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탄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이스라엘의 극단주의 성향의 유대인 정착민들이 팔레스타인 마을에 폭력을 휘두르는 일이 또 벌어졌다.
17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WAFA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요르단강 서안의 자바 마을에 유대인 정착민 수십명이 들이닥쳐 민가 3채, 자동차 3대 등에 불을 질렀다.
이에 이스라엘군 병력이 용의자 체포를 위해 현장에 파견됐다. 군은 "지역 안보를 해치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모든 형태의 폭력을 규탄한다"며 "이런 일들은 장병들이 국방과 대테러작전이라는 본연의 임무에 집중할 수 없도록 한다"는 입장을 냈다.
이번 사건은 이날 오전 자바 마을에서 가까운 에프라트 정착촌 주변에 정착민들이 건설해둔 불법 전초기지를 이스라엘 당국이 철거한 일과 관련이 있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 와이넷 등이 보도했다.
정착민 수백명이 철거 과정에 저항하면서 타이어에 불을 붙이고 바리케이드 치는 등 농성을 벌였고, 일부는 군경을 향해 돌을 던지는 등 폭력을 휘둘렀다. 정착민 6명이 체포됐고 이스라엘 경찰 일부가 다쳤다.
이스라엘 지도부는 일제히 정착민 폭력을 규탄하며 대응에 나섰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성명에서 폭력사태를 일으킨 정착민들을 "'유대와 사마리아'(요르단강 서안) 주민을 대표하지 않는 소규모 극단주의 단체"로 지칭하며 "이 폭도들에 대한 최대한의 사법처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 심각한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유관부처 장관들을 최대한 빨리 소집할 것"이라며 "질서 유지를 위해 단호하고 두려움 없이 행동하는 이스라엘군과 치안력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은 "폭력적이고 범죄적인 소수의 무정부주의자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용납되지 못할 것"이라며 "폭력을 행사하는 자에게는 어떠한 관용도 베지 않겠다"고 발혔다.
기드온 사르 외무장관은 "유대와 사마리아에서 유대인이 폭동을 일으키는 것은 이스라엘 국가에 해를 끼치며, 유대주의에 모욕을 주며, 정착촌 프로젝트를 손상시키는 일"이라며 "그들은 우리가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지난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휴전한 이후로 요르단강 서안의 팔레스타인 주민을 향한 유대인 정착민의 폭력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복면을 쓴 정착민들이 요르단강 서안의 베이트리드 마을에 몰려가 농지, 창고, 트럭, 천막 등에 방화했다.
13일에는 일부 정착민이 데이르이스티야 마을의 하자하미다 모스크(이슬람 사원)에 불을 지르고 "(이슬람교 선지자) 무함마드는 돼지"라는 낙서를 남겼다.
민족주의적 성향의 유대인들은 1967년 3차 중동전쟁에서 이스라엘이 점령한 서안을 유대교 경전인 구약성서 모세오경 표현대로 '유대와 사마리아'로 부르며 정착촌을 조성해 거주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자국이 허가한 곳은 '정착촌'으로, 허가하지 않은 곳은 '전초기지'로 구분해 부르지만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인의 점령지 이주 자체를 불법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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