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야당 배제…"결과 미리 정해진 또다른 선거"
최대도시 시위에 야간통금령…인터넷 접속 장애도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 동부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29일(현지시간) 임기 5년의 대통령을 뽑는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다.
6천800만명 인구 가운데 3천765만명의 등록 유권자를 대상으로 이날 오전 7시부터 시작된 투표는 오후 4시를 지나며 마무리됐다.
연임에 도전하는 사미아 술루후 하산(65) 현 대통령을 비롯해 총 17명이 나선 이번 대선에서는 하산 대통령의 압승이 예상된다.
제1야당 차데마(CHADEMA)의 툰두 리수 대표가 지난 4월부터 반역 혐의로 재판을 받으며 구속 중이고, 제2야당 ACT-와잘렌도의 루하가 음피나 후보는 대선 후보 자격이 박탈되는 등 제1·2야당 후보가 빠졌기 때문이다.
다른 야당 차움마(CHAUMMA)의 살롬 음왈리무 주마(49) 후보와 아프리카농부연합당(AAFP)의 쿤제 은곰발레 음위루 후보도 주요 후보로 꼽히지만, 하산 대통령의 집권 여당인 탄자니아혁명당(CCM)에 비하면 지지기반이 빈약하다.
블룸버그통신은 탄자니아 대선이 세계 최고령 국가원수인 폴 비야 대통령이 8선에 성공한 카메룬 대선과, 주요 경쟁자를 배제한 끝에 알라산 우아타라 대통령이 4선 한 코트디부아르 대선과 같이 결과가 미리 정해진 또 다른 선거라고 짚었다.
차데마의 데오크라티우스 무니시 대변인은 "탄자니아에는 선거가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대관식이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하산 대통령은 어떤 시위도 허용하지 않겠다고 누차 밝혔으나 차데마는 선거일 당일 시위를 촉구했고, 이날 최대 도시이자 경제 중심지인 다르에스살람에서는 수백명의 젊은이들이 거리로 나와 "우리나라를 돌려달라"고 외치며 시위했다.
군경의 삼엄한 경비 속에서도 일부 시위대는 한 경찰서를 불태웠고 군경은 최루탄으로 진압에 나섰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급기야 경찰은 이날 오후 6시를 기해 다르에스살람에 야간 통행금지령을 내리고 군경이 순찰할 방침이라고 국영방송을 통해 발표했다.
인터넷 감시 업체 넷블록스에 따르면 이날 탄자니아 전역에서는 심각한 인터넷 접속 장애가 발생하기도 했다.

탄자니아는 다당제 민주주의 국가이지만, 1961년 영국에서 독립한 이래 CCM이 계속 집권했다.
2021년 3월 존 마구풀리 대통령의 서거 이후 당시 부통령으로서 대통령직을 자동승계한 하산 대통령이 당선되면 선거로 선출된 탄자니아의 첫 여성 대통령이 된다. 64년 집권한 CCM도 집권 기간을 69년으로 늘리게 된다.
하산 대통령은 취임 후 야당 집회 금지령을 해제하는 등 전임자의 권위주의적인 정책에서 벗어나 언론·야당에 대한 제한을 완화하는 등 정치 개혁에 나섰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지방선거를 거치며 이번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일부 개혁 조치를 다시 되돌리고 야당 탄압, 인권 침해, 언론 억압 등 통제 강화로 회귀했다는 비판도 받는다.
국제앰네스티(AI)는 최근 성명에서 2024∼2025년 탄자니아에서 발생한 다수의 실종·자의적 체포·고문·불법 살해 등의 사례를 거론하며 언론과 시민사회, 야당을 겨냥한 광범위한 규제와 공포 분위기를 지적하기도 했다.
결선 투표 없이 최다 득표자가 당선되는 이번 대선의 예비 개표 결과는 투표 종료 후 24시간 이내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선거관리위원회는 3일 이내에 최종 개표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날 함께 치르는 총선에서는 전체 393석 의석 중 지역구 선거에서 264명의 의원이 선출된다.

hyunmin6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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