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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한일령' 본격화하나…여행·영화 공세 속 대치 장기화 우려

입력 2025-11-18 20:21  

中, '한일령' 본격화하나…여행·영화 공세 속 대치 장기화 우려
다카이치 日총리 '대만 개입' 발언에 中 격앙…'日여행 자제령'부터 즉각 효과
中 희토류 통제·수산물 수입금지 등 가능성…"中日 모두 물러서기 힘들어" 분석도

(도쿄·베이징·서울=연합뉴스) 박상현 정성조 특파원 차병섭 기자 =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으로 중일 관계가 급속히 냉각한 뒤 '한일령'(限日令)으로 평가받는 중국의 대(對)일본 보복 조치가 본격화하고 있다.
일본 여행·유학 자제령과 일본 영화 상영 제한 등 조치가 잇따라 나온 데 이어, 관영매체들이 추가 공세는 물론 양국 교류 단절까지 예고하면서 대치 국면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中, 對日강경 입장 내며 '상부의 결정' 강조…對中의존도 높은 분야 통제
중국 정부의 대일본 '실력 행사'는 지난 13일부터 단계적으로 본격화했다.
쑨웨이둥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은 13일 심야에 가나스기 겐지 주중 일본대사를 초치해 항의했고, 이튿날인 14일에는 우장하오 주일 중국대사가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을 찾아가 항의 입장을 전했다.
중국은 두 번의 항의에 관한 보도자료에서 이례적으로 '지시를 받들어'(奉示)라는 표현을 삽입해 '윗선'의 의지가 작용했음을 시사했다.
관영 중국중앙TV(CCTV) 계열의 소셜미디어 계정 '위위안탄톈'은 중국이 실질적 반격(反制) 준비를 마쳤다며 '대일본 제재'와 '양국 정부 간 교류 중단'을 중국의 대응 수단으로 꼽았고, 15일부터 '핀셋식 보복'이 시작됐다.
우선 중국 외교부는 15일 자국민에게 일본 방문 주의보를 발령했고, 중국국제항공(에어차이나)·중국동방항공·중국남방항공 등 주요 항공사들은 일제히 일본행 항공편 무료 취소 지원에 나섰다.
16일에는 중국 교육부가 "최근 들어 일본 사회 치안이 불안하고 중국인을 겨냥한 위법한 범죄 사건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중국 학생들이 일본 유학 계획을 신중히 세워야 한다고 공지했다.
또 17일에는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초화려! 작열하는 떡잎마을 댄서즈'와 '일하는 세포' 등 중국 개봉을 앞둔 일본 수입 영화들의 상영이 잠정 중단될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왔다.
자국의 큰 시장 규모나 일본의 대중국 의존성을 이용해 일본에 타격을 가할 수 있는 부문을 고른 셈이다.

◇ '여행 자제령' 사흘 만에 中→日항공권 49만장 취소…日 손실 불가피
당장 피해가 확인된 분야는 여행업계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일본 관광업계의 최대 시장이었고, 올해 1∼9월 일본 방문 중국인이 700만명을 넘어서며 관광객 수와 소비액 모두 1위를 기록했다.
그런데 중국의 '일본 여행 자제령' 직후부터 여행 취소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날까지 사흘 동안 중국발 일본행 항공권이 49만1천건 취소됐다고 전했다. 이는 전체 예매 건수의 32%에 달하는 수치다.
일본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중국인 여행객 전문인 한 일본 여행사는 이달 하순부터 내달 초순까지 기업 단체 여행 일정 약 30건이 모두 중지됐으며 내년 1∼2월로 예정됐던 9개 팀의 일본 방문도 취소됐다고 밝혔다.
중국은 작년 5월 기준 일본에 12만3천명의 유학생을 보내 이 분야에서도 '세계 최대'를 유지하고 있고, 국산 영화 중심이기는 하지만 세계 2위의 영화 시장이기도 해 일본으로선 추가 손실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일본 사회에 충격을 준 "더러운 목을 벨 수밖에 없다"(쉐젠 주오사카 총영사·8일)는 발언이나 "불장난을 하는 자는 스스로 불에 타 죽을 것"(외교부·13일), "위험을 무릅쓴다면 머리가 깨지고 피를 흘릴 것"(국방부·14일) 등 중국 특유의 거친 언사가 여전한 가운데 일본 각 업계에 구체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조치를 꺼내든 것이다.
신화통신 계열 소셜미디어 계정 '뉴탄친'은 18일 "얼마 전까지 중국의 반격 수단에 대한 외부의 인식은 '엄정한 항의'와 '강렬한 규탄' 등 전통적 방식에 머물러있었지만, 오늘날 중국의 반격은 분노의 항의를 넘어 더 정밀하고 정확하다"며 "다카이치가 잘못된 발언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더 많은 반격 조치가 준비 중"이라고 경고했다.

◇ 中日, 2012년 센카쿠열도 놓고 2년여 대치…대만 문제로 갈등 재점화
중국은 2010년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 주변에서 중국 어선 충돌 사건이 일어난 이후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중단하기도 했다.
특히 중국 당국이 전방위적 일본 압박에 나선 이번 사례는 2012년 일본의 센카쿠열도 국유화 때를 떠올리게 한다.
일본 정부가 중국과 영유권 분쟁이 있던 센카쿠열도를 전격 국유화하자 중국은 정치·경제·군사·외교·민간교류 등 전방위에 걸친 강력한 보복에 나섰다.
중국 국내에서는 반일 시위와 도요타자동차·파나소닉 등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이어졌고, 중국 정부의 일본 관광 통제로 인한 충격도 상당했다.
양국 무역액은 2012년 11%, 2013년 10.5% 감소했고, 2012년 한 해 일본을 찾은 중국인이 25.1% 줄기도 했다.
'일본 제품 불매' 같은 경제적 대립은 일본 기업의 매출 감소는 물론 중국의 수출·소비·고용 축소로도 이어져 양국의 '치킨게임'이라는 지적이 나왔지만, 양국 간 대치는 이어졌다.
2012년 12월 아베 신조 정권 탄생과 이듬해 3월 시진핑 국가주석 시대 개막 이후에도 갈등을 봉합하지 못하던 양국은 약 2년 만인 2014년 9월에야 외교부 부국장급을 대표로 하는 해양 협의를 여는 것으로 정부 간 대화 채널을 재가동했고, 중국의 보복 조치는 하나씩 옅어졌다.
중국이 주변국을 상대로 전면 보복 조치에 나선 또 다른 사례로는 2017년 한국과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갈등'도 있다.
최근 중국의 일본 여행·영화 통제를 두고는 현재까지 풀리지 않고 있는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에 빗댄 '한일령'이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 전문가 "中, 日이 '역린' 건드렸다 생각"…갈등 해결 쉽지 않을 듯
이번 중일 갈등은 중국이 '핵심이익 중의 핵심'으로 꼽는 대만 문제에 관계된 문제여서 과거 센카쿠 분쟁 때보다 중국이 받아들이는 심각성이 더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러 영유권 분쟁 지역 중 하나인 센카쿠열도 문제와 '중화민족 부흥' 같은 정치적 구호부터 중국의 태평양 진출까지 국내·국제 정치적 이익이 모두 걸린 대만 문제는 무게감이 다른 만큼 해결에 한층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일본 외무성 국장이 중국을 방문했지만 양측은 이날 해결을 위한 접점을 찾지 못했다.
강준영 한국외대 중국학과 교수는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미일·중일 정상회담 직후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이 나온 점을 거론한 뒤 "중국이 자신의 '역린'을 건드렸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일본은 (긴장) 확대를 원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럴수록 중국은 '하나의 중국' 문제에 대해 강력히 나갈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다카이치 내각이 인도·태평양 전략을 내세운 아베 내각의 외교·안보 노선과 친화성을 갖고 있고, 대만해협의 급변 상황은 미국 등 동맹국 전반의 이해관계에 직결되는 만큼 일본으로서도 쉽사리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다카이치 총리의 국내 정치적 기반이 약해 장기 집권이 어려울 것이라는 기대 섞인 주장을 펴고 있지만, 취임 한 달을 앞둔 다카이치 총리의 현재 지지율은 70%에 육박한다.
이 때문에 다카이치 총리가 중국의 공세를 버텨낼 수 있을지 역시 양국 대치 국면의 중요한 변수라는 관측이 나온다.

◇ 희토류 등 전략물자 수출 통제 가능성도…中, 한국 등 주변 끌어들이기 포석
일각에선 중국이 2010년 센카쿠열도 분쟁 당시 도입한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 같은 고강도 경제 보복 조치에 다시 나서거나, 2023년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계기로 중단했다 최근 제한적으로 재개한 일본산 수산물 수입에 또 빗장을 거는 것 등이 추가 압박 카드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 분쟁을 거치면서 전략 물자 통제와 기업·개인 제재 경험을 축적한 만큼 일본을 겨냥한 공세 역량이 전보다 더 강해졌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 조야에선 '장기전'을 각오하고 한국 등 주변국의 지지를 얻어 일본을 포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중국 랴오닝대 미국·동아시아연구원의 뤼차오 원장은 최근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통해 예상되는 결과로 ▲ 다카이치 총리의 사과 및 발언 철회 ▲ 다카이치 총리의 사임 ▲ 중일 관계의 '역사적 신저점' 진입과 정치·경제·군사 소통 전면 동결 등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그는 한국을 비롯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호주 등이 이번 일로 일본 편에 서서 중국과 척을 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이들은 무관심할 뿐만 아니라 일본이 크게 손해 보기를 간절히 바란다. 거대한 중국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던 일본을 밀어내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중국은 일본의 '독도 주권' 주장을 선전하는 영토주권전시관 확장에 한국 외교부가 항의한 일을 두고 전날 브리핑에서 일본을 비판해 '한국 끌어들이기' 포석을 둔 것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이날 중국 매체들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일본 대신 한국을 선택하고 있다는 뉴스를 앞다퉈 내보냈고, 한일 국방 교류가 차질을 빚고 있다거나 한일 외교 갈등 가능성이 생겼다는 등의 보도를 이어갔다.
xi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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