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발생 10주기 맞아 제안…생존자 단체 "여러 피해자 관심보여"
프랑스 정부, 10주기 맞아 각종 추모 행사 마련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2015년 11월 프랑스 파리 극장 테러 참사를 저질러 종신형을 선고받은 이슬람국가(IS) 조직원이 '회복적 사법' 차원에서 피해자 측과 접촉을 요청했다.
프랑스 교도소에 수감 중인 IS 조직원 살라 압데슬람의 변호인 올리비아 로넨은 11일(현지시간) 라디오 프랑스 앵포에 출연해 압데슬람이 피해 당사자들과 접촉하길 요청했다고 밝혔다.
13일로 사건 발생 10주기를 맞는 시점에 나온 의외의 제안이다.
압데슬람은 2015년 11월 13일 파리 바타클랑 극장을 비롯해 식당, 술집, 축구장 등에서 총기를 난사하고 폭탄을 터트려 130명의 목숨을 앗아간 IS 조직원 중 한 명이다
다른 IS 조직원들은 당시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경찰에 사살당했으나 압데슬람은 자살용 폭탄 조끼를 버리고 벨기에 브뤼셀로 달아났다가 2016년 3월 붙잡혔다. 그는 긴 재판 끝에 2022년 6월 말 법정 최고형인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변호인은 압데슬람이 "피해자들이 원한다면 상황을 설명하고 대화를 나누며 이 구금상태와 재판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는 문을 열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고 했다고 전했다.
프랑스에서 10여년 전부터 부상한 회복적 사법은 자발적이고 체계적인 방식으로 피해자와 가해자를 연결해 이해와 대화를 촉진하고 경우에 따라 화해를 도모한다. 목표는 사회적 유대를 회복하고 피해자의 고통을 인정하며 가해자에게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다.

변호인은 압데슬람의 이 요청이 다소 놀라울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적극 옹호했다.
그는 "이는 회복적 사법의 원칙에 부합하는 것으로, 가해자와 범죄 피해자들이 과거를 극복하고 사회적 화해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또 일부 피해자 역시 압데슬람과 직접 접촉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생존자 단체 '라이프 포 파리'의 아르튀르 데누보 회장은 엑스(X·옛 트위터)에 "회복적 사법에 관해 여러 피해자가 관심을 보인다"며 "스페인이나 이탈리아에서처럼 압데슬람과 교도소 내 만남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적었다.
그러나 전날 프랑스 국내보안국(DGSI)의 셀린 베르통은 RTL 방송에서 압데슬람을 두고 "파리 테러를 저지르게 한 치명적인 이념에 여전히 급진화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프랑스 수사 당국은 압데슬람이 전 여자친구로부터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 선전물이 담긴 USB 4개를 면회 과정에서 전달받은 사실도 확인해 여자친구를 전날 예비 기소했다. 이 여성은 다른 공모자들과 함께 테러를 모의한 의혹도 받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13일 테러 10주기를 맞아 다양한 추모 행사를 연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테러 현장을 방문해 유가족, 피해자 단체와 함께 묵념한다. 파리시는 희생자를 기리는 뜻에서 12일과 13일 일몰 후 파리의 상징 에펠탑을 조명으로 프랑스 국기색으로 물들인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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