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권 매체, 배우자·자녀 해외 체류하는 '뤄관' 척결 일환 추측

(서울=연합뉴스) 김현정 기자 = 가족을 해외로 이주시킨 공무원을 척결하는 중국 당국의 '뤄관(裸官·기러기 공무원)' 관리 조치의 하나로 이강(易綱) 전 인민은행장이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政協) 경제위원회 부주임직에서 해임됐다고 홍콩 성도일보가 3일 보도했다.
정협은 지난 1일 폐막한 제14기 전국위원회 상무위원회 제14차 회의를 통해 이강 전 인민은행장을 비롯해 9명의 전문위원회 부주임을 일괄 해임했다고 전날 발표했다. 구체적인 사유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성도일보는 내부 관리자를 인용해 "이는 중국 당국이 '뤄관'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단행된 조치"라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일인자 자리에 오른 2012년 제18차 당대회 이후 이 같은 관리 방침이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은퇴 고위 간부는 관례로 정협 부주임직을 맡는데, 임기 중 9명이 한꺼번에 해임되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고 부연했다.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는 2014년부터 당 중앙위원회와 전국인민대표대회·정협·정부 부처·중앙기율검사위원회·국유기업의 간부 등 가족이 해외에 거주할 경우 해임 대상이 되는 직위를 정해 발표하고, 성(省)별 사례조사에 나서는 등 실질적 관리를 강화한 바 있다.
중국 당국은 높은 해외 이주·거주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뤄관'이 부패에 연루될 가능성이 높고, 권력 남용·횡령·뇌물수수 등 부정하게 축적한 재산을 해외로 빼돌리기 쉽다고 보고 있다.
성도일보에 따르면 이번에 해임된 정협 전문위원회 부주임 9명의 자녀 중 일부는 이미 유학 국가에 정착해 귀국을 원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행장과 함께 해임된 인물은 장쥔쿼 전 국무원 발전연구센터 부주임, 장타오린 전 농업농촌부 부부장, 장제 전 상하이교통대 총장, 차오웨이싱 전 자연자원부 부부장, 천궈칭 전 최고인민검찰원 부검찰장, 왕룽 전 광둥성 정협 주석, 천위안펑 전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부주임, 수이쥔 전 중국화교연합회 부주임 등이다.
이 전 행장은 베이징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일리노이대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미 인디애나주립대 교수로 재직했으며, 1992년 종신 교수 자격을 얻었다.
그러나 1994년 중국으로 돌아와 모교 베이징대 교수를 지냈고 1997년 학계를 떠나 인민은행 통화국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2008년 부행장을 거쳐 2018∼2023년 인민은행장을 역임했다.
행장 선임 당시에도 홍콩 빈과일보 등 중화권 매체는 그의 아내 궈징핑(郭京平)과 아들 이반(易般)이 미국에 거주하고 있으며, 아들은 수십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현지에 보유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hjkim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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