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첫 주한 아프리카 대사…선교사 부친 따라 가나서 30여년 생활
한-가나 수교 때 출생, 서울올림픽 '바람개비 소년'…"아프리카서 포용력·다양성 배워"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저에게는 어머니가 두 분 있다. 한 분은 저를 낳아주신 대한민국이고 또 한 분은 저를 키워주신 아프리카 가나다."
최고조 신임 주한 가나대사는 14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연합뉴스와 한·아프리카재단이 공동 주최한 '2025 미래경제포럼'에 강연자로 나와 이렇게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아프리카는 한국의 과거가 아니라 한국의 미래"라며 "아프리카를 시장이 아닌 파트너로 손잡고 함께 갑시다"고 힘주어 말했다.
지난달 초 서울로 부임한 최 대사는 한국계 최초의 주한 아프리카 대사다.
1977년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난 최 대사는 1992년 선교사인 아버지를 따라 가나에 정착했고 현지 중학교와 영국 케임브리지 국제고등학교(IGCSE)를 다녔다.
그는 가나와 한국이 수교한 해 태어나 자신을 '가나 수교둥이'라고 불렀다.
가나국립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최 대사는 아프리카 최대 통신사인 MTN의 파트너사 '나나텔레콤'과 핀테크 선도기업 '페이스위치'를 설립하는 등 가나의 디지털 경제 발전을 이끌며 사업가로 성공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 개막식 매스게임에서 '바람개비 소년'으로 참여한 지 30년 만인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때 가나선수단 부단장으로 한국을 찾았다.
당시 가나에서 스켈레톤 종목에 처음 출전한 선수를 후원했다.

이처럼 한국과 가나의 교류·협력에 힘을 쏟은 최 대사는 아프리카 대륙의 잠재력으로 '사람'을 꼽았다.
그는 "아프리카는 사람으로 미래를 준비해왔다"며 "전 세계 20세 미만 인구의 60%가 아프리카에 살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가나에서 25세 미만이 인구의 57%를 차지한다. 이 사람들이 혁신가이자 미래 소비자이고 새로운 문화의 주역들이다"고 강조했다.
젊은층이 앞으로 아프리카 경제를 주도하면서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갈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이다.
또 최 대사는 아프리카에 희토류 등 자원이 풍부하고 친환경 '녹색사업'도 뜨겁다며 "곧 한국과 가나의 기후변화 협정이 이뤄지게 된다. 기후변화 협정으로 많은 기후사업이 아프리카로 갈 수 있게 된다"고 소개했다.

중학교 때부터 30년이 넘는 가나 생활은 인생의 소중한 경험이 됐다고 한다.
최 대사는 가나에 처음 갔을 때 부닥친 어려움에 대해 "적응하기 힘들었는데 항상 위기 뒤에 기회가 있다"며 "어려서부터 탁구를 잘 쳤는데 제가 탁구채 하나로 학교를 석권하면서 적응을 잘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또 "학교에서 현지인 아이들과 함께 뒹굴었다"며 "아프리카에 가서 포용력과 다양성을 배웠다"고 덧붙였다.
아프리카는 출산율이 높은 대륙인데 그의 자녀도 6명이나 된다.
최 대사는 미소를 띤 채 가족의 사진을 가리키며 "5번째 아이를 낳으면서 이름을 '이제 그만 낳겠다'라는 의미로 '안나'라고 지었는데 미국에 갔을 때 현지에서 '애나'라고 불렸다"면서 "결국 1년 후 아이가 또 태어났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 대사는 가나의 역대 대통령들과 친분이 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을 주한 대사로 임명한 존 드라마니 마하마 가나 대통령이 한국을 매우 좋아한다며 "대통령은 지난 6월 한국에 오셔서 쉬고 싶었는데 바빠서 못 왔다"고 밝혔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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