총연산량을 확장하면서도 과도한 전력 소모 없이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 거대언어모델(LLM) 개발에서 미국·중국의 천문학적 GPU 투자를 따라갈 수 없기 때문에 두 나라 이외의 국가 전략은 특정 분야에 특화된 버티컬 AI 개발이라는 주장도 있는데.
▲ 먼저 강조하고 싶은 건 기술이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어 현시점에 AI에 대한 확고한 의견을 갖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틀릴 수도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신중한 태도로 AI 세계의 흐름을 따라가야 한다.
소규모·대규모 모델 개발 중 어느 것에 집중해야 하는지도 정답이 분명하지 않다. 소규모 모델 개발은 비용과 데이터가 덜 드는 보다 쉬운 방법으로, 이를 시작점으로 삼아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신생 AI 기업에 유리할 수 있다.
하지만, GPT 업데이트가 이뤄졌을 때 특화 모델들이 새 GPT 모델보다 우수하지 않게 돼버린 '쓰라린 교훈'이라고 불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일반적인 성능이 더 뛰어나지면 특정 작업에서도 더 나은 성과를 내게 되는 것이다.
GPT나 클로드, 제미나이와 같은 범용 모델들이 성능을 개선할수록 소규모 모델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소형 모델 연구를 배제해서는 안 된다.

-- LLM 개발에 방점을 찍어야 하는 것일까.
▲ 오늘날까지 누구도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하는 질문은 이러한 거대언어모델의 성능이 정점에 도달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새로 나올 GPT6 성능이 GPT5보다 고작 0.1%만 나아질 것인지, 아니면 전작을 압도할 것인지 아무도 답할 수 없다.
지난여름 모두가 목도한 것은 GPT5가 나왔지만, 평가지표에서 몇 퍼센트 증가에 그치고 이전 모델들을 압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LLM 발전이 정점에 다다랐다는 증거는 되지 못한다. 다만, 프랑스 컴퓨터 과학자 얀 르쿤 같은 이들은 LLM을 계속 확장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새로운 아키텍처와 아이디어를 제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 면에서 현재 프랑스 정부는 일반 AI 기업이 수행하는 연구만큼 응용적이지 않은 공공 연구 활동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2018년부터 '프랑스 2030 계획'이라는 AI 전략의 일환으로 공공 연구소에서 매우 광범위하게 수행되는, 새로운 아이디어나 아키텍처에 관한 연구다. 공공 또는 민간 연구소에 "이런 주제가 중요하니 프로젝트를 제출하면 재정 지원을 한다"고 알리고 연구 신청을 받는다. 최근 집중하는 분야는 로봇 공학을 위한 AI 설루션 개발이라고 할 수 있다.

-- 인간 지능에 유사한 인공일반지능(AGI) 개발을 시도하나.
▲ 그렇지 않다. AGI는 별개의 문제다.
AGI는 정의가 불분명한 개념이나 요즘 AGI는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존재이기도 하다. 프랑스 정부가 투자하려는 대상은 기업과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다줄 혁신이다. 그런 측면에서 AGI 자체는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우수한 모델이다. 현재 미국과 중국 기업을 중심으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벤치마크에서 우위를 확보하고자 한다. 우수한 모델들이 기업에 경쟁력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최우선 과제이다.

-- 모델 학습에 쓸 수 있는 데이터 확보도 중요한 과제인데 프랑스 정부의 정책은.
▲ 기술 개발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보유하는 것이 중요한 것은 맞다. 하지만 AI 모델이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온 지금 시점에서 페이스북 포스팅이나 왓츠앱 메신저에서 오가는 정보가 더는 LLM 발전에 도움이 되는 중요한 정보라고 보이지 않는다.
중요한 건 모델이 문제에 어떻게 답하고 해결하는지, 즉 에이전트적인 행동을 어떻게 학습시키느냐이다. AI에 어떤 문제에 대한 좋은 해결책과 나쁜 해결책을 가르치는 것인데 이러한 사후 훈련은 훨씬 고품질 데이터로 수행된다.
AI 모델에 유용할 수 있는 데이터에는 의료 기록 등 개인적이고 민감한 정보들이 포함된다. 이러한 데이터를 덜 민감하게 만드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익명화하거나 의학적으로 유효하지만, 실제 환자와 연결되지 않은 합성 데이터를 생성하는 방법 등을 모색해야 한다.

-- 프랑스의 소버린 AI인 미스트랄도 미국 회사 클라우드를 쓰는 등 미국 빅테크 기술에서 완전히 독립적인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는데.
▲ 중요한 포인트다. 미국 기업들은 기술 수준이 뛰어나고 상호 운용성이 좋아 한번 쓰기 시작한 서비스에 묶여버리는 '락인' 효과가 강하다. 이에 대해 유럽에서는 디지털 시장법(Digital Markets Act·DMA) 등 공정한 경쟁을 촉진하는 규제로 대응하기도 한다.
다만, 규제가 전부는 아니기 때문에 프랑스 정부는 OVH클라우드나 스케일웨이 등 자생 클라우드 서비스 공급 업체를 지원하는 정책도 펴고 있다.

-- 정부 데이터 등 공공 부문 데이터는 프랑스 클라우드 업체를 주로 사용하도록 하는 방식인가.
▲ 어떤 클라우드를 쓸지는 전적으로 서비스 이용 주체가 어떤 서비스를 원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동일한 클라우드 서비스에 대해 프랑스 업체보다 마이크로소프트 애저가 더 저렴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따라서 데이터의 주권성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거나 가격 제약이 매우 큰 서비스의 경우 당연히 마이크로소프트를 선택할 것이다. 공공 데이터 중에서도 날씨 등 개인 정보와 큰 연관이 없는 데이터라면 데이터 주권이 크게 중요하지 않지 않나.
반면 민감한 데이터를 다루는 대기업 고객이나 정부 기관의 경우 데이터 주권성을 위해 추가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을 것이다. 이들은 조금 더 큰 비용을 지불하고 프랑스 클라우드 업체를 쓰려고 할 수 있다.
프랑스에는 민감한 공공 데이터의 경우 안전한 클라우드 설루션을 사용해야 한다는 법률이 있다. 여기서 '안전한'이란 특히 (클라우드 내 정보 관리에 대한) 해외 국가의 법률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함을 의미한다.
이는 다만, 해당 클라우드 설루션이 순수 100% 프랑스산이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충분한 보안을 보장하는 몇 가지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는 의미다. 민감하지 않은 데이터의 경우 실제로 어떤 클라우드 설루션이라도 사용해도 괜찮지만, 민감 데이터를 다룰 때는 '세크눔(SecNum) 클라우드'라고 부르는 기준을 준수하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쓰도록 하고 있다.

-- 프랑스의 AI 인재 확보 전략은.
▲ 우리는 기본적으로 매년 AI 분야의 우수한 대학원 졸업생들을 양성하고 있다. 오픈AI에서 일하는 미국인을 설득해 프랑스에서 일하게 하는 것보다 이 졸업생들이 프랑스에 남도록 하기가 더 쉬운 일이다. AI 생태계가 구축돼 있다면 인재 중 일부가 반드시 자국에 남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고 생태계가 우수할수록 잔류 확률이 높아진다.
이미 떠난 사람들을 다시 돌아오게 하는 문제는 훨씬 더 어렵다. 다만, 몇 년 전 연구에서 입증된 바에 따르면, 생활비와 주거비 등 모든 비용을 고려했을 때 프랑스 테크 기업 임금으로 생활하는 것이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사는 것만큼 잘 살 수 있다고 한다. 물론 프랑스 기업이나 프랑스 기업들이 충분한 임금으로 고급 인재를 유치할 의지는 꼭 필요하다.
프랑스 정부는 AI 연구 분야에 집중해 (인재 유치에) 노력해왔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초반에는 연구 예산 삭감 논의가 많았고 많은 연구자가 미국을 떠날 가능성을 고려한 바 있다. 프랑스 내 연구소에서 그러한 인재들을 채용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cs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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