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기 중앙위 정원 376명 중 4중전회서 '6분의1' 불참
WSJ 등 "시진핑, 마오쩌둥 이후 역사상 가장 강력한 지도자"

(서울=연합뉴스) 김현정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대대적인 간부 숙청 여파로 최고권력기구인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 참석률이 1970년대 문화대혁명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 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20일부터 나흘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전회)의 중앙위원회 위원 참석률이 84%를 기록했다.
2022년 제20기 중앙위원회 출범 당시 중앙위원 205명·후보위원 171명 등 총 376명을 정원으로 5년 임기가 시작됐지만, 이번 4중전회 참석자는 중앙위원 168명·후보위원 147명 등 315명뿐이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 같은 참석률이 문화대혁명 이후 수십 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라며 "시 주석의 반(反)부패 정책이 대외에 알려진 것보다 더 광범위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진단했다.
WSJ도 "임기 시작 당시 중앙위원회 인원 중 6분의1이 4중전회에 불참했다"며 "당 지도부 축소는 시 주석이 어떻게 중앙집권화하고, 어떻게 마오쩌둥 이후 역사상 가장 강력한 지도자로 부상했는지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중앙위원회 위원이 전체회의에 불참하는 대표적인 사유는 사망이나 질병, 그리고 실각으로 요약된다.
지난해 12월 갑작스럽게 숨진 위젠화 전 해관총서장(관세청장)과 부패혐의로 실각해 직위에서 해제된 란톈리 전 광시광족자치구 주석, 왕리샤 전 네이멍구자치구 주석, 이후이만 전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주석(장관급), 페이둥빈 국가철로국 국장, 우성화 구이저우성 당위원회 상무위원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직위에서 해제된 이들은 아직 조사가 완료되지 않아 당에서 제명되기 전이며, 실제 제명은 내년 제5차 전체회의(5중전회)에서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홍콩 성도일보에 따르면 그간 공개 석상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류젠차오 전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대외연락부 주임, 진좡룽 전 공업정보화부 주임, 레이판페이 전 중앙군민융합발전위원회 상무 부주임도 회의에 나타나지 않았다.
닐 토마스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 중국분석센터 정치전문가는 이에 대해 "시 주석은 이번 임기 동안 고위 간부들을 더욱 빠른 속도로 숙청하며 엘리트 정치를 확고히 장악하고 있다"며 "서구식 법치주의 없이도 스스로 규율을 확립할 수 있는 자율 규제 기관으로서의 당 비전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블룸버그는 대외적인 설명 없이 이번 회의에 불참한 중앙위원회 위원이 26명에 달한다며 "중국의 불투명한 시스템으로 일부 고위공무원에 대한 조사 결과 발표를 늦추거나,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20기 4중전회는 또한 중국군 최고위급 지도부였다가 비리 문제로 낙마한 허웨이둥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과 먀오화 전 중앙군사위 정치공작부 주임을 포함한 당 중앙위원 11명의 교체 결정을 추인했다.
WSJ에 따르면 1949년 이후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10명 이상의 후보위원을 당 중앙위원으로 승격시킨 것은 단 네 번뿐이었으며, 이번 교체는 2017년 제18기 중앙위원회 7차 전체회의(18기 7중전회, 11명) 이후 최대 규모다.
이 인사에서 시 주석이 주도하는 '부패 척결'의 상징적 인물인 장성민 군 기율위원회 서기가 중앙군사위 부주석으로 승진, 시 주석의 군 장악력을 뒷받침한다는 해석을 낳기도 했다. 2017년 군 기율위원회 서기로 발탁된 그는 8년 넘게 군 내부 반부패 사정을 총괄해왔다.
당의 정치 노선을 주로 논의하고 인사를 정비했던 역대 4중전회의 관례를 깨고 이번 회의에서 차기 5개년 계획을 논의한 것 역시 시 주석의 장악력을 보여준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워싱턴 브루킹스연구소의 조나단 친·앨리 마티아스 분석가는 "정치 일정의 이러한 변화는 시 주석이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중국 정치의 비공식적 규칙을 어떻게 재편했는지를 보여주는 또 다른 지표"라고 설명했다.
hjkim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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