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영국에서 집주인이 과실 없는 세입자를 퇴거시킬 수 없는 '임차인 권리법'이 내년 5월부터 시행된다고 영국 정부가 14일(현지시간) 밝혔다.
지난달 입법 절차가 마무리된 새 법에 따르면 임대인은 부동산 매각이나 실거주, 임차료 미납, 임차인의 반사회적 행동 등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임차인을 퇴거 조치할 수 없다.
계약은 현재 흔한 1∼2년 고정 기간제가 아니라 매달 자동 갱신되며, 1년에 2차례 이상 월세를 올릴 수 없고 1개월 치 초과 월세 선납을 요구할 수도 없다.
임대인은 세입자가 반려동물을 키우지 못하도록 막지 못한다. 애초에 광고한 금액보다 높은 월세를 받을 수 없도록 해 임차 희망자들이 서로 월세를 올려 부르는 '입찰 경쟁'도 제한했다.
법 적용을 받는 잉글랜드 지역 세입자는 약 1천100만명으로 추정된다. 각 지방의회가 새로운 법 시행을 감독하며 위반 시 최고 7천파운드(1천340만원), 상습 위반 시 최대 4만파운드(7천6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게 된다.
스티브 리드 주택지역사회부 장관은 "부당한 퇴거 조치와 악덕 임대의 종료를 선언한다"며 "누구든 본인 지붕 아래에서 안전과 마음의 평화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 언론은 많은 세입자가 이를 환영했으나 집주인들은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벤 비들 전국주택임대인협회 대표는 BBC에 40여 년 만에 임대차 시장에 최대 변화를 맞게 됐는데도 정부가 시행 일정을 너무 촉박하게 제시했다고 지적했다.
일간 텔레그래프는 공급보다 수요가 많아 임대료가 상승하고 있는데 이번 법이 시행되면 오히려 주택 임대차 물량이 급감해 임대료가 오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집주인이 제약을 피해 집을 팔아버리거나 장기 주거용 임대보다는 단기·휴가용 임대로 눈을 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중개 사이트 라이트무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광역 런던 지역 주택의 평균 월세는 2천736파운드(525만원)로 1년 전보다 1.6% 올랐다. 월세가 평균 급여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5년전 40%에서 44%로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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