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종 블라인드 서바이벌, 국민·자문심사단 시음…다음 달 최종 12개 공개

(서울=연합뉴스) 송정은 기자 = "향은 1번보다 약한데…딱! '소맥' 맛이네?"
술맛 감별 능력은 누구보다 자신 있는 시민들이 14일 오후 올해의 전통주 왕좌를 가리는 자리에 모였다.
▲ 탁주·약주·청주류 ▲ 과실주·맥주류, 소주류 ▲ 그 외 주류(위스키·하이볼 등) 4개 부문별 심사단은 상표를 뗀 채 투명 컵에 담긴 술을 1번부터 10번까지 차례로 시음했다.
"달기도 하고 쓰기도 한데, 맛있네"라고 읊조리며 맛과 향, 목 넘김을 꼼꼼히 살폈고 각자의 '관능 심사표'에 빼곡히 평가 내용을 채웠다.
사회를 본 코미디언 심현섭이 "1번이 우수하다고 생각하시면 손을 들어주세요"라고 외치자 심사단은 자신이 뽑은 5개 주류가 호명될 때마다 머리 위로 동그라미표를 들어 올렸다.
국세청은 이날 서울지방국세청에서 '2025 K-술 어워드'에 참여한 중소기업의 40개 주류를 대상으로 국민 심사단과 기업·내부·자문심사단 등 80여명이 참여한 최종 심사를 열었다.
술을 담당하는 국세청에서 서바이벌 식으로 전통주 행사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심사단 저마다 선호하는 술은 달랐지만 국산 술을 세계에 알리고자 하는 마음은 하나였다.
국민심사단 김윤경(49)씨는 "젠슨 황의 '치맥' 덕분에 우리 술이 유명해져 외국 친구들의 관심도 확 늘었다"며 "중소기업을 돕는 행사라 응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우연히 국세청 홈페이지를 찾았다가 신청했다는 이소연(32)씨도 "해외 생활을 하면서 주변 외국인들에게 한국 술을 많이 알렸다"며 "내 입맛에 가장 맛있는 술을 골랐다. 맛있는 술은 결국 세계에서 통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주류 분야 전문 인플루언서와 주요 기업의 실무진도 심사위원단에 합류했다.
구독자 80만명인 유튜버 '술익는 집'은 "세계 시장에 통할 술을 뽑는 자리인 만큼 맛이 지나치게 튀는 제품보다는 균형감을 중시하며 심사했다"고 설명했다.
소주·맥주 외에 다양한 주류가 해외에 진출하기 위한 방안을 묻자 "제조법을 확립해 주류 자체의 질을 끌어올려야 한다"며 "세계 주류와 붙으려면 상대적으로 생소한 한국 술은 가격 경쟁력도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한국의 양조장이 어려움이 많다"며 "경제도 좋지 않고 술도 마시지 않는 분위기인데 이럴 때일수록 내실을 다져 품질을 올릴 기회로 삼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국가대표 전통주 소믈리에인 유튜버 '소믈리에 케이지' 정기웅(33)씨는 "국산 술에 관한 대중의 관심을 끄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이번 행사가 긍정적"이라며 "외국에서도 한국 술을 알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은데 공부할 기회가 많지 않다. 이런 시도가 많아져야 한다"고 했다.
이날 심사단의 '블라인드 테스트'로 뽑힌 주류 20종은 ▲ 도한청명주 ▲ 산사춘 ▲ 지평달밤 ▲ 제주 하르방 감귤 막걸리 ▲ 조선약주 ▲ 문베어 모스카토 스위트 에일 ▲ 베베마루 아내를 위한 ▲ 복분자음 ▲ 사화유자 ▲ 이제 ▲ 경복궁 소주 ▲ 내외39 ▲ 문배술25 ▲ 사락 골드 ▲ 적송자진53 ▲ 김포 2025 ▲ 수박 하이볼 ▲ 차이나타운 ▲ 코아베스트 보쉐 700 ▲ 프루즈 등이다.
국세청은 앞으로 제품 설명서, 외관, 디자인 등을 토대로 한 서류 심사와 블라인드 테스트 결과를 합산해서 최종 12개의 주류를 선정하고 다음 달 2일 K-술 어워드 본행사에서 공개한다.
선정된 주류는 국세청 인증마크를 부착할 자격이 부여되고, 대형유통사의 지원을 받아 해외 현지 매장 매대에도 진열된다. 해외에서 열리는 국제 주류박람회에 전시될 기회도 얻는다.
이번 행사는 특색있는 맛과 향을 지닌 중소기업 주류를 발굴해 세계시장에 알리고, 주류 무역수지 적자를 개선하기 위해 마련됐다. 지난 9월 국내 175개 중소기업이 366개의 주류를 출품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오늘 최종 심사는 국민심사단 40명을 포함해 주류 전문가, 대기업 수출 실무자, 인플루언서 등 80여명의 심사위원이 계급장을 떼고 블라인드 테스트 방식으로 진행했다"며 "중국의 백주, 일본의 사케, 멕시코의 데킬라처럼 세계 시장에 우뚝 설 'K-술'의 힘찬 여정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s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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