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당수토론서 답변…'대만 개입' 발언 철회 거부하고 中과 대화 의지 강조
주일 中대사관, 여행 자제 거듭 촉구…"日서 중국인 매도·폭행 사례 많아" 주장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일본 정부와 집권 자민당이 수십 년간 지켜온 '비핵 3원칙' 개정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명시적으로 비핵 3원칙 재검토를 지시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27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여야 당수 토론에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가 "유일한 전쟁 피폭국인 일본이 비핵 3원칙을 재검토한다면 핵 폐기는 꿈속의 꿈"이라고 지적하자 이같이 답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비핵 3원칙에 대해 "정책상 방침으로 견지하고 있다"면서도 앞으로 이를 고수하겠다고 명확히 언급하지 않아 재검토 가능성을 열어뒀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보유하지도, 제조하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것으로,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표명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미국의 확장억제를 고려해 '반입 금지' 규정을 바꾸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민당 고바야시 다카유키 정무조사회장은 지난 20일 기자회견에서 향후 3대 안보 문서 개정 시 '비핵 3원칙 견지' 방침 재검토도 논점이 될 수 있는지와 관련해 "필요하다면 여러 주제에 대해 논의해 가게 될 것"이라며 부정하지 않았다.
자민당은 방위력 강화와 방위비(방위 예산) 증액을 위해 3대 안보 문서 개정 협의에 착수한 상태다.
일본 안보 정책 근간인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전보장전략, 국가방위전략, 방위력 정비계획으로 구성된다. 일본 정부는 2022년 12월 이들 문서를 마지막으로 개정했고, 다카이치 내각은 내년에 추가 개정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10년 오카다 가쓰야 당시 외무상이 미국의 핵무기 탑재 함정의 기항을 승인하지 않으면 일본 안전을 지킬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할 경우를 가정해 "정권이 명운을 걸고 결단해 국민에게 설명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을 구실로 삼아 비핵 3원칙 재검토를 추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 의원인 오카다 전 외무상은 지난 7일 중의원(하원) 질의 과정에서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을 끌어낸 인물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전날도 비핵 3원칙과 관련해 "오카다 전 외무상 발언을 계승하고 있다"며 이전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규정을 다르게 해석하려는 시도가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사이토 대표는 오카다 전 외무상 발언은 유사시로 한정한 것이며 평상시에 비핵 3원칙을 재검토한다는 것이 아니라고 지적했으나, 다카이치 총리는 "종합적으로 검토하면서 3대 안보 문서 개정도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며 하겠다"고 말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당수 토론에서 중국이 문제시하는 대만 관련 발언과 관련해 "(오카다 의원이) 사례를 들어 질문했기 때문에 그 범위에서 성실하게 답변한 것"이라며 책임을 야당 측에 돌리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그는 중국이 요구하는 발언 철회는 거부했지만 "(중국과) 대화를 통해 보다 좋은 관계를 만들어 국익을 최대화하는 것이 책임"이라며 관계 개선을 시도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하지만 주일 중국대사관은 전날도 일본 여행 자제를 요청하고, 일본에 있는 중국인은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는 글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렸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이 대사관은 일본을 여행하는 많은 중국인이 최근 이유 없이 매도당하고 폭행으로 다친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사관은 일본에서 7월 이후 중국인이 차별받아 도움을 요청하는 사례가 늘었고 11월에는 유난히 증가했다면서 일본에 조기 해결을 촉구했지만 많은 사건이 해결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다만 대사관은 구체적인 피해 내용과 건수는 언급하지 않았다.
일본 외무성은 지난 21일 중국이 일본 여행 자제령 근거로 제시한 치안 악화는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관련 통계를 제시한 바 있다.
일본 내 중국인 대상 범죄 통계 문서를 보면 살인 사건 건수는 2023년과 2024년에 각각 15건이었으나, 올해는 10월까지 7건이었다. 강도 건수는 2023년 31건, 2024년 27건이었고 올해는 10월까지 21건으로 집계됐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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