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 기권으로 길 터줘…트럼프 자찬·NYT "중대한 외교적 승리"
'하마스 무장해제' ISF 임무로 명시…하마스, 결의 채택 직후 반발
참여국들은 무력충돌 경계…평화위 운영도 난관 예상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17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결의안 채택으로 국제안정화군(ISF) 구성을 골자로 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가자지구 평화 구상이 이행을 위한 주요 관문을 통과했다.
안보리 결의는 국제법의 효력을 갖는다. 따라서 이날 결의 채택은 가자지구 평화를 위한 각국의 지원으로 이어지는 중대한 외교적 모멘텀이 될 수 있다.
다만 가자지구 휴전 유지를 위한 ISF 배치와 임시 통치기구 운영 등 결의에 담긴 계획의 실행까지는 여전히 까다로운 변수들이 놓여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안보리의 결의안 통과를 '놀라운 투표', '역사상 가장 큰 승인'이라고 평가라며 가결을 자축했다.
그는 이날 결의가 "전 세계의 더 큰 평화로 이어질 것이고, 진정으로 역사에 길이 남을 순간"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이날 결의는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적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지구 평화구상에 유엔 차원의 법적 권한을 부여한 돌파구라면서 트럼프 행정부에 중대한 외교적 승리라고 평가했다.
특히 거부권으로 결의를 무산시킬 수도 있었던 안보리 상임이사국 중국·러시아가 기권표를 던지며 가결의 길을 터준 데에는 미국의 협상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NYT에 따르면 문안 협상 과정에서 지난주 한 때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결의안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때 미국은 중국·러시아와 가까운 중동국들을 결집, 이들과 결의안 찬성 공동 선언문을 발표하는 방식으로 반대에 따르는 부담감을 증폭시켰다.
NYT는 "미국이 결의안에 대한 타협을 최소화하고 아랍·이슬람 국가의 지지를 모음으로써 러시아·중국에 장애물처럼 여겨지지 말라는 압박을 가했다"고 짚었다.

지난한 과정 끝에 결의가 채택됐지만, 평화 구상의 구체적인 이행 과정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특히 가자지구 휴전 유지를 위한 ISF의 파병과 임무 수행 과정에서 돌출 변수들이 생겨날 수 있다.
안보리 결의는 가자지구 내 안보 유지는 물론 '비국가 무장 그룹의 영구적인 무장해제'를 ISF의 임무로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ISF 참여 후보국인 이집트·인도네시아, 튀르키예, UAE 등 아랍·이슬람 국가들은 자국 군대와 하마스의 무력 충돌을 경계하고 있다.
NYT는 "하마스가 여전히 무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그들과 맞설 것이냐는 게 ISF가 직면하게 될 과제 중 하나"라며 '유혈사태'가 발생한다면 아랍·이슬람국의 여론은 자국의 ISF 참여 반대로 돌아설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도 통치기구인 '평화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 과정도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유엔 결의는 평화위에 행정관리 권한을 부여하고, 가자지구 재건 등을 추진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평화위 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맡는다고 미국이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미국이 가자지구를 '적색구역'과 '녹색구역'으로 나눠, 녹색 구역만 일단 재건에 착수한다는 구상이 언론 보도로 알려지며 논란을 촉발하는 등 벌써 '잡음'이 나오고 있다.
나아가 휴전 중임에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계속 공습하고 서안지구에서 폭력사태가 잇따르는 상황도 평화 구상 이행에 불확실성을 더하는 대목이다.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을 둘러싼 논란도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결의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의 개혁 프로그램이 충실히 시행되고 가자지구 재건이 진전된 후, 팔레스타인의 자결권과 국가 지위(statehood)에 도달할 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경로를 위한 조건이 마침내 갖춰질 수 있을 것"이라는 언급이 있다.
이에 프랑스를 비롯한 일부 회원국은 팔레스타인 국가 지위에 대한 명확한 표현이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반면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에 대한 반대를 재확인하며 결의 내용에 불만을 제기했다.
하마스도 "이번 결의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정치 및 인도주의적 수요와 권리 수준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반발했다. 하마스의 무장해제를 겨냥한 ISF의 역할도 맹비난했다.
일단 이날 안보리 표결로 국제사회는 가자지구 평화 정착을 위한 공동의 '청사진'을 갖게 됐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성명에서 이날 결의는 가자지구 휴전 정착을 위한 중요한 단계라며 "이 외교적 추진력을 구체적이고 신속하게 필요한 현장 조치로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hrs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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