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헌의회 구성, 의원 정수 축소, 정당 보조금 철폐안도 부결 전망
노보아 대통령의 우파정부 정치적 타격 불가피

(멕시코시티·서울=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김용래 기자 = 치안 강화를 목표로 에콰도르의 다니엘 노보아(37) 대통령이 주도적으로 추진해 온 미군 주둔 허용 구상이 국민들의 반대로 좌초될 전망이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16일(현지시간) 치러진 에콰도르 국민투표에서 '국내에 외국 군사 기지 또는 군사적 목적을 가진 외국 시설을 설치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을 폐지하고 국내 군사 기지를 외국 군대에 일부 양도한다'는 취지의 개헌안이 개표율 약 90% 시점에 유권자의 3분의 2가량이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나 부결이 확실시된다.
이 개헌안은 부유한 사업가 출신인 친미(親美) 중도우파 성향 노보아 대통령이 2023년 11월 취임 이후 적극적으로 밀어붙인 안보 정책과 연관돼 있다.
노보아 대통령은 자국에서의 영향력 강화에 나선 마약 밀매 카르텔 척결을 위해 대통령령을 통해 군 역할을 확대하는 한편 개헌을 통한 미 군사기지 '재유치' 필요성을 역설해 왔다.
에콰도르는 과거 해안 도시 만타에 미군 기지를 뒀다가 2008년 좌파 성향의 라파엘 코레아 전 정부 시절 외국 군사 기지 설치 및 외국군 주둔 금지를 골자로 한 개헌을 했다. 미군은 이후 2009년 에콰도르에서 철수했다.
미군이 떠난 이후 10여년 전만 하더라도 남미에서 비교적 안전한 국가로 손꼽히던 에콰도르는 최근 수년 새 영향력 확장에 나선 마약 밀매 카르텔들의 '격전지'로 변했다.
해안 도심을 중심으로는 미국과 유럽 등지로의 마약 운송로 확보를 위한 폭력 집단의 충돌이 잦아졌고, 정치인·검사·경찰관 등을 상대로 한 테러 역시 수시로 발생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날 국민투표로 노보아 정부의 구상은 무위로 돌아가게 됐다.

이번 투표 결과는 치안을 개선하고 범죄 조직 폭력을 근절하겠다며 승부수를 던져온 노보아 대통령에게는 뼈아픈 패배가 될 전망이다. 노보아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마약 밀수 선박 공습 작전을 지지하는 등 강한 친(親)트럼프 성향을 보여왔다.
유권자 리카르도 모레노(70) 씨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노보아가) 우리의 권리를 갖다 버리고 주권을 트럼프에게 팔아넘겨 미군 기지를 들여오려 했다"면서 반대표 행사 이유를 밝혔다.
헌법 개정을 위한 제헌의회 소집안 역시 개표율 약 88% 기준 61%가 넘는 반대로 부결될 전망이다.
노보아 대통령은 좌파 정부 시절 마련된 현행 헌법이 국가의 새로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면서 개정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아울러 이날 개헌 국민투표에서는 국회의원 정수 축소와 정당 보조금 철폐안 역시 부결될 것으로 보인다.
노보아 대통령은 국민투표 결과 자신의 의제들이 부결될 것이 확실시되자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국민의 뜻을 존중한다"며 "국가 발전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6일 공개된 여론조사에서는 4개 안건 모두 찬성이 더 많다는 설문 결과가 나왔던 터라 충격파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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