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파 정권 출범 앞두고 연일 우크라 지원 선긋기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체코 우파 포퓰리즘 정치세력이 새 연립정부 구성을 앞두고 우크라이나 지원을 끊겠다며 연일 강경책을 내놓고 있다.
현지매체 라디오프라하에 따르면 토미오 오카무라 하원의장은 6일(현지시간) 의회 건물에 게양된 우크라이나 국기를 내리라고 지시했다.
이어 의회에서 우크라이나 국기를 내리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엑스(X·옛 트위터)에 올렸다. 동영상에서 그는 "체코가 우선"이라며 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반대한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체코 정부는 2022년 2월 전쟁 발발 이후 상당수 유럽 국가와 마찬가지로 우크라이나와 연대한다는 뜻에서 의회 등 공공기관에 우크라이나 국기를 내걸었다.
오카무라는 긍정당(ANO), 운전자당과 함께 연립정부 구성에 합의한 자유직접민주주의당(SPD) 대표로 지난 5일 권력서열 3위인 하원의장에 선출됐다.
한국계 일본인 아버지와 체코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오카무라는 사업가로 성공한 뒤 2015년 SPD를 창당했다. 그는 체코에 거주하는 우크라이나 피란민들은 모국으로 돌아가야 하며 복지 지원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극우 성향으로 분류되는 SPD는 외국인 혐오와 인종차별 논란에 여러 차례 휘말렸다. 오카무라는 흑인이 흉기를 들고 있는 사진을 작년 유럽의회 선거 포스터로 썼다가 증오 선동 혐의로 기소 위기에 놓여 있다.

외무장관을 맡기로 한 필리프 투레크 운전자당 대표는 "체코의 국가안보에 집중하겠다"며 체코 정부가 작년 초부터 주도한 서방의 우크라이나 탄약 지원 프로그램을 중단하겠다고 말했다.
아마추어 카레이서인 투레크는 내연차 퇴출 등 유럽연합(EU)의 녹색정책에 반대한다며 운전자 권익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그 역시 지난해 유럽의회 선거 당시 히틀러 경례를 하는 사진이 인터넷에 퍼지는 등 나치 찬양 논란이 불거졌다.
2021년 출범한 체코 중도우파 연정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군사위원장 출신인 페트르 파벨 대통령과 뜻을 모아 우크라이나를 전폭 지원해 왔다. 체코에 거주하는 우크라이나 피란민은 지난 8월말 기준 38만6천명으로 독일(121만1천명), 폴란드(99만6천명)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자국민 인구 대비 비율을 따지면 1천명당 35.4명으로 유럽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지난달 총선 결과 극우 내지 포퓰리즘 성향 3개 정당이 정권을 장악하게 되면서 우크라이나 지원이 대폭 축소될 분위기다. 늦어도 내달 총리로 취임할 예정인 안드레이 바비시 긍정당 대표도 탄약 공동구매 등 우크라이나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퇴임을 앞둔 얀 리파프스키 외무장관은 "체코의 군사지원 제한은 전선의 러시아 군인들에게 큰 기쁨이 되는 소식"이라며 "바비시가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에게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생각하자"고 말했다.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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