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SCMP 보도…프랑스 총리 지시로 쉬인 영업정지 절차 개시
독일 총리 "중국산 부품, 5G 네트워크서 교체하고 6G에선 불허"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중국의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와 ZTE가 유럽 시장에서 퇴출 압력을 받는 가운데 패스트패션 업체 쉬인도 프랑스에서 영업 중단될 수 있다는 경고음이 울려 주목된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4일 보도했다.

SCMP는 분석가들을 인용해 유럽연합(EU) 내에서 운영 중인 중국 기업들의 경우 정치적 위험과 공급망 노출 등 난관에 부닥칠 수 있어 비상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우크라이나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유럽 내에선 러시아를 지원하는 중국에 대한 거부감이 커져 왔다. 여기에 중국과 네덜란드 간 넥스페리아 경영권 분쟁, 그리고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가 반중 정서를 촉발하면서 중국과 EU 간 무역분쟁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지난 10일 EU 집행위원회는 '통신망에서의 고위험 공급업체 사용 중단'에 관한 5년 전 권고를 법적 구속력을 가진 규정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며, 회원국들이 자국 무선 및 핵심 통신망에서 화웨이와 ZTE의 단계적 퇴출 의무화를 추진토록 권고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EU 회원국들의 핵심 인프라가 중국 정부와 긴밀한 관계의 기업 영향권 아래 놓이게 되는 것이 안보를 위협한다는 우려가 담겨 있다.
실제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는 지난 13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열린 비즈니스 콘퍼런스에서 "정부 내 가능한 모든 곳의 5G 네트워크 등에서 독일산 부품으로 교체하기로 결정했으며 6G 네트워크에선 중국산 부품을 전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SCMP가 전했다.
독일 이외에 EU 회원국들에서도 중국 화웨이·ZTE 부품의 퇴출 조치가 현실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프랑스는 자국 내에서 중국 의류기업 쉬인의 영업 중단 조치가 가시화하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이 신문은 프랑스 내 쉬인 매장에서 아동용 음란 인형을 판매한다는 사실이 적발돼 파리 검찰이 조사를 시작했고 지난주 총리 지시로 쉬인의 영업 정지 절차가 개시됐다고 덧붙였다.
SCMP는 그러면서 화웨이·ZTE·쉬인에 대한 이런 위협은 EU에 진출한 중국 3천개 기업에 대한 경고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유력 경제학자인 셰궈충(謝國忠·앤디 셰)은 "유럽 지도자들이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움직임을 보고 있다"면서 유럽 내에서 넥스페리아 사건 이후 중국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다고 짚었다.
천즈우 홍콩대 교수는 "EU의 규제가 화웨이·ZTE 등에 제한된다면 (중국에 끼치는) 경제적 영향이 크지 않겠지만, 규제가 더 광범위한 범위로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런 상황에서 EU 주재 중국상공회의소는 지난 12일 보고서를 통해 현지 진출 기업 중 81%가 사업 환경 내 예측 불가능성 증가를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아울러 많은 중국 기업이 유럽 내에서 상업 문제의 정치화가 심화하고 규제가 엄격해진다고 답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프랑스 투자은행 나틱시스의 게리 응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EU 회원국들의 규제 조치에 대응해 중국이 유럽산 제품의 수입 제한 또는 중국산 제품의 추가적인 수출 통제 가능성을 포함해 양측 간 갈등이 격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과 함께 유럽에도 희토류 수출통제 조치를 적용해오던 중국은 지난달 말 미국과 무역 제재 1년 유예에 합의한 뒤 유럽에도 해당 조치 시행을 1년 미뤘으나, 중국과 EU 간 무역분쟁이 본격화하면 희토류 수출통제 등이 재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윙테크가 인수해 운영해온 넥스페리아 사태도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자동차 부품 등에 들어가는 범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넥스페리아의 기술 유출을 우려한 네덜란드 정부가 지난 9월 말 경영권을 장악하자 중국은 자국 현지 공장인 넥스페리아 차이나 생산 부품의 수출 통제로 맞서 심각한 상황으로 치달았다.
그런 후 현재 수출 통제가 일부 완화됐으나 아직 갈등이 해결된 상태는 아니며 언제든 재점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외교가에선 안보·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미국과 갈등·대립하는 상황에서 일종의 우회로 격인 EU와 '강 대 강' 무역 분쟁을 피하려는 게 중국 입장이지만, 희토류 수출 통제와 넥스페리아 사태는 물론 화웨이·ZTE 문제 역시 물러설 수 없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차후 중국의 행보에 주목한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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