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1년 시한부 휴전' 지적도…"중국 외 대체 공급망 문제 고민해야"

(경주=연합뉴스) 조성흠 김동규 임성호 기자 = 미국과 중국이 30일 경주 정상회담을 통해 희토류 수출 통제 1년간 유예와 대중 관세 부분 인하에 합의하면서 다시 극한으로 치닫던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일단 봉합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이 역외 통제라는 전례 없던 강력한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들고나오면서 야기한 미중 극한 대립이 일단 완화되는 모양새다.
그러나 중국이 희토류 역외 통제 시행 카드를 완전히 접은 것이 아니라 1년 유예한 것에 불과해 경주 담판을 통해 성립된 1년짜리 '휴전'이 언제든 다시 깨질 수 있는 만큼 한국이 대중국 희토류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는 노력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부산 김해공항 나래마루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약 100분간 양국 간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을 마친 뒤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희토류는 전부 해결됐다"며 "그 장애물은 이제 없어졌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희토류 수출통제를 1년간 유예하기로 했으며 이후 유예를 매년 연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히면서 이에 미국은 중국에 부과해온 이른바 '펜타닐 관세'를 종전 20%에서 10%로 낮췄다고 밝혔다.
중국 상무부도 이날 당초 12월 1일부터 시행하겠다고 했던 희토류 수출 역외 통제 규정 적용을 1년간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미중이 최근까지도 무역 전쟁을 지속하며 '치킨 게임' 양상으로 치닫던 양국 간 흐름을 일단 봉합하고 '휴전' 국면으로 전환하면서 첨단·전략 산업에 필수 원료인 희토류 공급망 불안을 우려하던 한국 역시 관련 우려를 덜었다는 평가다.
중국은 올해 4월 희토류 17종 가운데 중(重)희토류 7종의 대미 수출을 통제한 데 이어 이달에는 사마륨, 디스프로슘 등 희토류를 추가로 수출 통제 대상에 포함했다. 여기에 더해 해외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에 자국 희토류가 0.1%라도 포함된 경우 12월부터 자국 상무부의 수출 허가를 받도록 해 미국의 반발을 샀다.
중국이 새롭게 들고나온 희토류 역외 수출 통제 계획은 미국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전 세계를 대상으로 예고한 것이라는 점에서 한국이 미중 갈등의 유탄을 맞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
중국의 주장대로라면 네오디뮴 등 희토류 사용 전기 모터를 활용한 한국 제품의 제3국 수출 등을 위해서는 중국의 허가를 일일이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이번 미중 합의로 중국의 수출 허가를 받기 위한 번거로움과 수출 지연 우려가 일단은 잦아들 것으로 기대된다.

반도체 업계는 이번 회담으로 글로벌 희토류 공급망 불안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업계 관계자는 "희토류 공급망이 어느 정도 다변화돼 당장 문제는 없었다"면서도 "사태가 장기화하면 영향이 있을 수 있었는데 그 전에 합의점을 조금이라도 찾은 결과로 보인다. 공급망 안정과 원자재 수급에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라고 반색했다.
업계는 이번 합의를 계기로 양국 갈등과 상호 규제가 추가 완화할 경우 글로벌 경영 불확실성도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아울러 희토류 갈등 우려 외에도 한국의 1·2위 수출 대상국인 미국과 중국이 갈등 일변도 국면에서 벗어나 갈등 관리 모드로 들어가며 무역 관련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은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유리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미중 갈등이 완전히 해소된 것이 아닌 만큼 조심스러운 분위기도 여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중 관계가 갈등 고조와 화해를 반복하는 상황이어서 공급망 다변화를 통한 리스크 관리도 지속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신냉전으로 불리는 미중 대립 구조가 장기적으로 굳어지는 상황에서 향후 미중 갈등이 격화하면 중국이 언제든 미국의 아킬레스건으로 여겨지는 희토류 카드를 들고나올 가능성이 큰 만큼 한국이 희토류 중국 의존도 낮추기에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미중이 희토류 갈등 1년 유예, 휴전한다고 했지만 꼭 보장되는 건 아니고 중국이 또 희토류 규제를 강화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올리는 사이클이 다시 발생할 수 있다"며 "한국은 1년이라는 시간을 번 만큼 희토류 대체 공급망이나 대체 기술, 효율적인 저장·비축의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dkkim@yna.co.kr
악수하고 덕담 주고받은 미중 정상…합의 내용은? / 연합뉴스 (Yonha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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