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내년 3월까지 공급…"유럽 에너지 안보 증진에 중요"
젤렌스키 "가스 수입 자금 약 3조원 조달할 것"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우크라이나와 그리스가 올겨울 우크라이나에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를 공급하기로 했다.
그리스 최대 가스 공기업인 DEPA와 우크라이나의 최대 국영 에너지 기업 나프토가즈는 이날 공동 성명을 통해 "오는 12월부터 내년 3월까지 겨울철 우크라이나 시장에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의향서를 오늘 체결했다"고 밝혔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양사는 성명에서 "이번 협정은 지역 에너지 협력 강화와 유럽 에너지 안보 증진에 있어 핵심 단계"라고 평가했다.
협정 서명식은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장남 트럼프 주니어의 전 여자친구이자 신임 주그리스 대사로 부임한 킴벌리 길포일이 참석한 가운데 이뤄졌다.
미초타키스 총리와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협정이 "어려운 겨울을 맞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반색했다.
미초타키스 총리는 "양국 관계는 그리스에서 우크라이나까지, 남에서 북으로 이어지는 튼튼한 신규 에너지 동맥을 통해 중대하고 새로운 차원을 맞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리스로부터 뿐만 아니라 그리스를 통해 (미국산) 천연가스를 공급받을 수 있게 된 점"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그리스 방문은 2023년 이후 처음이다. 그는 그리스에 이어 프랑스와 스페인도 잇따라 방문해 우크라이나 방어 및 에너지 지원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리스 방문에 앞서 이날 아침 텔레그램 성명에서 "러시아의 공격으로 인한 우크라이나 생산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필요한 가스 수입 자금 약 20억 유로(약 3조원)를 조달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그는 유럽과 우크라이나 은행들, 유럽 동맹국들이 이를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는 천연가스 생산국이지만 가스 저장소나 채굴 시설이 러시아에 폭격당하거나 러시아군 점령 지역에 자리 잡고 있어 국내 가스 생산량이 급감했다.
이런 상황에서 겨울철 난방 수요를 감당하려면 수입 가스 확보가 필수적이다.
그동안 러시아산 가스를 주로 수입해 주변국에 판매해 온 그리스는 유럽연합(EU)이 2027년부터 러시아산 수입을 전면 금지하기로 하자 미국산 수입을 확대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그리스는 지난 7일 2030년부터 연간 7억㎥의 미국산 액화천연가스를 수입하기로 미국과 합의했다. 이 공급은 DEPA와 에너지 기업 악토르(Aktor)가 미국 벤처 글로벌과 합작한 회사를 통해 이뤄질 예정이다.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계약 체결을 위해 최근 그리스를 찾은 자리에서 "그리스는 러시아가 지배하는 에너지 공급망의 종착지였다"며 "하지만 오늘날 그리스는 출발점이 되며, 미국 에너지 무역의 유럽 진출 관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스는 최근 그리스와 불가리아를 연결하는 트랜스아드리아 가스관(TAP)을 가동해 불가리아, 루마니아, 몰도바, 우크라이나, 헝가리, 슬로바키아로 이어지는 수직 에너지 회랑 구축에 기여할 수 있게 됐다.
튀르키예 국경 인근 알렉산드루폴리스 항구에 미국산 LNG 저장 시설을 새로 만든 것도 러시아의 유럽 내 시장 점유율 약화에 일조했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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