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미디어 포럼' 참석 호주·뉴질랜드·대만 SMC 센터장 인터뷰
"후쿠시마 오염수 등 논쟁 이슈 '초기 대응' 중요…여론 양극화 뒤 설득 어려워"

(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코로나19 발발 이후 백신 관련, 허위정보를 비롯한 각종 오정보가 흘러나오며 혼란이 일던 2021년 구글은 전 세계 사이언스미디어센터(SMC)에 100만 달러를 지원하며 '백신 미디어 허브'를 구축했다.
이 허브는 전 세계 전문가들의 코멘트들이 기자에 빠르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한 창구로,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곧바로 전문가들의 의견을 제공하는 SMC의 기능을 통해 사회적 혼란을 잠재우는 데 기여했다.
13일 서울 중구 온소스퀘어에서 열린 '글로벌 사이언스 미디어 포럼' 참석차 방한한 수산나 엘리엇 호주 SMC 센터장은 11일 서울 강남구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형 산불이 나면 기자들은 소방관이나 정치인, 피해자만 인터뷰하지, 과학자에게는 가지 않는다"며 "'과학을 이슈 속으로 끌어와야 한다'는 절실한 필요성이 있었다"며 SMC의 필요성에 대해 이같이 강조했다.
SMC는 과학기술 관련 이슈가 발생했을 때 언론에 과학자들의 의견을 빠르게 전달하는 과학언론 지원 기관이다.
2002년 영국에서 처음 설립된 뒤 2005년 호주, 2008년 뉴질랜드, 2017년 대만 등으로 확산했다. 현재 6개국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한국에는 지난 9월 '한국과학기술미디어센터'(SMCK)로 개소했다.
엘리엇 센터장은 "산불과 같은 재난 시에는 날마다 다른 전문가가 필요하다"며 "처음 화재 원인에는 기상학자나 화재동역학자, 그다음엔 피해자 지원에선 심리·응급 전문가, 이후엔 복구·건축 전문가 등으로 주제가 바뀌는데, 언론이 이 모든 전문가를 직접 찾기는 어렵기 때문에, 우리가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뉴질랜드와 대만도 과학 보도를 담당하는 전문 기자가 거의 없이 일반 기자가 여러 분야를 동시에 다루는 만큼 SMC의 필요성이 컸다고 설명했다.
다시아 허블록 뉴질랜드 SMC 센터장은 "뉴질랜드에서는 과학 보도를 담당하는 기자가 거의 없었고, 뉴질랜드 연구가 BBC 등 해외 언론을 통해 먼저 보도된 후 다음 날 국내 언론이 그걸 그대로 옮기는 경우가 많았다"고 소개했다.
시네이드 첸 대만 SMC 센터장도 "대만은 비영어권 국가이기 때문에, 많은 과학 뉴스가 해외 기사를 번역하는 형태로 들어오는데 이 과정에서 '맥주를 매일 마시면 치매 위험이 줄어든다'는 식의 잘못된 보도가 들어온다"며 "단순 번역이 아니라, 현지 과학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사실을 확인하는 전문 과학 저널리즘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과학자와 언론인 간 신뢰를 쌓는 것이 어려웠지만, 오랜 기간 필요성을 강조하며 점차 협업 규모를 늘려갔다고 이들은 설명했다.
호주의 경우 20년간 SMC의 지원을 통해 2천명 이상의 기자와 7천명 이상 과학자가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다고 엘리엇 센터장은 설명했다.
이런 신뢰는 특히 백신 미디어 허브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 코로나19 사태 대응에 필요성을 입증하며 효과를 발휘했다는 분석이다.
허블록 센터장은 "팬데믹 초기 정확한 답이 없더라도 '현재 과학자들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연구 중이며, 무엇을 기다리는가'를 계속 알려주는 게 중요했다"며 이를 통해 뉴질랜드의 백신 접종 목표이던 90%를 달성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고 소개했다.

이들은 SMC가 특정 방향의 의견을 전달하지 않기 위해 후원 상한선을 두는 등 독립성을 유지하고, 양질의 전문가를 확보하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엘리엇 센터장은 "대중은 SMC를 잘 모르지만, 언론은 신뢰한다"며 "전문성 없는 사람이 언론에 나가면 혼란이 생기므로, 우리는 의견에 대해 다른 전문가들에게 상호 검증을 요청해 가능한 한 합의된 정보로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새로 개소한 SMCK에 대해 기자와의 관계 구축, 근거 기반 보도를 통해 '정부 기관'이 아니라는 신뢰 증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첸 센터장은 "처음 4년간 정부 지원을 받으며 기자들이 '정부 기관'이 아니냐고 의심했지만 '근거 기반' 보도를 통해 신뢰를 증명했다"며 "정부 입장과 같을 때도 다를 때도 있지만 원칙은 동일했고, 기자들이 SMC가 과학 근거를 기반으로 일한다는 걸 믿게 됐다"고 말했다.
SMC를 통해 언론에 빠르게 과학자의 의견을 전달하면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이들은 강조했다.
허블록 센터장은 "후쿠시마 오염수 같은 논쟁적 이슈는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 이미 여론이 양극화된 뒤에는 설득이 어렵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과학자들에게 가능한 한 빨리, 명확한 근거와 함께 대응하도록 권한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이근영 한국과학기술미디어센터장이 향후 계획과 발전 방향에 대해 발제했다.
그는 "센터는 신뢰성을 바탕으로 존립하며 신뢰성은 독립적인 운영과 자율적인 편집에서 비롯된다"며 "3년 인큐베이팅 기간 이후 자립적인 기관으로 발전해 가기 위해 내년부터 본격적인 후원 모집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외에 정재훈 고려대 의대 교수가 코로나19 시대와 타미플루 자살 우려 보도 사례에 관한 경험을, 김창영 서울대 교수가 LK-99 초전도체 논란 사태 때 검증위원장을 맡았던 경험을 소개했다.
shj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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