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 처리" 한중회담서 이례적 언급…2016년 사드 배치 결정후 회담 때도 나와
'韓핵잠 승인'에 美의 대중국 견제 동참 가능성 경계 속내 내비친듯
일각 '혐중 집회' 등 염두에 둔 듯 "여론 인도 강화, 부정적 동향 억제해야"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 경주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소통·신뢰 강화와 호혜협력을 강조했지만, '모순'(矛盾·문제 혹은 갈등의 의미)을 이례적으로 언급하고 '핵심이익'을 강조하는 등 한국이 미국의 대중 견제에 동참할 가능성에 대한 견제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1일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중한 양국은 이사 갈 수 없는 중요하고 가까운 이웃이자 떼려야 뗄 수 없는 협력 동반자"라며 양국 관계의 안정적 발전을 위한 소통 강화와 협력 심화를 강조했다.
이어진 비공개 회담에서도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과 인공지능(AI)·바이오제약·녹색산업 등 구체적인 분야를 거론하며 협력을 강화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 주석의 '속내'는 이어진 '중한관계의 새로운 국면을 열기 위한 4가지 제언' 부분에 있었다.
시 주석은 양국이 장기적 협력을 추구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으로 ▲ 전략적 소통 강화와 상호신뢰 기반 다지기 ▲ 상호이익 협력 심화 ▲ 국민 간 감정 개선과 민간교류 증진 ▲ 다자협력 강화 등 4가지를 제시했다.
이 가운데 '전략적 소통 강화와 상호신뢰 기반 다지기'와 관련해서는 "차이점 속에서 공통점을 찾고 협력과 상생을 추구해야 한다. 각자의 사회제도와 발전 경로를 존중하고, 서로의 핵심 이익과 주요 관심사를 배려하며, 우호적 협의를 통해 모순과 의견 차이를 적절히 잘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차이점 속에서 공통점을 찾는다'(구동존이·求同存異)나 '핵심이익과 주요 관심사 배려'는 과거에도 한중관계를 설명할 때 중국이 사용해온 표현이지만 '모순과 이견 적절 처리'와 함께 나온 점이 눈길을 끈다.
'모순'은 중국이 상대국과 갈등이나 대립 요소가 있다고 볼 때 쓰는 표현이고 '의견 차이' 역시 전략경쟁 상대인 미국이나 무역분쟁 등이 있는 국가와의 관계에서 주로 나온다.
'모순'의 경우 한국과의 관계에서 사용된 예를 찾기 쉽지 않다.
앞서 시 주석과 윤석열·문재인 전 대통령의 정상회담 후 중국에서 발표한 내용에 '모순'이라는 표현은 없었다. 싱하이밍 전 주한 중국대사는 2022년 한중수교 30주년 포럼에서 한중 간에는 '구조적 모순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시 주석이 한국 대통령에게 '모순'을 직접 언급한 사례는 2016년 9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사드 배치 결정 후 첫 정상회담을 했을 때였다.
당시 시 주석은 핵심이익 존중과 구동존이 등을 강조하면서 "우리는 미국이 한국에 배치하는 사드 시스템에 반대한다. 이 문제(사드 배치 문제)의 처리가 좋지 못하면 지역의 전략적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고 유관 당사국 간의 모순을 격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핵심이익'이란 중국이 합의·양보할 수 없다고 여기는 최상위 국가 이익을 뜻한다. 대만·홍콩·마카오 등과 연계된 국가 주권과 영토 보전 등 안보, 공산당 체제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런 전례로 미뤄 볼 때 이번에 시 주석이 한중 정상회담에서 '모순·이견'과 '핵심이익'을 다시 함께 거론한 것은 한국의 핵잠수함 도입 계획을 견제하는 발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은 한국이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핵추진 잠수함 보유 추진을 공식화하고 미국으로부터 승인을 얻은 직후에 열렸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디젤 잠수함은 잠항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북한이나 중국 쪽 잠수함에 대한 추적 활동에 제한이 있다"며 핵추진 잠수함 도입이 필요하다고 요청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한국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이 '중국 쪽'을 언급한 것과 관련해 '특정 국가 잠수함을 지칭한 것이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중국 입장에서는 호주가 중국 견제를 위해 미국과 핵추진 잠수함 도입에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인접국인 한국까지 핵추진 잠수함을 보유해 미국의 대중 견제 전략에 동참하게 될 가능성을 경계하는 상황이다.
시 주석은 최근 한국에서 잇따른 '혐중 집회'를 염두에 둔 발언도 했다.
그는 네 가지 제안 중 세번째인 '국민 간 감정 개선'과 관련해 "여론과 민의에 대한 인도를 강화하고, 긍정적 메시지를 확산하며, 부정적 동향을 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시 주석의 이번 방한을 앞두고 국내 보수진영 일각에서 강한 반중(反中) 정서가 확산하는 상황과 혐중·반중 시위를 경계해왔다.
결국 시 주석은 이전 정권 때의 사드 배치나 미일 중심 '가치외교'로 경색됐던 한중관계에 '새로운 국면'을 열자며 안정적인 관계 발전 의지를 피력하고 이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손을 맞잡으면서도 한중 간의 잠재적 갈등 요소와 관련해서는 우회적으로 우려를 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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