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란티어 해외 공공사업 대표 "한국, 최고의 기술 활용해야"
"AI는 데이터를 결합·조율해 더 빠른 혁신 이끌어"
(런던=연합뉴스) 조성미 기자 = 에어버스는 급증하는 발주량에 맞춰 A350 여객기의 생산량을 4배로 늘리면서도 품질과 안전성을 유지하고자 했다.
하지만 500만개에 이르는 부품을 4개국, 8개 이상의 공장에서 수백개 팀이 조립하는 이 복잡한 제품의 생산성을 천문학적인 설비 투자 없이 단기간에 향상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다.
에어버스가 이 난제를 풀기 위해 선택한 회사는 소프트웨어 설루션 제공사 팔란티어였다.
데이터 기반 운영과 의사결정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는 팔란티어와 손잡은 에어버스는 A350 인도 속도를 33% 향상했고 항공·엔지니어링 플랫폼 '스카이와이즈'로 연간 17억 달러(2조4천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절감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에어버스가 활용한 팔란티어 파운드리는 항공기 제조 과정 속 수천개의 센서 시스템에서 나오는 방대한 데이터를 결합, 분석해 결함을 찾아낸다.
실시간 데이터로 하루에도 수백 가지 시나리오를 테스트하고 몇시간 내 문제의 근본 원인을 찾아낸다.
바야흐로 인공지능(AI) 시대다.
AI로 무엇을 할지 각자 생각이 다를 수 있지만 한 가지, '생산성 향상을 통한 인간 삶의 질 제고'는 누구나 바라는 AI 활용의 목표일 것이다.
미국 육군·공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미국 식품의약청(FDA), 유엔세계식량계획(WFP),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등의 AI 파트너인 팔란티어는 누구보다 그 목표에 가까이 다가간 기업으로 보인다.
이 회사는 우리나라가 AI로 성장 한계를 극복하고 저출산 고령화 속에서 글로벌 선도 국가 지위를 유지하면서 진정한 기술 주권 역량을 확보하려면 접근할 수 있는 최고의 기술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로렌 허위츠 팔란티어 해외 공공사업 대표(Head of International Public Sector)는 지난 8월 영국 런던 사무소에서 가진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서구 세계의 가치를 수호하는 소프트웨어 기업으로서 각 정부 기관이 국민을 대표하고 보호하는 사명을 다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팔란티어의 사업 구조는 미국과 미국을 제외한 해외 사업으로 나뉘며 그는 런던에 본부를 둔 해외 공공부문 사업을 총괄한다.

프랑스인인 그의 남편은 부모님을 따라 한국에서 청소년기를 보냈다고 한다. 쌀밥 맛을 중시하는 남편 덕에 그의 집에는 한국산 전기밥솥이 2대나 있다며 한국 언론과 처음 하는 인터뷰에 유독 공을 들이는 모습이었다.
허위츠 대표는 창업 당시부터 자유민주주의 동맹국과만 일하겠다는 매우 의도적인 선택을 한 팔란티어가 구글, 메타 등 수익을 위해 정치·철학적 판단을 배제하는 다른 미국 빅테크와 확연히 다른 배경을 가진 회사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점이 '해외 기업인데 AI 기술을 의존해도 되는가'에 대한 대답도 될 수 있다고 했다.
허위츠 대표는 "팔란티어는 AI 모델을 개발하지 않는다. 데이터를 소유하지도 않는다. 기존의 모델들을 개선하고 진화하는 데 도움을 주는 조율(오케스트레이션) 역할을 한다"며 한국이 가진 반도체·제조업 등에서의 기술 역량에 적절한 조율 도구가 활용된다면 한국 AI가 매우 빠르게 발전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는 정부 기관이 국방과 시민 안전 유지 등에서 더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해 납세자의 세금이 가장 영향력 있는 방식으로 사용되도록 하는 것이 자사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라고도 했다.
팔란티어의 AI·소프트웨어 기술이 선도적이라고 해도 엄연한 해외 기술이라는 이유에서 도입이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묻자 "우리는 전 세계 수십 개국에서 일할 때마다 이 질문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국방에 미국 기술을 써도 되는지 질문에 "대한민국은 하드웨어 측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전투 장비와 첨단 무기체계를 보유하고 있다. 국민들은 장병들이 최고의 장비 없이 전투에 나서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소프트웨어도 최고의 제품을 제공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허위츠 대표는 "우선 국가 안보와 국방 관점에서 우리가 제공하는 소프트웨어의 영향력은 매우 강력해서 가격은 오히려 부차적인 문제가 된다"면서 "비용 외에 우리 기술을 채용하는 곳들이 우려하는 부분에 대한 대답은 '사명감'이라는 말로 대체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팔란티어가 물론 상업적 조직이지만 파트너사들과 장기적 관계를 매우 중요시하기 때문에 우리 기술을 깊이 받아들인 기업에 갑자기 이용료를 폭등해 받는다거나 기술 사용 계약을 끊는다거나 하는, 관계를 훼손하는 일은 절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동 창업자인 피터 틸, 알렉스 카프가 창업 때부터 민주주의 등 가치를 사조로 표방하면서 중국, 러시아 등 거대한 시장이지만 서구 가치에 위협이 될 만한 국가들에 진출하지 않은 것도 이 회사가 단순한 수익이 아닌 '사명감'으로 움직인다는 확실한 방증이라고 했다.

사명감으로 뭉친 조직인 점이 이 회사에 뛰어난 인재가 유입되는 비결이라고도 했다.
허위츠 대표는 팔란티어의 젊은 개발자들이 스스로 묻는 말은 '한 나라의 공공 부문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가스 시추를 더 안전하게 만들려면', '병원 출입 관리를 더 효율적으로 만드는 방법' 등이라고 소개했다.
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고연봉 등의 '당근'도 필요하지만, 직원들이 출근하는 걸 즐길 수 있을지, 진정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스스로 느끼는지도 중요한 요소이며 이를 강조하는 것이 회사가 인재를 유치하는 전략이라고 밝혔다.
그는 팔란티어 코리아에서 일하는 40명 직원 중 절반이 한국인이라면서 한국이 AI 인재 보유에서 충분히 경쟁력 있는 국가라고 평가했다.
그는 팔란티어의 해외 진출이 사업적 측면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팔란티어 AI 플랫폼을 확산하는 생태계 확장의 의미로 보고 있다고 했다.
허위츠 대표는 "팔란티어는 한국에서는 한국인처럼, 스웨덴에서는 미국적 감각을 살리면서도 스웨덴인처럼 행동하며 팔란티어 생태계를 확장하려 한다. 현지 인재를 채용, 육성하고 현지 리더십을 키우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했다.
그는 "서울 사무소 직원 전원이 한국인이 되길 바란다"면서 "미국인만을 대거 데리고 해외에 진출할 수는 없으며 현지 보안 규정이나 문화, 언어는 해당 국가 사업의 매우 핵심적인 요소"라고 강조했다.
현지화 전략과 동시에 창업자 사관학교로서의 면모도 강조했다.
팔란티어 출신 중 한국인 2명이 관련 기술로 창업했고 한국인은 아니지만 유니콘 기업으로 성공한 '팔란티어 키즈'(PalAlumni)도 다수 있다고 했다.
허위츠 대표는 "이미 자신의 업무에 능숙한 조직 리더들에게 팔란티어가 말하는 'AI 혁명'이 무엇인지, 진정한 변화의 길은 무엇일지를 이해하게 하는 일은 어렵지만 도전할 가치가 있는 일"이라며 한국 공공 부문 시장 진출 의지를 내보였다.
인터뷰에 배석한 이효섭 한국 팔란티어 공공 부문 대표는 "한국과 유럽의 다양한 국가들이 한목소리로 소버린 AI를 강조하지만 미국, 중국조차도 기술이 이렇게 빨리 발전하는 상황에서 어느 한 국가가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가 팔란티어 생태계를 활용해 한국만의 소버린 AI를 완성하고 세계 시장에 진출할 길을 찾아야 한다"라고도 강조했다.
그는 "한국 시스템 통합(SI) 기업들이 해외 공공 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영국 공공 부문에서 성과를 거둔 팔란티어의 글로벌 파트너사 후지쓰의 사례가 참고할 만한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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