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철도 차량기지서 국내 취재진 인터뷰…NYCT 입찰 日·佛 기업과 경쟁
"안전·납기·품질로 글로벌 확장…'안보 산업' 철도·방산 최고로 잘할 것"

(캉기앙기[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현대로템[064350]이 철도 사업 수주 경쟁력을 강화해 내년에 창사 이래 최초로 철도 부문 '매출 2조원'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아울러 내년 중 미국 뉴욕에서 이뤄질 대규모 전동차 입찰에 참여하며 글로벌 철도 사업을 더욱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이용배 현대로템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NSW) 시드니 인근 캉기앙기의 현대로템 전동차 유지보수 기지에서 한 한국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사장은 지난달 25∼28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국제 철도 박람회 '오스레일 플러스 2025' 참석차 주요 경영진과 함께 호주를 찾았으며, 현대로템이 제작한 2층 전동차가 운행 중인 시드니의 현대로템 호주지사와 브리즈번의 목업(모형) 차량 전시장 등도 방문해 철도 사업 전반을 점검했다.
그는 "올해 철도 사업(레일솔루션 사업본부) 매출은 1조9천억원 정도로 예상한다"며 "내년에는 처음 2조원을 달성하는 획기적인 한 해를 만들어 보겠다"고 밝혔다.
현대로템은 철도 사업에서 올해 3분기 기준 누적 1조4천705억원(전년 동기 대비 37%↑)의 매출을 냈다.
3분기 기준 수주 잔고는 18조28억원(32%↑)으로, 전체 사업 중 가장 큰 비중(60.8%)을 차지했다. 지난 2월 2조2천억원 규모의 모로코 전동차 공급 계약 등 대규모 수주에 연이어 성공하면서다.

현대로템의 모태인 철도 부문은 2018∼2020년 3년 연속 영업손실을 낸 '아픈 손가락'이었으나 이 사장이 취임한 2020년 이후 수출 호조와 수익성 개선을 통해 방산 부문과 함께 현대로템을 이끄는 '쌍두마차'가 됐다는 평을 받는다.
우상향하는 철도 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되는 선두 주자로는 내년 중 뉴욕시 교통국(NYCT)이 진행할 전동차 입찰이 꼽힌다.
이는 뉴욕시 지하철(메트로)의 '디비전 1' 구역을 운행할 노후 전동차 약 500량(추가 옵션 500량 이상 예상)을 교체하는 사업이다. 입찰 금액이 수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 사장은 구체적인 액수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가장 큰 빅 매치"라고 설명했다.
이 사장에 따르면 현대로템은 NYCT 기술진의 창원공장 방문을 비롯해 지난 1년에 걸친 프리퀄리피케이션(PQ·발주처가 잠재적 입찰자의 적격성을 사전에 평가하는 것) 절차를 통과했다. PQ에는 일본 가와사키, 히타치와 프랑스 알스톰까지 4곳이 참여했다.
이원상 현대로템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레일솔루션연구소장(상무)은 "NYCT는 PQ를 통과한 업체에만 입찰 자격을 부여한다"며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메트로나 매사추세츠주 교통공사(MBTA) 객차 사업으로 신뢰성을 쌓으면서 글로벌 수준으로 인정을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와사키와 알스톰의 경우 이미 뉴욕주에 철도차량 공장이 있고, NYCT가 요구하는 품질·기술 수준과 납기도 까다로운 등 녹록지 않은 환경 속에서도 현대로템은 그간의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또 현대로템은 우즈베키스탄에 고속철도를 추가 수출하고, 모로코와는 최대 30년의 전동차 장기 유지보수를 위한 합작사 설립 계약을 내년 초 맺을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철도 사업 확장세를 이어가는 전략으로 이 사장은 안전과 납기 준수, 품질 등 3대 핵심 가치를 들었다.
이 사장은 "폴란드 K2 전차를 적기 납품해 '로켓 딜리버리보다 빠른 게 로템 딜리버리'라는 말이 나온 것처럼 고속철도와 전동차도 최우선 가치는 안전과 납기"라고 밝혔다.
현대로템은 1990년대 한국에 고속철도 기술을 이전한 알스톰이나 세계 철도시장 점유율 1위인 중국 국영 CRRC(중궈중처) 등 세계적 선도기업을 뛰어넘을 기술을 확보했다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이원상 상무는 "고속철도, 전동차, 친환경(수소트램) 분야에서 '패스트 팔로워'였다가 현재 동등한 수준이 됐고 내년부터는 글로벌 톱 수준의 리더로 나아갈 것"이라며 "국책과제인 EMU-370(차세대 동력분산 차량) 개발 과제를 올해 마치고, 코레일과는 KTX-1 교체를 검토하는 한편 수소 기관차를 세계 최초로 공동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현대로템은 글로벌 철도 선진국의 격전지인 호주에서 요구하는 까다롭고 세밀한 철도차량 설계 기준을 만족하며 기술 경쟁력을 입증받았다고 이 상무는 설명했다. 현대로템은 호주에서 최근 10년 새 철도차량 발주 규모로 1위(NIF 610량·2016년), 3위(QTMP 390량·2023년) 사업을 수주한 바 있다.

아울러 현대로템은 저가 수주에 집중하는 중국 업체와 비교해 납기 준수와 품질 측면에서 경쟁력이 높다고 강조했다.
김정훈 레일솔루션 사업본부장(전무)은 "중국 업체는 싼 가격에 발주처가 요구하는 조건을 100% 지키겠다고 했다가 납품이 지연되고 품질 문제 해결이 늦어지는 경향이 있는데, 현대로템은 신뢰를 주는 방향으로 경쟁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로템은 주력 사업인 철도와 방산이 모두 안보와 직결된 국가 전략 산업인 만큼 연구개발(R&D) 강화를 통한 기술 혁신에 매진하겠다는 구상이다. 현대로템이 올해 들어 3분기까지 R&D에 투자한 비용은 1천68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 3년 전 동기(830억원)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이 사장은 "철도와 방산은 외부에 맡길 수 없기에 저희가 '베스트 오브 베스트'로 해야 하는 사업"이라며 "철도 사업의 무인 시스템, 인공지능(AI) 기술을 방산에 접목하고 방산의 자율주행, AI 로봇 기술을 철도에 지원하며 함께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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