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드론으로 러 정유시설 공격…러, 우크라 전력·가스 인프라 타격
전선은 교착 상태…서방 대러 제재 계기로 '에너지 전쟁' 부각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전쟁 4년 차, 네 번째 겨울을 앞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선 교착 상태를 깨기 위해 서로 에너지 시설 공격에 집중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이 '에너지 전쟁'을 4년째 이어지는 전쟁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전략적 지렛대로 본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우크라이나는 드론 공격을 통해 러시아 정유시설 수십 곳을 훼손했다.
러시아는 상당히 느린 속도로 큰 희생을 치르며 영토를 확장하는 한편, 우크라이나의 전력 및 가스 인프라를 집중 타격하고 있다. 겨울을 앞두고 우크라이나 경제를 뒤흔들고 국민 사기를 꺾으려는 전략이다.
겨울이 다가오면서 혹한 탓에 지상전 속도는 더욱 둔화하고, 이에 따라 향후 몇 달간 가장 활발한 전장은 에너지 전쟁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NYT는 예상했다.
에너지 전쟁에 따른 양측의 갈등은 최근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의 대형 석유기업 루코일과 로스네프트를 겨냥해 새로운 제재를 발표하면서 더욱 부각됐다.

앞서 2022년 7월 주요 7개국(G7)은 러시아의 에너지 산업 수익을 차단하기 위해 러시아 원유 가격 상한제를 도입했으나, 러시아는 중국과 인도 등에 원유를 팔며 그 타격을 견뎌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린 이번 제재는 훨씬 강력하다. 러시아 주요 석유기업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이들과 거래하는 전 세계 모든 기업을 처벌하겠다고 위협했다.
제재 여파로 러시아는 전장에서 잃은 장비를 보충하거나 병사들에게 막대한 급여를 지급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이는 러시아가 직면하는 경제적 압박이 커지고 있다는 신호로, 내년 러시아의 군사비 지출은 전쟁 이후 처음 감소할 것으로 NYT는 전망했다.
우크라이나와 서방이 러시아 에너지 산업을 압박하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전력 인프라에 대한 공격을 강화했다.
러시아의 전력망 공격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우크라이나 국민은 겨울철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시기마다 반복되는 전력망 공격에 적응해 소형 발전기와 배터리로 일상을 버티는 법을 익혔다.

하지만 올해는 전력망뿐 아니라 대부분 난방 시스템을 가동하는 가스 인프라까지 공격 대상으로 삼아 사정이 다르다.
한 유럽 관리에 따르면 최근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가스 생산 능력의 약 60%가 손상됐으며, 가스 수송에 필요한 주요 펌프 시설도 곳곳에서 파괴됐다.
그 결과 여러 도시가 가스 부족 탓에 주거용 건물의 중앙난방 가동을 늦추고 있으며, 몇 주간 이어지는 영하권 추위를 버틸 난방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다.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드론 공격으로 러시아 정유시설 역시 약 20%가 파괴되거나 손상된 것으로 분석됐다. 이 때문에 러시아 여러 지역에서 심각한 휘발유 부족이 발생했다.
NYT는 "러시아는 제재를 견디는 법을 잘 알고, 우크라이나 역시 추운 겨울에 살아남는 법을 잘 안다"며 "하지만 평화 협상과 전선이 모두 얼어붙은 가운데 양측은 에너지 전쟁이 주도권을 되찾을 유일한 수단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ric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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