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외무상에 취임 축하 전화…'시진핑-다카이치 회담' 가능성 열어놓은 듯
"중일, 양자관계 조심스레 접근" 관측도…日모테기 "中과 디커플링 의도 안해"

(베이징·서울=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김현정 기자 =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비롯한 '정상외교 슈퍼위크'가 펼쳐지는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간 정상회담 가능성에도 관심이 모인다.
28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은 이날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 취임 축하 통화에서 "중국은 일본 새 내각이 보낸 몇몇 긍정(積極)적 신호에 주목했고, 고위급 교류는 중일 관계 발전에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며 "새 내각이 대(對)중국 교류의 '첫걸음'을 잘 내딛고 '첫 단추'를 잘 끼우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그간 일본 총리가 취임할 때 시진핑 국가주석이 직접 축전을 보낸 관례와 달리 이번에는 리창 총리 명의의 축전만 발송했고, 관영매체를 통해 그간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거나 난징대학살을 부정해온 다카이치 총리를 직설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이런 '불편한' 분위기를 보여주듯 경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미중·한중·한일을 비롯한 주요국 정상의 양자 회담 일정이 이달 29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속속 잡히는 가운데도 중일 정상회담 소식만큼은 아직 공식화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날 왕 주임이 양국 외교장관 간 첫 통화에서 고위급 교류의 중요성을 부각하면서 중일 정상회담이 개최될 여지를 열어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중국과 일본이 각각 미국과의 관세 협상과 동맹 강화라는 주요 과제를 떠안고 있는 상황에서 후순위로 밀린 중일 관계에는 조심스럽게 접근하려는 행보로 풀이하고 있다.
오승희 국립외교원 교수는 "중국 내에서 과거 다카이치 총리의 강경 반중 발언이 다시 회자하고 있고, 일본은 미일 동맹의 '새로운 황금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한 만큼 상황을 조심스럽게 살피는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오 교수는 또 그간 중국 채널과의 교류를 맡아왔던 공명당과의 연정을 집권 자민당이 끊고 강경 보수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에 주목하는 한편, 경주 중일 정상회담 성사 여부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 시절 제시된 연내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의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봤다.
중일 정상회담이 성사될 경우 주요 의제로는 희토류를 비롯한 자원 및 반도체 장비 수출과 이시바 전 총리 시절 양국이 합의한 수산물 수입 재개 이행과 관련한 문제 등이 거론된다.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역사·대만 문제와 일본이 문제 삼는 중국의 동·남중국해 위협 문제, 미국 중심의 '중국 견제' 안보 협력 문제, 한반도 문제 등도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왕 주임은 이날 통화에서 "중국과 일본은 서로 중요한 이웃 국가로, 중국의 대일본 정책은 연속성과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역사와 대만 문제는 양국 관계의 기초 및 양국 간의 기본적 신의에 관계된다. 일본이 중국과 함께 중일 관계의 정치적 기초를 잘 수호하고, 중일 관계가 올바른 방향으로 계속 개선·발전되도록 추동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모테기 외무상은 "현재 국제 형세가 심각하게 변화하고 있고, 일본과 중국 양국은 점점 더 큰 국제적 책임을 지고 있다"며 "중국은 일본의 중요한 이웃 국가고 다카이치 총리는 일중 관계를 고도로 중시한다"고 말했다.
모테기 외무상은 또 "일본은 중국과 디커플링(decoupling·공급망 등 분리)을 의도한 적이 없다"며 "양국이 층위별 교류를 강화하고, 호혜 협력을 증진하며, 이견을 적절히 처리해 건설적·안정적인 일중 전략적 호혜 관계를 전면 추진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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